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천시 인구가 최근 5년간 5000여명을 넘어서면서 목표인 인구 30만을 앞두고 있다. 인구의 꾸준한 상승은 유입인구 때문이다. 사람들은 어떤 이유로 춘천으로 삶의 터전을 옮기는 것일까. 2023년 ‘봄내’에서는 춘천으로 이사 온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보기로 했다. <편집자 주>
오종현(소양로, 36세) 씨는 춘천에 이사와 음악학원을 연 지 3년이 되어간다. 아내가 춘천을 좋아해 함께 여행하며 춘천의 매력에 빠졌고, 5~6년간 여행 다니다가 2020년 ‘마침내’ 춘천시민이 되었다. “처음 여행하러 와서 머물렀던 숙소가 옥천동에 있었어요. 밤에 시내를 산책하는데, 아무도 걷지 않는 건널목 앞에 자동차들이 기다리고 있는 걸 봤어요. 작은 신호등을 지킨다는 게 신기하고 인상 깊었죠. 그 모습이 춘천에 마음을 빼앗기게 된 첫 번째 이유예요.”
실용음악과 신학을 전공한 오 씨는 음악하는 목사가 되고 싶었다. 두 가지 공부를 병행하다가 음악 교육에 조금 더 뜻을 두게 됐고, 대학교 졸업 후 서울 잠실에 위치한 음악학원에서 6년간 레슨을 해왔다. 하지만 좋아하는 곳에 좋아하는 일을 하러 가는 출근길부터 열불나는 자신을 발견했다. 교통 체증과 화난 듯한 자동차들의 뒷모습을 보며 그런 분위기를 닮아가는 게 싫었다고 한다. 일터에 도착하면 하루를 시작하기도 전에 진이 빠졌다. 자연스레 건강도 나빠졌다. 그렇게 ‘춘천에 살면 좋겠다’는 생각이 서서히 ‘한 번 가볼까?‘로, ’가자!‘로 변했다. 집은 봉의산과 소양강이 가까운 소양로로, 음악학원은 차분하고 고즈넉한 분위기의 요선동 골목으로 정했다. 그렇게 부부는 조금씩 상상을 현실로 만들어 갔다.
남편 오종현 씨는 기타와 보컬을, 아내 이원혜 씨는 피아노를 가르치기 시작했다. 부부는 ‘친구 집에 놀러 가서 음악을 배우는 느낌’ 을 주기 위해 따뜻하고 편안하게 음악공간을 만들었다. 이런 음악 공간을 좋아하는 이들이 하나둘 늘어나면서 부부 두 명만으로는 수업하기가 벅찼다. 오 씨는 대학교에서 함께 음악 공부를 했던 친구들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친구들은 이 부부가 춘천에 있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오산, 안양, 수원, 부천에서 한걸음에 춘천으로 달려와 주었다. 약속한 건 아니지만, 5개월 전 마지막으로 이사 온 친구까지 네 명 모두 차례대로 춘천시민이 되었다. 지금은 여섯 명의 음악 선생님이 함께 꾸려나가는 음악학원이 되었다.
오 씨는 춘천에 이사 오고 나서야 강과 산이 가까이 있다는 게 본인한테 중요하다는 걸 깨달았다고 한다. 머리가 시끄럽거나 마음이 복잡하면 소양교 근처 강가에 가서 한참을 서성이다 온다고. 물끄러미 바라보다 보면 마음이 차분해지고 풍경만으로 위로받는다. 봉의산을 자주 오르며 운동할 마음의 여유도 생겼다. “춘천은 뭐라 말하기 힘든 춘천만의 분위기가 있어요. 좋아하는 과자를 주머니에 챙겼다가 친구에게 가져다주는 마음, 춘천은 그 마음을 닮았어요. 따뜻함, 정이 느껴져요. 이웃끼리 마음을 나누는 다정함에서 힘을 얻는답니다.”
오종현 씨는 춘천의 다정함과 자연이 주는 위안을 마음에 차곡차곡 쌓으며 오늘도 출근길에 나선다.
< ➊ 2017년 공지천에 놀러왔다가 플리마켓에서 찍은 흑백 기념 사진 >
< ➋ 2020년 춘천으로 이사오고 첫 크리스마에 찍은 가족 사진 >
< ➌ 상중도 배터에서 찍은 친구들과 오종현 씨 >
< ➍ 자주 오르는 봉의산에서 오종현, 이원혜 부부 >
< ➎ 음악학원의 따스한 분위기를 닮은 나무 간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