봄내 춘천시 시정소식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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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395

2023-12
#춘천은지금 #봄내를만나다
이웃복지사
내 이웃은 내가 돌봐요

움츠러드는 찬바람에 따뜻한 순간이 그리워지고, 한 해를 정리하며 온기를 나누고 싶은 12월. 북산면 오항2리로 귀촌한 지 18년 된 송경숙(66) 씨는 지난해부터 마을 이웃복지사로 활동하고 있다. 마을 곳곳 온기를 퍼뜨리며 이웃의 안부를 묻는 송 씨의 하루를 따라가 봤다. 



춘천 북산면은 높은 산과 소양강이 얽혀있어 화천으로 돌아가야 춘천의 북쪽 마을에 도달한다. 배후령 터널을 빠져나오자 화천 간동면이 나오고, 조금 더 달리자 다시 춘천을 알리는 표지판이 보였다. 시내에서 승용차로 40분을 달려 송경숙 이웃복지사가 알려준 주소에 거의 다 왔을 때쯤, 공터에 서 있는 송 씨를 발견했다. 간단한 인사를 나누고, 우리는 함께 이웃 에게 향했다. 



   오전 9:00     




11월 13일 오전 9시.

송 씨가 길에서 갑자기 차를 멈춰 세우고 김 어르신(89세)에게 전화를 걸었다. “어디 가셨어요?” “병원 왔어. 허리 아파서” “아파서 어떡한대. 치료 잘 받고 아들 집에서 쉬다가 들어오셔요” 어르신이 부재중인지 어떻게 알았냐고 묻자 ‘문이 닫혀있잖아요’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눈을 비비고 한참을 들여다보니, 저 멀리 어르신의 집 대문이 닫혀 있는 게 보였다. “저 올 때면 문을 항상 열어두세요. 닫혀있는 거 보고 안 계시는 걸 알았어요.” 간혹 병원에 가서 집을 비우면 이렇게 못 만나기도 한다고. 



   오전 9:20     





9시 20분, 두 번째 이웃에게 도착했다. 

송 씨가 손을 흔드는 곳을 보니 강아지 백구가 반긴다. 심 어르신(84세)도 나와 인사를 하고는 손님 까지 왔다며 믹스커피를 내어주었다. “아침 드셨어요?” “아니” “그럼 혈압약은!” “저녁에 먹지 뭐” “아이, 약 그렇게 먹으면 안 된다니까요” 송 씨는 바른 복약 정보를 알려주고, 미용 예약을 잡았다. 김장은 했는지 잠은 잘 자는지 등의 근황을 서로 주고받았다. 이어 심 어르신이 19살에 결혼해 고생한 이야기를 또 꺼냈다. 양구에서 살다가 한국전쟁 때 오항리로 피난와 정착한 이야기다. 송 씨는 이미 열 번도 더 들은 이야기지만 처음 들은 것처럼 맞장구를 쳤다.



   오전 10:30     





10시 30분, 세 번째 이웃에게 향했다. 

이 어르신(85세)의 집은 공기가 차가웠다. 송 씨는 전기가 들어오지 않는 전기장판부터 확인했다. 온도 조절기의 숫자를 7까지 올렸다. 최근 아내와 사별한 어르신의 기분을 살피고, 끼니를 챙기고, 이불 빨래 체크까지 하고 나서야 옛날이야기를 듣기 시작했다. 송 씨는 나서기 전, 겨울철 난방 준비와 동파 예방에 대한 당부도 잊지 않았다.



   매일 오후     




매일 오후에는 1시부터 집수리 활동가들이 마을을 다니며 시설 개선을 돕는다. 전등을 갈거나 가스 안전 차단기를 설치하는 일부터, 노후한 데크 바닥을 철거하고 난간 안전 손잡이, 보조 계단을 설치하기도 한다. 4명의 활동가가 25개 마을의 집수리를 맡고 있어 바쁜 하루를 보내고 있다. 

 









북산면 오항2리 이웃복지사 송경숙



- 자기소개

서울에서 실내 인테리어를 30여 년 하다가, 시골 가서 봉사할 마음으로 이곳에 귀촌했어요. 7년째 부녀 회장을 맡고 있고, 2년째 우리 마을 이웃복지사로도 활동하고 있답니다. 



- 엄마의 가르침 

저희 엄마가 효부상을 세 번이나 받은 분이에요. 자식들한테 늘 하시던 말씀이 ‘어른한테 잘해라’ 였어요. 살다 보니 저도 마을을 위해 이런 봉사도 하고 있네요. 딸 셋 모두 엄마와 비슷한 삶을 살고 있어요.



