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랑이가 만난 봄내 청년 ①
누군가의 소중한 순간을 담는 일
화양연화(花樣年華)라는 말이 있다. ‘인생에서 가장 아름답고 행복한 순간’을 의미한다. 우리는 이 ‘화양연화’를 오래도록 기억하고자 사진을 찍는다. 찰나의 순간을 영원히 담아두기 위해서 말이다.
강원대 영상문화학과 졸업을 앞둔 김효주(25) 양은 사진에 대해 이야기할 때면 유난히 두 눈을 반짝거린다. 사진을 찍을 때 가장 행복하다는 그녀. 사진관을 운영하시는 아버지의 일을 도왔던 게 그 시작이었다. ‘사진의 매력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그녀는 이렇게 대답한다.
“영정사진을 찍으러 오신 할머니, 가족사진을 찍으러 온 가족들, 이력서를 위해 증명사진을 찍는 학생. 아빠가 이분들의 시간을 담는 일을 한다고 생각했어요. 사진은 흘러가는 시간을 기록하는 매체예요. 그 순간의 공기, 피사체, 그리고 삶을 담아내는 일이죠. 누군가의 소중한 순간을 담는다는 것이 가장 큰 매력이라고 생각해요.”
틈틈이 여행을 다니며 견문을 넓혔다. 그뿐만 아니라 서울의 스튜디오를 찾아다니며 화장품, 음식 등 광고 사진을 배우기도 했다. 쪽잠을 자고 강도 높은 업무를 하며 지치기도 했지만 마음만큼은 뿌듯했다. 사진 한 장을 위해 이리저리 발품을 팔고 밤을 새워 소품을 만들던 시간조차 행복했다. 그러나 직업으로 삼기까지 수도 없이 많은 고민을 했다.
“사진관에 있으면서 손님들에게 칭찬을 받을 때마다 기뻤어요. 좋아하는 일을 인정받을 때 가장 기분이 좋잖아요. 하지만 취미였을 때와 달리 책임감을 견디는 게 가장 어려웠어요. 취미는 저 혼자 만족하면 되지만 일이라면 손님까지 만족해야 하니까요. 고민을 많이 했지만 방에 산더미처럼 쌓여있는 사진과 잡지들을 보고 마음을 굳혔습니다. 제가 사진을 얼마나 좋아하는지 깨달았거든요.”
그러나 일과 학업을 병행하던 그녀는 삶으로부터 도피하고자 여행을 떠났다. 바로 말레이시아 교환학생이다. 사진 유학을 한다면 보통 떠올리는 것이 프랑스, 독일 등 유럽 국가이기에 큰 기대 없이 떠났다. 그러나 말레이시아 아이들의 순수함과 자유로운 사고방식에 매료되어 오히려 영감을 받는 계기가 되었다. 그녀의 사진 속에서 인물의 자연스러운 표정과 카메라 뒤에 숨은 따뜻한 눈빛을 읽을 수 있는 것도 이 덕분이다.
2시간 동안 이어진 인터뷰가 끝나 갈 때쯤 마지막으로 물었다. 어떤 작가로 기억되고 싶냐고. 곰곰이 생각하더니 입을 열었다.
“저는 인물사진을 가장 좋아해요. 주름, 색깔, 상처처럼 몸에 남은 흔적들을 따라가다 보면 그 사람이 어떻게 살아왔는지 생각하게 되거든요. 단순히 사진을 잘 찍는 작가가 되고 싶지 않아요. 사람의 그리고 삶의 소중함을 담을 줄 아는 작가로 기억되고 싶어요.”
글 김화랑(봄내 청년기자·강원대학교 신문방송학과 3학년)
비뚤어진 반항아를 취재하는 잡지 를 출간하고 대학에 입학했다.‘뱅뱅클럽’이라는 미디어 프로덕션에서 대표로 지냈다.
여행을 너무 좋아한 나머지 오토바이로 14개국을 횡단한 후 또다시 모험의 기회를 노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