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내 춘천시 시정소식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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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393

2023-10
#봄내픽 #봄내를즐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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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의 책 소개

#BOOK

쏟아지는 책들 속에 선택의 고민을 덜어드립니다. 깊이있는 책읽기, 봄내와 함께 해요.







옛길에서 만나는 적멸

신용자




춘천을 한 바퀴 돌 수 있는 멋진 길 ‘봄산이(봄내 산책로 이음길)’을 찾아내 봄내 소식지 필진으로 활약했던 신용자 작가의 신간 <옛길에서 만나는 적멸>이 출간됐다. 스스로를 길미녀(길에 미친 여자)라고 부르는 저자가 이번에는 ‘적멸보궁’이라는 생의 화두를 던졌다. 신라 장자율사가 창건한 ‘적멸보궁’은 부처님의 진신사리가 보관된 사찰이다. 작가는 국내 5대 적멸보궁을 찾아 2,000리 길을 걸었다. 옛길을 좋아하는 작가는 사찰에서 만난 진신사리보다 더 진귀한 것은 길 안에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사찰을 품고 있는 산들이 그를 반겼고, 옛사람들의 삶이 묻어있는 길에서는 삶의 진솔함과 가벼워지는 법을 깨닫는다. 홀로, 때로는 도반들과 걷는 여정 자체가 깨달음의 공간이자 적멸보궁이었다고 작가는 고백한다. 언젠가 이 길이 산티아고에 버금가는 순례길이 될 수도 있지 않을까 슬며시 기대해 보게 되는 책, 일독을 권한다.


출판사   문화통신

금액   2만2,000원











아버지의 해방일지

글 정지아




‘아버지가 죽었다. 전봇대에 머리를 박고’ 정지아 작가가 32년만에 낸 장편소설 「아버지의 해방일지」 는 첫 문장부터 인상적이다. 소설은 ‘전직 빨치산’ 아버지의 죽음 이후 3일간의 시간만을 현재적 배경으로 다루지만, 장례식장에서 얽히고 설킨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해방 이후 70년 현대사의 질곡이 생생하게 드러난다. 이러한 웅장한 스케일과 함께 손을 놓을 수 없는 몰입감을 동시에 안겨주는 것은 저자만이 가능한 서사적 역량이다. 그러나 이 소설의 묘미는 어쩌면 ‘가벼움’에 있다. 이 책은 진중한 주제 의식에도 불구하고 ‘각 잡고’ 진지한 소설이 아니다. 구례의 구수한 입말로 풀어낸 일화들은 저마다 서글프지만 피식피식 웃기고 “울분이 솟다 말고 ‘긍게 사람이제’ 한마디로 가슴이 따뜻”해진다. 「아버지의 해방일지」엔 말로 형언하기 힘든 그런 힘이 있다. 어쩌면 이것은 ‘빨치산 아버지’와 ‘빨치산의 딸’은 물론 우리 모두의 해방일지인지도 모른다.


출판사   창비

금액   1만2,000원












생각하는 여자는 괴물과 함께 잠을 잔다

정말옥




가부장제는 여성의 욕망을 배제하고 터부시했으며, 여성들은 오랜 세월 억압된 욕망을 끌어안고 잠들어야 했다. 여성주의 행동가이자 시인 ‘에이드리언 리치’는 그것을 ‘괴물’이라 불렀다. 존재가 억압된 채로 여성들은 무언가를 욕망했고, 사유의 모험을 시작했다. 자신의 언어로 자기 존재를 규정하고 또 세계를 이해하고자 했던 여성 철학자들이 품고 있던 ‘괴물’은 무엇이었을까? 책은 압제자의 언어에서 새로운 말과 사유를 길어 올린 여성 철학자들 6인을 다룬다. 이들은 어떤 하나의 주제를 끌어내기 위해 선택된 것이 아니다. 각각의 사상을 깊이 있게 다루기엔 얇지만, 멋진 인물들의 멋짐을 널리 소문내고 싶은 마음으로 기획되고 쓰였다고한다. 저자는 말한다. 이들 중 누구의 어떤 말, 어떤 태도, 어떤 생각이든, 짧더라도 단단하게 독자의 마음에 남기를 바란다고.


출판사   봄알람

금액   1만2,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