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내 춘천시 시정소식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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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337

2019.2
#봄내를 만나다
봄내 인터뷰
'유정마을이야기' 마을기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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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면 증리 마을신문 월간 <유정마을이야기>

“마을 자산을 기록하고 마을 사람과 소통하다”













경춘선 강촌역과 남춘천역 사이 ‘김유정역’이 있다. 한국철도 최초로 역명에 사람 이름을 사용한 역으로 역 앞 실레마을이 소설가 김유정의 고향이다. 인근에 금병산과 김유정문학촌이 있는 이 마을은 몇 년 전 레일바이크가 생기면서 부쩍 관광객이 많아졌다. 또 ‘책과인쇄박물관’ 등 곳곳에 문화공간과 예쁜 카페도 많이 생겼다.


행정구역으로 신동면 증리에 해당하는 이 마을은 토박이들도 많이 살고 있지만 마을이 좋아 일부러 이주해 온 이방인들도 많이 살고 있다. 특히 문인과 미술가 등 예술인들이 많이 거주해 예술인마을로도 주목받고 있다.


언제부턴가 이 마을의 마을신문인 월간 <유정마을이야기> 에 대한 이야기가 자주 들려 왔다. 마을신문이 아주 볼만해서 마을신문을 만들고자 하는 다른 마을에 큰 도움이 될 거라는 내용이었다.


수소문해서 창간호인 2018년 6월호부터 최근에 발행된 2019년 1월호까지의 신문을 읽어보았다. ‘마을신문이 거기서 거기겠지’ 하는 생각은 큰 오산이었다. 달랑 한 장의 신문이지만 코너 하나하나가 더할 나위 없이 훌륭했다.


마을 사람들의 사는 이야기, 마을의 문화재나 역사, 금병초등학교 학생들의 동시, 마을에서 볼 수 있는 식물 이야기, 마을의 풍경을 담은 사진, 마을에서 일어나는 새로운 소식 등 모든 기사가 알차고 재미있었다. 마을기자 4명의 필력은 전문가가 울고 갈 정도.


신문의 제호는 ‘유정마을’이라는 가공의 이름을 지어 사용했다고 한다. 마을을 대표하는 김유정 선생이 연상되면서 정이 흐르는 따뜻한 느낌을 주는 이름이기 때문이라고. 현대서예의 대가라 불리는 ‘백초 박민수’ 선생이 제호도 기꺼이 써주었다.


지난 1월 6일 일요일 저녁 책과인쇄박물관 카페에서 마을 기자 4명을 만나 월간 <유정마을이야기>에 대한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책과인쇄박물관의 전용태(68) 관장이 현재 마을기자를 대표하고 있으며 김혜영(58), 어선숙(55), 이린우(29) 기자는 모두 직장인이다.





(왼쪽부터) 전용태(68) 마을기자 대표 <관장님의 고전> 코너 담당 / 김혜영(58) 마을기자 <우리 마을 우리 뜰> 코너 담당 /

어선숙(55) 마을기자 <이 사람>, <이거 아세요?>, <이 달의 마을 풍경> 코너 담당 / 이린우(29) 마을기자 <쉬어가세요> 코너 담당




Q. 마을신문을 만들게 된 계기는 무엇입니까?


어선숙 마을기자 우리 마을은 원래 기반이 농업인데 마을이 발전하면서 상업의 비중이 커졌어요. 여기저기 공사가 많아지고 새로운 주민이 많아지면서 마을 분위기도 예전과 다르고 특히 산과 들이 훼손되어 아름답던 마을이 하루가 다르게 사라지고 있는 데 대한 아쉬움이 많았어요. 하지만 오랜 시간 마을을 지켜 왔던 사람이나 새롭게 마을에 정착한 사람이나 마을에 거는 기대와 애정은 크게 다르지 않을 거라 생각했어요. 모자이크처럼 다양한 생각과 사는 방식을 서로 나누고 이해할 수 있는 연결고리가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해서 마을신문을 만들게 되었습니다.


전용태 마을기자 김유정문학촌이 있는 우리 마을에 문화시설이 하나둘 들어서고 그것이 원주민들과 어우러져서 하나의 문화 콘텐츠가 된다면 이것은 춘천의 자랑이고 우리나라의 자랑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박경리 작가의 고향인 통영 같은 경우는 예술인마을도 있고 그로 인해 관광객들이 모여드는 문화가 있죠. 우리 지역 춘천도 그에 못지않은 유산이 있는데 많이 알려지지 않아 아쉬움이 많았어요.


