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내 춘천시 시정소식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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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391

2023-08
#도란도란 #봄내를꿈꾸다
#2023 물 좋은 도시, 물 만난 춘천
어떤 물놀이에는 의미가 있다
문화 리뷰




여름이 왔다. 한때 어떤 이상한 말이든 ‘여름이었다’만 끝에 붙이면 왠지 아련해지고 청춘 드라마가 펼쳐지는 느낌이라 네티즌들이 유행처럼 사용했다. 쨍하고 무더운 여름엔 다른 계절이라면 하지 않았던 행동을 하기 마련이다. 얼음 동동 띄운 미숫가루, 콩국수가 생각나고 차가운 수박 한 입이 간절해지기도 한다. 특히 어린이들이라면 곳곳에서 펼쳐지는 물놀이를 빼놓을 수 없다. 


‘2023 물 좋은 도시, 물 만난 춘천’은 ‘춘천이 호반의 도시라고 불리는데 그 물을 활용한 행사는 없을까’라는 물음에 답이 된 축제다. 춘천의 호수자원을 이용한다는 점에서 춘천만의 물놀이라고 할 수 있다. 6월 24일부터 7월 2일까지 9일간 열렸는데 장소가 바로 우두교 수변공원이다. 진입로가 강 다리 밑이라, 강물을 바라보며 걸어 들어가게 되고, 입구에는 웅크리고 앉아있는 형태의 거대한 하늘색 바람 풍선 작품이 사람들을 반겼다. 물놀이장까지 다다르는 길에는 이덕용 작가와 아빠들이 함께 만든 뗏목을 타는 체험을 할 수 있었다. 아주 잠시 구명조끼를 입고 뗏목을 잠시 타는 경험인데다가 물 깊이도 어른 무릎 높이 정도라 익사이팅 체험까진 아닐꺼라 생각했는데 어린이들의 반응은 달랐다. 물놀이 장소에 다다르기 전부터 두근거리는 설렘을 확장하는 과정은 체험 전시를 관람하는 것과도 비슷했다. 


풀장은 영아와 어린이를 모두 고려해 물 깊이가 다르게 준비되어 있었고 소양강 물로 채워졌다. 아이들은 그 안에서 행복을 만끽하고 있었다. 서로 준비한 물총과 튜브를 이용해 나만의 짜릿한 여름을 만들어내는 모습을 보며, 보호자들은 발걸음한 뿌듯함을 느꼈다. 나무가 우거지고 가지가 흐드러지게 뻗어있는 자연 속에서 열린 물놀이는 반듯하고 화려하진 않았어도 또 다른 가치가 느껴졌다. 해가 갈수록 화려해지는 물놀이시설에 가기 위해서, 그 안에서도 멋진 먹거리, 놀거리를 위해 자꾸 열어야 하는 얄팍한 지갑의 사정이 아프게 느껴지는 보호자들에게도 작은 휴식이었다. 물놀이존 옆에는 교육존과 공연존이 함께 있어 생태 물놀이터 이용 전후에도 다른 콘텐츠들을 즐길 수 있어 다채로웠다. 


올여름 느닷없이 찾아온 도깨비장마는 9일간 열린 생태물놀이장에도 영향을 끼쳤다. 비가 오지 않는 이틀을 참가했는데, 비 온 뒤에는 훅 불어난 입구의 강물 깊이에 놀랐다. 이로 인해 배로 하천 건너기 체험을 멈추는 것을 보며 자연의 물을 이용한 축제는 의미를 찾기 위해 변수가 많은 상황 속에서 더 어려운 길을 걷는 일임을 느꼈다. 폭우와 폭염이 번갈아 가며 찾아오는 도깨비장마 속에서 많은 이들의 고군분투로 열린 물 축제. 더욱 진하게 만났던 춘천의 여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