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인간은 죽지 않는다
인류는 새로운 세상을 향해 좌회전 중이다.
수렵채집사회(구석기 시대)에서 농경사회(신석기 시대)로의 회전 후 일만년 만의 회전이다.
지금까지 운전석을 비치던 태양이 정면에서 비치기 시작했다. 불과 몇 년 사이에 벌어진 일이다.
이로써 생기는 변화는 어떤 것일까?
내일은 이미 왔는데, 우리는 어제에 살고 있는 것은 아닐까?
미래는 이미 도래했는데, 아직도 농경사회 방식으로 살고 있는 것은 아닐까?
1903년 12월 17일, 인류는 최초의 비행을 했다. 비행시간 12초, 비행거리 36.5m, 시속 10.9㎞. 라이트 형제의 형인 윌버(Wilber wright 1867-1912)가 탔다. 그날 네 번의 시험비행 중 마지막 비행에서 최고기록이 나왔다. 59초, 244m. 첫 비행 후 불과 몇 시간 만에 체공시간 다섯 배, 거리는 여섯 배가 넘는 발전이 이루어진 것. 2년 뒤, 38분을 날아 45㎞를 비행한다.
10년 후인 1차 대전(1914-1928)에 공군이 등장한다. 30년 후인 1947년, 음속 돌파. 20년 후인 1969년, 인류는 달에 다녀왔다. 1972년 발사된 파이어니오 10호가 1983년 태양계를 벗어났다. 최초 비행 후 80년 만이다. 2018년 8월에 발사된 파커 우주선은 지금 태양을 향해 가고 있다. 민간인 상대 본격 우주여행은 3년 후인 2022년부터 열린다. 이를 위해 후년에 우주호텔이 발사된다.
15년 전, 백내장으로 눈이 멀어 가던 나는 간단하게 수술하고 지금은 돋보기 없이 책을 본다. 2013년 여름, 전립선암 수술을 했다. 입원해서 퇴원까지 단 요만큼의 통증도 없었다. 처음해 보는 일주일 동안의 병원생활은 오히려 재미있었다. 암수술은 ‘술이 엄청 늘었다’는 후유증과 함께 ‘경험 많은 의사보다 신기술을 익힌 의사가 유리하다’는 교훈을 남겼다.
4만 년 전부터 1만 년 전까지의 인류인 크로마뇽인의 평균수명은 18세였다. 2,500년 전인 그리스로마 시대는 25세. 80년 전인 1942년, 우리 반도의 평균수명은 42세였다. 지금은 80세가 넘는다. 80년 만에 40년이 늘었다. 성서 창세기에는 900년을 넘게 살았던 아담, 셋, 에노스, 게난, 야렛, 므두셀라, 노아가 나온다. 므두셀라는 가장 오래 산 사람으로 969년을 살았다.
의술의 발달로 수명이 연장되고 있다. 현재의 의술은 불치병을 고치지는 못해도 죽지 않게는 할 수 있다. 그래서 환자의 사망일을 가족들이 정하는 경우도 있다. 일만년 동안 서서히 상승하던 수명 상승의 그래프가 21세기 들어 가파르게 선다. 이를 ‘수명곡선의 수직화’라고 한다. 라이트 형제의 비행기만큼이나 눈부시게 발전한 의술 덕분이다.
2013년 할리우드 스타 안젤리나 졸리가 멀쩡한 유방을 절제했다. 여섯 아이의 엄마로 건강한 여성미의 상징이던 그녀가 스스로 가슴을 떼어낸 것. 검사 결과 브라카(Braca) 유전자에 위험요인이 있음이 확인되었기 때문. 외가 쪽 여성들은 대부분 유방암으로 죽었고, 졸리도 그 유전자를 물려받았다. 유방암에 걸릴 확률 87%였다. 2015년에는 난소와 나팔관을 절제했다. 역시 예방적 차원의 제거였다.
불치병 퇴치와 젊음으로의 회귀
게놈(유전체) 연구의 발달로 생명현상이 밝혀지고 있다. 이로써 암 등 수많은 불치병을 치료할 수 있는 길이 열리고 있다. 졸리의 경우는 벌써 옛날 이야기다. 유방 절제 대신 유전자 조작이라는 간편한 방식으로 대체될 것이다. 현재 구글은 500살까지 수명을 연장하는 연구를 진행 중이다.
2013년 9월,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지 커버스토리는 ‘구글이 죽음을 극복할 수 있을까?’였다. 결론은 ‘극복 한다’였다. 죽음은 기술의 문제였다. 인류는 죽음의 메커니즘을 파악했다. ‘2050년경이면 인간은 질병으로 죽지 않는다.’ 미래학자 대부분이 동의한다.
그러니까 이제 30년 후면 인간은 죽지 않는다. 아니 오히려 젊어진다. 2016년 8월, 일본 국립장수연구소는 유전자 조작으로 쥐의 폐를 젊게 하는 데 성공했다. 사람들에게 적용하기 위한 실험이다.
지금 우리 삶은 상상을 초월한 빠른 속도로 변하고 있다. 경험과 지식 축적으로 인해 가속이 붙었기 때문. 내일은 더욱 큰 변화가 대기하고 있다. 미래 10년은 과거 100년 혹은 300년의 변화보다 폭이 클 것이다.
반면, 우리 뇌는 미지를 두려워한다. 경험하지 않은 것은 거부한다. 세상은 변했는데, 과거에 살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
‘잠시 후!’…, 사람들은 죽지도 않고 늙지도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내게 남은 시간은 얼마나 될까? 누구는 그 시간을 즐기고, 누구는 무료하게 보낼 것이다.
글 김진묵(본지 편집위원 · 음악평론가)
김진묵트로트밴드 대표. 클래식· 재즈· 국악· 인도음악 등의 전방위 음악평론가로 활동하고 있다.
<흑인잔혹사> 외 음악과 명상에 대한 8권의 저서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