이린우 마을기자 저는 부모님을 따라서 이 마을에 이사 왔는데 처음에는 이 마을로 오고 싶지 않았어요. 젊은 사람들이 좋아하는 분위기는 아니니까요. 그런데 이 마을에 이사 오면서 제가 얻은 게 많았어요. 화려하진 않지만 소소한 아름다움을 많이 느끼고 있었는데 마침 마을기자 제안을 받게 되었어요. 그런 것들을 어떤 메시지나 텍스트로 풀어서 기록을 하고 싶다는 생각에 제안을 받아들이게 되었어요.


어선숙 마을기자 사라져 가는 마을의 문화나 역사 같은 자산을 모아서 비축해야 하는데 방치가 되는 것이 문제예요. 겨우 30, 40년 전만 해도 마을마다 이야기가 있고 그것들이 입으로 전해져 왔는데 요즘은 그게 안 되니까 누군가 나서서 따로 보관을 하지 않으면 안 되겠더라고요.


김혜영 마을기자 저는 섬진강 시인 김용택 선생님 글을 읽으면 그 마을에 가고 싶은 생각이 간절해져요. 자전거를 타든 걸어서든 섬진강변을 따라서 가고 싶은 마음이 솟구쳐요. 특히 벚꽃 필 때. 또 예전에 영월 김삿갓 마을에서 일할 때도 그 마을이 365일 시시각각 너무 예뻐서 그 지역의 글 쓰는 사람들이 그 아름다움을 표현하면 너무 좋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우리 춘천도 정말 아름다운 곳이 많고 또 지역에 작가들도 엄청 많은데 고장의 아름다움을 얘기하는 사람은 별로 없는 것 같아요. 마을기자가 되어서 그런 걸 좀 써보려 했는데 막상 해보니 그게 또 쉽지 않더라고요(웃음). 스스로 빈곤함을 느껴서 앞으로 마을 답사, 마을 알기 등을 계속해 나가려고 합니다.






Q. 마을신문에서 가장 인기 있는 코너는 무엇입니까?

저는 개인적으로 이린우 기자의 세련되고 깊이 있는 글이 마음에 들어 팬이 되었거든요.


이린우 마을기자 영광입니다. 저의 글을 다른 사람들이 읽어준다고 하니까 그것도 굉장히 기분이 좋고 책임감도 많이 생겼어요.


김혜영 마을기자 저도 이린우 기자의 글을 좋아해요. 글도 글이지만 만나면 저까지 세련되어지는 것 같아 기분이 좋아요. 이린우 기자는 문화관광콘텐츠가 전공이고 미술관을 주제로 논문을 써서 학위를 받았어요. 지금은 서울로 출퇴근을 하면서 미술 전문 문화예술기획 일을 하고 있죠.


어선숙 마을기자 마을신문의 최고 인기 코너는 김혜영 기자님의 ‘우리 마을 우리 뜰’이라는 코너입니다. 우리 마을에서 볼 수 있는 꽃이나 나무를 소개하는 내용입니다. 아무래도 마을이 시골이다 보니까 집집마다 마당에 꽃이 많이 피는데 그런 사계의 아름다움을 담은 글이 마음에 가 닿은 것 같아요. 마을에 오래 사신 분들은 우리 눈에는 보이지 않는 또 다른 아름다움을 느끼시는 것 같습니다.





Q. 마을신문 제작비는 어떻게 마련하나요?


매달 후원을 받아서 마을신문을 인쇄하고 있습니다. 마을기자들 모두 자원봉사라 인건비는 따로 없고 인쇄비가 호당 20만원 듭니다. 6월호는 <책과인쇄박물관> 전용태 관장님, 7월 호는 <점순네닭갈비> 유주균·조기순 사장님, 8월호는 <농협 중앙회 춘천시지부> 길천수 지부장님, 9월호는 이필영 금병초등학교 총동창회장님, 10월호는 익명의 마을 주민, 11월호는 <시루> 박현주 사장님, 12월호는 <유정부동산> 신광수 소장님, 1월호는 마을 주민 이만형님께서 후원해주셨습니다.





Q. 마을신문을 만들면서 힘든 점도 많으실 텐데요?


전용태 마을기자 저희가 기사를 기획, 취재하고 편집하는 것은 어렵지 않은데 배포하는 것이 힘듭니다. 어선숙, 김혜영 마을기자 두 분께서 가가호호 방문해서 넣어드리는데 시간도 많이 걸리고 간혹 종교단체의 전도지로 오해하는 분들도 계셔서 곤란한 경우도 발생하곤 합니다.


어선숙 마을기자 그래도 좋은 점이 훨씬 많답니다. 제가 마을기자가 아니었으면 마을 분들을 만나도 인사만 하고 지나갔을 텐데 이제는 신문을 핑계로 마을 사람들의 삶에 깊숙이 들어갈 수 있어서 너무 좋습니다.


