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내 춘천시 시정소식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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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389

2023-06
#도란도란 #봄내를꿈꾸다
#춘천시립교향악단 특별연주회 패밀리콘서트
#제101회 어린이날 기념 ‘춘천시 어린이 대축제’
#2023 어린이날 국립대학 육성사업 강원愛들 페스티벌
폭풍우 치는 어린이날
문화 리뷰




“얘기 들었어요? 어린이날에 폭풍우가 친대요.” 


음성으로 듣는 ‘폭풍우’라는 말이 생경했다. 폭풍우라는 단어를 사용하는 빈도가 워낙 낮아서 그렇다. ‘폭풍우 치는 밤에’라는 동화를 떠올렸다. 폭풍우 치는 밤, 늑대 ‘가부’와 염소 ‘메이’가 친구가 된다는 이야기다. 보이지 않는 상태에서 편견 없이 친구 관계를 맺고 나니, 맑게 갠 날 다시 만나 많은 어려움을 겪으면서도 그들은 친구 관계를 이어간다. 


날씨 이야기를 듣고도 크게 고민하지 않았다. 실내를 찾으면 되지 싶었다. 5월 4일은 춘천문화예술회관에서 열린 춘천시립교향악단 패밀리콘서트 공연을 관람했다. 5살 아이는 화면에서 쉴 새 없이 모래 그림이 바뀌니 눈을 떼지 못했다. 엄마의 마음에는 그 나이대에 자주 보기 드문 클래식 공연인 만큼 시선의 끝이 무대 위 오케스트라였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데, 영상 매체에 익숙한 아이 입장에선 모래 그림만큼 신기한 것이 없었나 보다. 송연희 성우와 김하준 샌드 아티스트의 손길로 집중력이 짧은 아이들의 시선을 확 사로잡았다. ‘피터와 늑대’는 작년과 같은 내용이었기에 다음 해에는 다른 내용도 만나고 싶다. 


많은 근심을 줬던 일기 예보와 달리 어린이날 아침엔 보슬비가 내렸다. 호반체육관에서 열린 ‘춘천시 어린이 대축제’로 향했다. 4년 만에 열리는 행사라 기대가 컸는데, 무대에서는 합창과 버블 공연 등이 차례로 진행되었고 장내에는 많은 기관들이 현장부스를 운영 중이었다. 더 오랫동안 머물 수 있도록 체험이 다양했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생기던 차에 맘카페에 올라온 추천 글을 읽고는 발걸음을 옮겼다.


춘천교육대학교에서는 매년 어린이날을 맞이해 학생들이 주체적으로 행사를 연다. 온라인 글을 보고 장소를 옮긴 부모들이 많았는지 댓글에도 짧은 시간에도 알차게 놀아 좋았다는 감상이 이어졌다. 호패, 열쇠고리, 퍼즐, 화분 만들기 등 20개의 프로그램이 펼쳐졌다. 빗줄기가 굵어지는 와중에도 미래의 선생님과 아이들의 공간에선 흥분의 열기가 느껴졌다. 


비가 왔어도 하루가 풍성했다. 전국 곳곳 어린이날 행사를 진행했겠지만, 춘천은 무엇보다 각 장소 이동시간과 교통체증이 적다는 이점이 있다. 동시다발로 행사가 열리는 날은 뷔페처럼 차려진 행사를 만끽할 수 있다. 


어린이들에겐 그야말로 폭풍우 치는 시기의 문화생활이다. 클래식은 마냥 어려울 것이라는 편견도 없고, 만들기를 하는데 어른 같은 주저함도 없다. 마음만 맞으면 늑대와 염소처럼 모든 장르와 친구가 된다. 어릴 때 만끽하는 문화생활은 자연스레 삶의 패턴을 만든다. 봄비를 맞은 싹이 울창해질 때까지 춘천에서는 언제나 어린이들에게 문화의 비가 내리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