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내 춘천시 시정소식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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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336

2019.1
#봄내를 즐기다
명예시민기자가 만난 우리 이웃
치매 시어머니 사진 찍는 '참 예쁜 사람' 이윤재옥 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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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 가족이 함께 도우면 치매 가정도 행복할 수 있어요”



그녀를 만난 건 어느 사진모임에서였다. 모두들 돌아가며 자기소개를 하는 시간 ‘치매에 걸린 시어머니의 모습을 매일매일 찍고 싶어서’라고 말하는 그녀의 모습은 매우 인상적이었다.

효자동에서 94세 치매 시어머니와 오순도순(?) 살고 있는 이윤재옥(57세) 씨가 바로 그녀다. 시어머니와 함께 산다는 것도 이슈가 되는 요즘 몸이 불편하신 분이라면 말해 무엇할까.


“‘정’때문이죠. 34년 전에 첫아이를 집에서 출산했어요. 그 당시 건강보험이 제대로 있었나요? 5형 제 중 넷째였던 남편이 나고 자란 집에서 출산을 하기로 했죠. 물론 시어머님이 산파 노릇을 해주셨고요. 저는 아이를 손수 받아주신 그날이 마치 운명처럼 생각돼요.”

이윤재옥 씨의 시어머니는 12년 전 치매진단을 받았다.


“하늘이 무너지듯 눈앞이 캄캄했죠. 시어머님의 일상생활이 너무 이상해서 받은 검사였는데 치매라니…. 치매에 걸린 시어머님이 있다고 달라지는 일상생활은 크게 없었지만 저는 그동안 다녔던 직장생활은 접어야 했어요.


대신 시간제로 일하는 요양보호사일을 하며 시어머님과 생활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았죠. 요양보호사 일을 하면서 보람을 많이 느껴요. 시어머니를 돌보며 느낀 경험으로 다른 어른들을 돌보게 되니 자연히 시어머니를 모시는 일이 더욱 귀하게 여겨지더라고요.”

이야기를 하는 동안 얼굴에 미소가 떠나지 않는다. ‘참 예쁜 사람’이구나 절로 생각하게 된다.


“처음 시어머니는 가족들을 도둑이라고 의심하시더라고요. 가족 어느 누구도 이게 치매증상이라고 생각하지 못했어요. 주변에서 치매를 본 적이 없다 보니 가족 간의 갈등도 엄청나게 컸죠. 지금이야 망상이나 섬망이라는 치매 증상의 일종이라고 알지만 당시는 너무 힘든 일들이 매일 반복되어 포기할까 마음먹은 적도 한두 번이 아니죠. 지금도 TV를 보시면서 북한에 불이 났다거나 부산이냐고 수없이 물고 보시곤 해요. 그럼 저는 무조건 친절하게 ‘네’라고 대답하며 웃는답니다.


남들이 보면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할지 몰라도 이해하지 못할 세상에 계신 시어머니를 향해 가족 모두는 초긍정적인 얼굴로 웃으며 대해요. 정말 많은 변화죠. 이 밖에도 미처 다 얘기하지 못하는 일들이 많아요. 결론적으로 말씀드리면 치매는 온 가족이 함께 도움을 주며 살아야 예쁜 치매로 진행된다는 것을 알게 됐어요. 시어머니를 지금까지 모실 수 있었던 것도 온 가족이 함께였기에 가능한 일이었어요. 모두 감사하고 고맙답니다.” 고령화가 되어 갈수록 치매에 대한 우려 또한 높아지고 있다. 그녀가 살고 있는 효자동만 해도 마을 20가구 중 4가구나 치매가족과 살고 있다고 한다.



“치매 부모를 모시는 자녀에게는 좀 더 좋은 정책을 폈으면 좋겠어요. 가령 가족요양비를 현실화하여 부양하는 데 어려움이 없었으면 합니다. 저희 같은 경우는 저희 가족이 온전히 부양을 하는데 다른 가족은 관심이 없답니다. 그렇다고 강제로 할 수 없는 일이다보니 어려움이 많아요.


저 같은 경우는 다행히 요양보험으로 치매가족 돌봄 서비스의 하나인 가족요양을 하고 있어 적잖은 힘이 됩니다. 치매 진단을 받으면 보건소에서 치매 약재비와 기저귀를 지원하는 하편 치매가족 자조모임을 운영해요. 함께 고민을 나누고 어려움을 토로하는 모임이 많이 의지가 되요.”


‘한 사람의 인생을 온전히 책임지고 돌아가시는 날까지 돌봄을 하겠다고 선택하게 된 지금이 가장 행복한 시간’이라는 그녀는 돌봄이 필요한 시어머니와 온전한 시간을 함께하기로 결정하면서 스스로가 대견하고 가치 있음을 느낀다고 한다.


사람마다 삶의 가치를 매기는 기준이 다르다. 따라서 행복을 찾는 방법도 제각각이다. 이윤재옥 씨는 자신만의 ‘소확행’을 찾은 것 같다. 2019년에도 그녀의 ‘소확행’이 계속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