이린우 마을기자 저는 김유정 마을을 문화관광지라고 생각하거든요. 문화를 다루면서 관광산업을 하는 것이 제 전공인데 그런 점에서 저는 마을신문이 마을 사람뿐만 아니라 관광객들도 함께 읽는 신문이 되기를 바라고 있어요. 관광객들이 우리 마을에 왔을 때 시시하다고 생각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늘 합니다. 크고 화려하진 않지만 작은 것들로 전달하는 바가 있기 때문에 김유정 마을에 와서 자기 인생을 돌아보고 여기서 뭔가 행복을 발견하고 갔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면 서 기사를 쓰고 있어요.


어선숙 마을기자 저희가 염려하는 것이 마을이 개발되면서 너무 상업적으로 매몰되는 것이 아니냐 하는 것이거든요. 마을이 너무 외형적으로만 커지는 것보다 내용적으로 풍부해졌으면 좋겠어요. 문학적인 감흥이 있고 어떤 기대감이 있는 마을이 되었으면 해요. 이를 위해서는 우리 마을만의 콘텐츠가 있어야 하는데 마을신문이 그것을 채울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전용태 마을기자 우리 마을은 세계적으로 내놓아도 손색이 없습니다. 이제 춘천시도 관광도시라고 해서 무조건 관광산업만 키우지 말고 문화에 관심을 가졌으면 좋겠습니다. 문화를 살리면 관광은 저절로 따라오는 것이 아닐까 생각하거든요. 관광은 잠깐은 즐거울지 몰라도 속이 좀 덜 차지 않나 싶어요.








Q. 마을신문을 만들고 제일 좋은 점은 무엇입니까?


어선숙 마을기자 앞서도 말씀드렸지만 마을의 문화적인 자산들이 사라지지 않고 저장되는 것, 또 마을이라는 커뮤니티가 서로 교류하는 것이 중요한데 마을신문이 매개체가 되어 그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는 점, 그 두 가지 기능을 할 수 있어서 좋습니다.





Q. <유정마을이야기>처럼 마을신문을 만들고 싶어 하는 분들께 조언 한 마디 해주세요.


어선숙 마을기자 마을신문을 만들다 보면 생각보다 조심해야 되고 어려운 것들이 있어요. 이런 얘기를 했을 때 이 사람들이 오해하지 않을까, 이런 것들이 혹시 분쟁의 소지가 되지 않을까 하는 염려들이죠. 하지만 그런 어려움보다는 보람이나 의미가 더 크니까 그런 면에서 조언을 드리자면 ‘일단 시작 해라’입니다.





Q. 앞으로 특별한 계획이 있는지요?


전용태 마을기자 마을신문을 계속 이어가는 게 가장 큰 계획입니다. 아쉬운 점은 예산이 더 많고 지면이 더 많으면 보다 많은 분들이 참여할 수 있을 텐데 그러지 못하는 점입니다. 저희 마을이 예술가 등 인적 자원이 정말 풍부한 곳이거든요. 그분들과 함께 지면을 늘려서 더 다양한 기사를 만들고 마을사람 들이 신문을 기다리게끔 하고 싶어요.


김혜영 마을기자 저도 동감입니다. 이번에는 무슨 이야기가 실릴까 궁금해하며 기다리는 신문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마을신문에 자기 이야기가 나오면 멀리 외지에 나가 있는 친구들에게 우편으로 마을신문을 보낸다는 얘기를 들었어요.


이린우 마을기자 다들 바쁘게 살잖아요. 직선으로 앞만 보고 살고 있는데 우리 신문은 어쨌든 현장을 기록하고 과거를 돌아보는 일을 하기 때문에 이런 것들의 가치를 발견하고 현재의 나를 점검해보는 사람들이 늘어났으면 좋겠습니다. 이런 글들에 많이 공감해주시면 마을마다 소식지가 많이 생기고 그게 춘천의 또 하나의 콘텐츠가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전용태 마을기자 지면을 빌어서 한 말씀 드리자면, 우리 마을은 서울이나 지방, 외국에서도 많이 오시는데 그분들이 오셔서 시간이 남으면 마을을 한 바퀴 돕니다. 아쉬운 것은 마을 안쪽으로는 인도와 차도의 구분이 따로 없어서 운전하는 사람과 걷는 사람 모두 불편을 겪는 일이 많습니다. 시에서 개천을 따라서 산책로를 만들어주시면 불편함을 덜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주말은 물론 주중에도 많은 인파가 모여드는데 마을을 방문하는 분들에게 편의를 제공하는 것도 시의 의무가 아닐까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