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내 춘천시 시정소식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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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337

2019.2
#봄내를 품다
오늘이 된 미래 2
자율주행 자동차(A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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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전석 없는 차를 사야겠다





우리가 매일 접하는 뉴스나 기사는 이미 로봇이 쓰고 있다. 인공지능에게 재판권을 넘기자는 목소리도 커졌다. 오래 사는 것이 소원이던 시대는 저물고 장수(長壽)가 재앙인 시대가 되었다. 운전자 없는 자율주행자동차(AV Autonomous Vehicle)가 달리고 있다. 불과 몇 년 사이에 생긴 현상이다.







작년 3월, 미국 애틀랜타에서 자율주행트럭이 화물을 나르기 시작했다. ‘군집주행’(Platooning) 기술로 운전자가 탑승한 차량을 다수의 무인차량이 따르는 방식이다. 독일, 싱가포르, 덴마크, 스웨덴이 실험에 성공했다. 우리나라도 2016년 시험운행을 허가했다. 화물차 군집주행은 바짝 붙어서 운행하기 때문에 바람으로 인한 연료 손실을 최대 15%까지 절약한다.


4월 20일, 중국 상하이에 청소트럭이 등장했다. 새벽 2시에 스스로 일어나(?) 청소 후 쓰레기를 비우고 제자리로 가서 주차한다. 이튿날 새벽 2시, 다시 청소를 시작한다. 올해부터 상용화된다.

9월 4일, 판교에서 11인승 자율주행 미니버스 제로셔틀(Zero Shuttle)이 운행을 시작했다. 판교 제2 테크노밸리에서 판교역까지 5.5㎞ 구간을 운행한다.


11월,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공구와 건축자재를 판매하는 체인업체 에이스 하드웨어(Ace Hardware)가 자율주행차량으로 택배 서비스 시작. 웨이모(구글 자율자동 차 부문)는 12월 5일부터 상용 자율주행자동차 서비스를 시작했다.


바퀴는 인류의 ‘위대한 발명’이다. 누가 최초로 만들어 사용하였는지는 분명하지 않다. 가장 오래된 유물로 메소포타미아의 전차용 나무 바퀴가 있다. 기원전 3500년 경으로 추정된다. 지금으로부터 5,500년 전이다.


‘자동차가 도로를 주행하려면 차량 앞에서 사람이 붉은 깃발을 흔들며 선도하여야 한다.’ 1865년 제정된 영국의 도로교통법 ‘붉은 깃발법’(Red Flag Act)이다. 우리나라는 1915년에 최초의 도로교통법이 시행되었다. 한 세기가 지난 오늘날, 운전자 없는 자동차가 주행하고 있다. ‘자율주행자동차란 운전자 또는 승객의 조작 없이 자동차 스스로 운행이 가능한 자동차를 말한다.’(자동차 관리법 제2조 제1호의3)




시각장애인 스티브 메이헌이 홀로 자율주행차 시범운행에 성공했다. (2016년 12월 13일)

사람이 운전대를 잡는 것은 불법


머지않아 복잡한 교차로의 신호등이 없어질 것이다. 자율주행차의 ‘주행 판단’은 신호등에 의존하지 않기 때문. 센서로 물체를 감지하며 주행한다. 박쥐가 어두운 숲속을 나는 것과 비슷한 이치. 이제 교차로 신호등 앞에서 정지하고 있다가 파란 신호에 일괄 움직일 필요가 없다.


네거리나 오거리에서도 적당히(?) 교차한다. 과속이나 중앙선 침범 등 위험운전은 없다. 결국 사람이 운전대를 잡는 것은 불법이 된다. 운전부주의에 의한 사고가 전체 교통사고의 95%를 차지하기 때문. 운전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수영장에서 수영하듯, 운전장에서 운전을 즐기게 된다. 교통경찰과 자동차 보험이 없어진다. 음주운전 단속은 없다.


차에 올라 몇 마디 중얼(음성신호)거리고 스마트폰 만지작… 목적지다. 운전을 싫어하는 사람이나 장애인에게는 얼마나 기쁜 소식인가. 시각장애인들의 삶의 패턴도 바뀔 것이다. 직장인들은 운전에 소요되는 시간(하루 평균 50분 정도)을 업무나 휴식에 쓸 수 있다. 출근하면서 면도하고 넥타이도 맨다. 사람이 주차하는 것보다 좁은 간격으로 주차하니 주차 공간도 절약할 수 있다.


1993년, 대전 엑스포에서 자율주행차가 소개되었다. 서울시내 청계천에서 63빌딩까지 운행하였다. 인류 최초의 기술이었다. 아직 외국 기술은 존재하지 않았다. 한민홍 고려대 박사 연구진이었다. 1995년 경부고속도로 주행에 성공했다. 나는 운 좋게 이 차를 대전 근처에서 운전 중 목격했다. 국산 지프 록스타를 몇 대의 차가 호위하고 달리고 있었다. 그러나 무슨 이유였을까? ‘정부과제신청’에서 탈락, 연구진은 해산하고 기술은 사라졌다.


세계 유수의 자동차 업체는 완전한 자율주행차 출시를 내년에 맞추었다. 이제 광고가 등장하겠지-. 나는 운전석 없는 차를 살 예정이다. 이동 중 네 사람이 마주 앉아 마시려면 어쩔 수 없는 선택이다.









글 김진묵(본지 편집위원 · 음악평론가)

김진묵트로트밴드 대표. 클래식· 재즈· 국악· 인도음악 등의 전방위 음악평론가로 활동하고 있다.

<흑인잔혹사> 외 음악과 명상에 대한 8권의 저서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