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경란 화가는 서울이 고향이지만 남편 직장을 따라 34년 전에 춘천에 정착했다. 원창고개 언저리에 자리한 집에서 일상을 꾸려오고 있다. 산업디자인을 전공한 박 화가는 강원대학교에서 다시 서양화를 전공하는 등 물감과 붓을 놓지 않았다. 남편이 출근하면 자신의 밭에서 고추와 감자 등 소소한 농사를 짓고 그림을 그리면서 일상을 즐겼고, 틈틈이 그림과 글을 쓰면서 만족해하던 춘천 생활.
그랬던 박 화가가 이제는 꿀벌 농부 화가와 양봉 전문가로 불리고 있다. 자신도 꿀벌을 치고 있으리라 생각하지는 않았단다. 양봉의 시작은 우연이었다. 10년 전 지인이 선물로 준 벌통에서 알이 부화하는 모습과 꽃에서 꿀 모으는 과정을 인상 깊었다. 흥미와 관심을 두다 보니 지금은 벌통이 100여 개로 늘어나 매년 꿀을 따고 있다. 이웃들은 이제 벌을 치면서 그림을 그리는 그를 꿀벌 농부 화가로 칭하고 있다. 처음에는 벌에 쏘이는 것은 물론 벌통이 늘어갈 때 많은 시행착오를 겪었다. 그리고 농업기술센터에서 꿀벌의 생태와 습성은 물론 채밀 기술 등을 꾸준하게 공부하고 있는 박 화가. 지난해부터 시작된 꿀벌 실종사태로 힘들기도 했지만 성실함과 긍정적인 성격으로 이를 극복하고 있다. 이상고온으로 꽃이 빨리 피고 채집할 꿀과 화분이 매년 부족한 상황이다. 하지만 박 화가의 꿀벌들은 벌통에 꿀이 가득하다. 양봉에 대한 부족한 부분을 찾아 공부하고 노력해 이제는 어엿한 전문가로 꿀을 채집하고 있다.
농사를 짓고 벌을 치면서 힘들법한데 얼굴은 꽃처럼 환한 미소를 머금고 있다. 박 화가는 직장인 못지않은 분주한 하루를 보내고 있다. 도시 출신으로 농사와 무관했던 일상에서 그림, 글에 이어 꿀벌 농부 화가로 바쁜 하루를 보내고 있다. 아침에는 벌과 함께 저녁에는 집 한쪽에 마련한 작업실에서 그림을 그린다. 그리고 자신의 일상에서 글감을 찾아 쓰고 있다. 꿀벌 농부 화가로 살면서 재작년에는 개인 전시회를 열기도 했다. 꿀벌은 친구로 일상 하나하나가 그림과 글의 소재가 되어 행복하다는 박 화가. 수필 동인지인「춘천 수필」표지화를 15년째 그리는 등 재능도 나누고 있다. 꿀벌과 오래도록 이어지도록 삶을 위해 노력한다는 박 화가. 그의 소망은 꿀벌 농부 화가로서 밀원의 숲을 가꾸는 것이란다. 사람과 자연이 공존하는 환경을 꿈꾸고 있다. 또 하나는 자신의 그림책을 세상에 선보이는 계획을 하고 있다. 그날을 위해 시간 틈틈이 밑그림과 색칠에 여념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