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내 춘천시 시정소식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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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393

2023-10
#도란도란 #봄내를꿈꾸다
#경광봉으로 안전을 지키는 한숲이편한세상 이재준 씨
아파트 안전관


정신없이 휘휘 돌아가는 빨간 경광봉. 마치 군대를 진두지휘하는 것처럼 멋진 팔 동작. 일사분란하게 움직이는 차들. 바로 춘천 퇴계동 한 아파트의 아침 주차장 풍경이다. 

3,000세대가 넘게 거주하는 대형 아파트의 복잡한 주차장이 순식간에 정리된다. 주민들의 출근길을 책임지는 사람, 바로 이재준 씨다. 

그는 왜 그렇게 주차장 교통안내를 화려하게 하시는 걸까? 크고 화려한 동작을 해야 사람들이 집중해서 쳐다본다는게 그 이유다. 요즘 운전하면서 휴대전화를 보는 사람들이 많아 주의력이 떨어진다는 것. 그래서 눈에 띄게 하다 보니 이렇게 인터뷰까지 하게 됐다며 환하게 웃었다. 


이제 이 아파트에서 그를 모르는 사람은 없다. 열정적인 교통 정리 모습에 당연히 입주민들도 잘 따를 수밖에 없다. 이재준 씨의 교통 정리는 요일에 따라 다르다. 직장인들이 월요병에 시달리는 월요일에는 조금 더 긴장감을 가지고 절도있게 안내 신호를 한다. 출근하는 사람들과 이재준씨와의 긴장감이 맴도는 날이다. 금요일은 또 다르다. 주말에 대한 기대감으로 사람들이 조금 더 여유를 가진다. 재준씨의 안내 신호도 조금 부드러워지고 얼굴에 미소도 생긴다. 그는 운행하는 차량의 속도만 봐도 금요일인지 알 수 있다고 한다. 


렇다면 이재준 씨의 하루는 어떻게 돌아갈까. 7시에 출근하여 경비실을 청소하며 하루를 시작한다. 그리고 7시 40분부터 교통안내를 시작한다. 모두 출근하고 나면 9시부터는 경비업무를 시작한다. 주변을 순찰하고 외부인 출입 통제, 게시판 게시물을 관리 한다. 집하장 정리와 오토바이 계도를 하다 보면 어느새 야간순찰 시간이다. 달빛이 바쁘게 움직이는 그의 등을 비출 때면 마침내 퇴근을 준비한다. 

2교대로 근무해야 해서 체력적으로 벅찰 때도 있지만 재준씨는 작은 것에서 보람을 느낀다. 며칠 전에는 젊은 부부가 갑자기 창문을 내렸다. 살짝 긴장하는 찰나 큰 소리로 “감사합니다.”라는 소리가 들려왔다. 재준 씨도 힘이나 큰 소리로 인사를 했다. 또 저녁엔 간식거리를 가져오는 분들도 계신다. 얼굴도 자주 못 본 분들이 초소에 들러 마음을 나누어 주시는 것이다. 인터뷰 중에도 재준씨는 주차장 입구 차단기를 조작하며 전화를 받는 등 업무로 바빠보였다. 작고 별 볼 일 없는 일이라며 쑥스러워하시는 그의 이야기를 듣다보니 어쩐지 우리 사회는 이런 사람들 덕분에 돌아가는 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한편 이 아파트에서는 경비원이라는 호칭대신 안전관으로 불린다. 호칭은 단순히 상대방을 부르는 것을 넘어 존중과 배려의 의미를 담고 있다. 이재준 안전관님의 오늘 하루에 힘껏 응원을 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