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내 춘천시 시정소식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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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337

2019.2
#봄내를 품다
춘천의 향토문화유산 2
고성리 선돌바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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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국사기에도 등장한 귀물

고성리 선돌바위를 아시나요





지난해 12월 24일 춘천에 새로운 터널이 또 하나 개통되었다.

신북읍 산천리에서 사북면 고성리를 잇는 길이 2,110m의 새밑터널이다.

해마다 가을이면 선산(先山)이 있는 고탄리를 가기 위해 춘천호를 따라 먼 길을 둘러가거나 지름길인 신북 산천리 면허시험장을 지나 급경사와 굴곡이 심한 고갯길을 곡예운전 하듯 넘곤 했다.


핑계 김에 터널 구경과 함께 우리나라 최고의 역사서인 삼국사기에 등장한 귀물(貴物)인 고성리 선돌을 찾아 나섰다. 선돌이란 세웠거나 서 있는 돌을 말하는데 입암(立岩)이라고도 한다. 대체로 선돌의 우뚝 솟은 모습이 경외감을 불러일으켜 신앙과 예배의 대상물이 되기도 했다.


고갯마루에서 선돌(立石)과 노송(老松)이 우뚝 서 오가는 길손을 맞고 있었다.

이 돌이 바로 삼국사기 신라본기에 지금으로부터 1215년 전인 서기 804년 신라 40대 임금인 애장왕 5년에 ‘우수주 난산현에 엎드려 있던 돌이 일어섰다’라고 기록된 주인공이다.


선돌은 사북면 고성리 704-10번지 고갯마루에 위치한 다듬지 않은 자연석(화강암) 바위이다. 높이 350, 폭 150, 둘레 480cm의 크기로 마을에서는 흔들바위 또는 말뚝바위라 부르기도 한다.

춘천시 보호수 23호로 지정된 노송과 함께 고갯마루에 서 있으나 마을 표지석, 마을홍보 시설물까지 한데 어울려 있어 안타깝게도 선돌은 주목을 받지 못하고 있 는 상태이다.


화천군과 춘천시 경계에 있는 용화산(878m)으로 가는 길목에 위치한 이 마을은 볕이 잘 통하는 곳이라는 뜻으로 양통(陽通)이라는 자연부락명을 가지고 있다. 수려한 풍광으로 사계절 등산객이 이어지는 용화산은 특히 생김새가 기묘한 새남바위, 장수발자국바위, 마귀할미 바위, 주전자바위, 층층바위, 등잔바위, 바둑판바위, 하늘벽 등 전설이 깃든 명산이기도 하다.






현 이장의 부친인 한석영(85세) 옹이 어렸을 때는 바위를 밀면 좌우로 움직여 흔들바위라 불렀고 심심할 때마다 친구들과 바위를 흔들며 놀았다고 했다. 선돌 주변을 정비하면서 하부로 흙이 스며들어 이제는 흔들리지 않아 아쉽다고 했다. 또 영험이 있어 선돌에 올라가면 학질이 떨어진다는 이야기도 전해진다고 했다. 토템 (Totem)신앙이나 숭배대상은 아니지만 바로 옆에 있던 옛 노송은 주민들이 치성(致誠)을 드리던 당산목(堂山木)으로 선돌과 함께 마을을 지켜온 역사이자 마을의 수호신이었다고 한다.

과학적으로 어떻게 돌이 혼자 일어설 수 있겠느냐 반문할 수도 있지만 자연의 힘은 우리의 예상을 뒤엎어 홍수, 산사태 등의 요인으로 눕혀 있던 돌을 일으키기도 하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역사서에 기록된 만큼 이를 활용하여 마을은 물론 춘천시의 문화관광자원으로 활용하는 방안이 마련되기를 기대하여 본다.

고성리는 선돌 이외에도 기우제를 지냈던 곳과 조선 시대 도요지, 봉수대 등 문화자원을 간직한 곳이다. 이제 터널 개통으로 마을의 문화명소를 발굴하고 다듬고 자원화하여 새로운 도약의 전기를 맞았으면 한다.










글·사진 심창섭(본지 편집위원 · 전 춘천문인협회장)

춘천에서 나고 자랐다. 춘천시청에서 문화재 업무를 전담하다 2006년 정년퇴직 후 수필가 및 사진가로 활동 중이다.

사라져 가는 춘천의 풍경과 민속 문화에 관심을 갖고 꾸준히 기록 중이다. 저서로 포토에세이 <때론 그리움이 그립다>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