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내 춘천시 시정소식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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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394

2023-11
#도란도란 #봄내를꿈꾸다
#석사천재즈페스타 #효자교에서온의교까지
금요일 밤의 여유를 재즈와 함께
문화 리뷰




두 도시를 오가며 춘천에서 일할 때가 있었다. 금요일 저녁이면 차에서 재즈를 틀었는데 이를 반복하다보니, 근무모드와 휴식모드로 일주일을 분리하는 역할을 했다. 이후 재즈만 들으면 파블로프의 개처럼 기분이 좋아졌다. 재즈가 흐르면 빠르게 똑딱거리던 일상의 메트로놈도 템포가 느려지며 여유로워졌다.







여름의 더위가 가시고, 추석이 지나자마자 찾아온 석사천 재즈 페스타는 그래서 더욱 반가웠다. 올해의 수확물을 거두고 고생했던 모두를 다독이며 흥겹게 보내는 추석처럼, 별안간 석사천에 등장한 재즈페스타는 추석을 닮은 축제였다. 여유가 가득한 금요일 저녁을 만난 마음으로 취향 마켓을 서성이거나 맥주 한 잔을 기울일 수도 있고, 함께 하자고 만나고 싶은 사람에게 연락하기도 좋은 날씨였다. 가을의 서늘함과 재즈의 따스한 선율은 더없이 조화로웠다. 10월 6일부터 8일까지 석사천 재즈 페스타가 펼쳐진 장소는 효자교~공지교~온의교로 이어지는 산책로로 기존에도 춘천시민이 많이 이용하고 행사가 열리던 곳이었다.







축제 기간 내내 물이 흐르는 징검다리 옆에는 환하게 빛을 내는 여섯 개의 대형 풍선, 작가들의 공공미술 프로젝트가 함께 했다. 사람들은 산책하는 강아지와 자전거가 오가는 길옆 잔디밭에 사람들은 돗자리를 폈다. 곳곳 재즈를 담요 삼아 사랑과 우정을 속삭였다. 자라섬재즈페스티벌에서 연계된 아티스트의 숙련된 재즈 연주는 찬 바람의 저녁 온도도 올려놓았다. 축제가 열린 공간은 평소 너무나 익숙한 나머지 그 가치를 몰랐다. 숨겨진 보석 같은 곳이라는 것을 관객들의 열기 속에서 새삼 깨달았다. 용투더썬의 분위기를 바꿔가며 질주하는 손가락. 흥이 넘쳐 까닥이는 몸짓과 악기들의 선율. 아담 벤 에즈라의 목소리와 더블베이스의 감미로운 연주, 사람들은 박수로 박을 맞추며 파동 속에서 공감했다. 온의스테이지에 올랐던 재즈 아티스트의 감미로운 연주는 높은 티켓가를 형성하고 있는 유명 재즈페스티벌 속으로 몰래 공간 이동한 기분이 들게 했다. 좀 더 오랜 시간 몰입하여 듣고 싶은 욕심이 자연스레 생겨났다. 재즈가 악기의 폭을 넓혀 포용하는 너그러운 장르이듯 석사천재즈페스타도 그랬다. 재즈페스타라고 해서 딱 하나의 장르만을 품지 않고, 많은 이들에게 무대를 나눴다. 더 넓은 무대로 가기 위해 무대가 필요한 사람들을 만날 수 있었다. 합창, 전통타악, 마임, 클래식, 코미디도 스테이지에 올랐고 20개의 체험 부스에서는 취향 찾아 삼만리가 가능했지만 재즈에 좀 더 초점을 맞춰 영상이나 교육 등 재즈를 다방면으로 알아볼 기회도 있었으면 싶었다.


전통주와 맥주 등을 즐기는 푸드존이 있어 먹거리도 함께 곁들이며 음악과 흥겨울 수 있는 시간을 가졌다. 넥타이도 허리띠도 헐거워지는 시간, 마음의 조임을 풀 수 있는 색다른 축제를 바로 우리 도시, 집에서 멀지 않은 곳에서 만나 반가웠다. 일상에서 이런 행복한 만남이 또다시 집 앞 돗자리를 펼치듯 편안하게 선물처럼 다가오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