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
쏟아지는 책들 속에 선택의 고민을 덜어드립니다. 깊이있는 책읽기, 봄내와 함께 해요.
너라는 생활
글 김혜진
여성학자 정희진은 우리 사회의 피로감과 절망 감을 직면하는 김혜진의 소설을 두고 ”몹시 윤리적이고 총명한 작가를 만나 행복하다“라고 상찬했다. 이 책에 실린 이야기들은 모두 ‘너’라는 대상에 대한 입체적인 시각을 담아냈다. 8편의 단편 소설 속 ‘너’와 ‘나’는 모두 다른 사람이지만 모순적이고 복합적인 존재라는 지점에서 하나같이 닮았다. ‘너’는 사소한 것 하나 놓치지 않을 만큼 섬세하게 마음을 쓰지만 그래서 종종 공과 사의 경계를 무너뜨리는 사람, 마음을 지나치게 쓰는 까닭에 일과 생활의 경계를 흐트러뜨리는 사람, 모든 사람의 말을 귀 기울여 들으면서도 정작 가장 가까이에 있는 나의 목소리는 무시하는 너라는 존재. 책을 읽는 동안 머릿속에 ‘너’와 ‘나’에 대응할 만한 수많은 얼굴이 스쳐 갈 것이다. 책장을 덮고 그들에 대해 생각해본다. 그리고 가만히 묻는다. ‘나’는 어떤 사람이었을까.
출판사 문학동네
금액 1만3,500원
우아한 일기장
글 한정우
춘천 출신 한정우 시인의 첫 시집 ‘우아한 일기장’이 발간됐다. 김밥집을 운영하는 시인은 “먹고사는 일이 우선이라 남들보다 늦게 시작했지만 주 6일 하루 15시간의 고된 노동을 견디면서 지난 5년 동안 치열하게 시를 썼다”며 첫 시집을 펴낸 소감을 밝혔다. 운명처럼 찾아온 시가 시인의 숨통을 틔웠다. 김밥을 말면서 詩를 말았고, 잠을 자면서도 詩를 꾸고 詩를 썼다는 시인의 고백을 읽으며 스웨덴의 청소 노동자이자 작가인 마이아 에켈뢰브의 ‘수없이 많은 바닥을 닦으며’라는 책을 떠올렸다. 이혼 후 청소라는 힘들고 고단한 노동으로 다섯 아이를 키우는 와중에 책을 읽고 글을 쓰던 에켈뢰브와 시인이 겹쳐 보였던 이유는 다음과 같다. 글쓰기가 세상을 구원하지는 못하지만, 할 수 있는 것이 그것밖에 없어 간절히 쓰는 사람만큼은 구원할 수 있다는 사실을, 그 한 명 한 명의 구원이 더해질 때 세상도 조금씩 움직인다는 사실을, 이 책은 믿으라는 말도 없이 믿게 만든다.
출판사 달아실
금액 1만원
이토록 평범한 미래
글 김연수
소설집의 표제작인 ‘이토록 평범한 미래’에는 ‘재와 먼지’라는 시간 여행을 다룬 소설이 등장한다. 한 연인이 그들의 사랑이 끝나감을 깨닫고 동반 자살을 택한다. 그런데 그 순간 두 번째 삶이 시작된다. 달라진 건 시간이 역순으로 흐른다는 것. 시간을 거스르다 연인은 그들이 처음 만났던 그 순간을 찾는다. ‘이토록 설레며 우리는 만났던가’. 둘은 이 사실을 깨닫자마자 오랜 잠에서 깬 듯 벌떡 일어나 서로를 바라본다. 이 책은 ‘과거가 아니라 미래를 기억해야 한다’ 는 말로 끝난다. 박혜진 문학평론가의 말처럼 “미래는 가장 평범한 모습으로 우리의 현재에 이미 존재하고 있다”는 뜻이다. 이는 소설집을 관통하는 메시지다. 이 책은 미래를 상상하는 일의 아름다움에 대해, 그리하여 궁극적으로 우리가 ‘희망의 방향’을 찾는 일에 대해, 소설이 할 수 있는 가장 최선의 방식인 이야기를 통해 일깨운다.
출판사 문학동네
금액 1만4,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