- 2년 동안 해보니 

제가 만나는 분들이 마을에서 오랫동안 봐온 분들 이라 처음 봤을 때의 정정하셨던 모습이 다 생각나요. 나이 듦에 대한 생각도 많이 하게 되고, 말씀해주는 삶 속의 지혜를 들으면서 저도 성장한 것 같아요. 제가 따뜻한 말을 건네면, 더 따뜻한 말이 돌아오고 제가 잘해드리면 어르신들은 더 잘해주려고 하세요. 제가 더 많이 배우고 와요. 체력이 허락하는 한 계속 하고 싶어요. 





이웃복지사는 ‘내 동네의 어르신은 내가 돌본다’는 개념으로 소양강댐노인복지관이 지난해부터 추진하고 있는 프로젝트다. 송 씨의 경우처럼 오항2리에 사는 60세 이상 마을 주민이, 오항2리에 사는 75세 이상 마을 어르신을 돌보는 것. 농촌마을은 누구나 일상적인 생활복지사각지대에 있기 때문에 75세 어르신이라면 소득, 재산에 상관없이 모두 돌본다. 사북면, 신북읍, 북산면 세 개 읍·면의 25개 마을에서 활동하는 이웃복지사는 현재 30명이다. 1명의 이웃복지사가 한 달에 만나는 가구는 최소 15가구에서 최대 40가구. 어르신의 상황에 따라 어떤 집은 일주일에 한 번 방문하고 어떤 집은 여러 번 방문하기도 한다. 이웃복지사들은 평일 오전 9시부터 12시까지 매일 3시간씩 어르신들이 겪는 일상생활 의 어러움이나 불편함* 을 해결해 주고 건강 관리**  도 맡고 있다. 그리고 어르신이 지금 여기에서 행복감을 느끼며 긍정적으로 생활할 수 있도록 말동무를 하고있는 것 또한 중요한 임무다.  





* 일상생활의 어려움이나 불폄함: 병원, 미용실, 생활 용품 구입, 시설 수리 

** 건강 관리: 혈압, 당뇨, 산소포화도 바른 측정 지원과 기록, 건강 체조 보급, 처방약 관리, 식습관 관리, 방문진료 연계, 병원 이동 지원 등 







소양강댐 주변 마을들은 집과 집 사이가 멀거나, 배 타고 들어가야 하는 마을도 있다 보니 접근성이 떨어진다. 기관에서 연결된 복지사가 아무리 신속하게 방문해도 한계가 있었다. 소양강댐노인복지관은 그 마을에 살고 있는 주민 중심으로 공동체가 이뤄지고 움직여야 한다고 생각했다. 마을에서 돌봄이 시작되면 수월한 부분이 많다. 기본적인 돌봄은 이웃끼리 서로 챙기고, 제도권 서비스가 필요한 사람들은 전문 기관 에 연결해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사람 일러스트 한하림>

산과 강으로 접근성이 어려운 춘천의 북쪽 마을 사북면, 신북읍, 북산면에서 30명의 이웃복지사가 이웃을 돌보고 있다. 








소양강댐노인복지관은 현재 호호방문진료센터(원장 양창모)와 배우 김남길 씨와 손을 잡고 어르신들의 거주 안전을 위한 캠페인도 진행 중이다. 배우 김 씨는 MBC 로드 다큐 ‘뭐 라도 남기리’에서 양창모 의사와 함께 춘천 수몰 지역과 같은 의료 취약지역에 왕진을 다니며 어르신들의 실상을 알게 됐고, 어르신들의 집을 수리하는 크라우드 펀딩을 제안한 것. 펀딩명은 '밤새 안녕하셨어요'다. 이 펀딩액으로 집 안의 낙상 위험요소 개선 공사를 진행할 예정이다. 지난 11월 8일, 펀딩 오픈 한 시간 만에 목표 금액 2500만원의 10%를 달성하기도 했다.

(펀딩 종료 12월 8일. 자세한 펀딩 소식은 큐알코 드 참고) 





이웃복지사들은 매주 마을별 주간 회의에 참여해 이야기를 공유한다. 이들의 시행착오와 이웃을 생각하는 마음이 모이면 소양강댐노인복지관에서는 이것들을 잘 버무려 사업으로 진행한다. 지난해 말에 만들어졌던 ‘이웃복지사 생활 길잡이 (메뉴얼북)’도 1년간 수정·보완해 다시 제작하고, 이웃복지사 사업 지역을 내년에는 동면 등 다른 지역까지 늘릴 예정이다. 지역이 늘어남에 따라 이웃복지사는 30명에서 100명까지 확대될 예정이다. 

지금은 사업과 제도하에 이웃을 돌보고 있지만, 내가 사는 동네의 어르신을 내가 돌본다는 개념이 조금씩 퍼져나가면 굳이 사업이 아니더라도 자연스럽게 이웃을 챙기고 돌보게 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