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내 춘천시 시정소식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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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387

2023-04
#춘천은지금 #봄내를만나다
서면 박사마을 전통장
박사마을 전통장, 얼마나 맛있게요?


“고구려 사람들은 장 담그고 술 빚는 솜씨가 훌륭하다.”  

중국 문헌인 삼국지 위지 동이전에는 고구려 사람들의 음식 솜씨 대해 이렇게 묘사하고 있다. 옛 선조들이 장이나 술 등의 발효식품을 만드는 기술이 매우 우수했음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옛날부터 장류는 모든 음식의 기본 조미료였다. 특히 발효가 잘된 맛 좋은 장은 가족의 건강을 지키는 음식 재료 중 하나다. 서면 박사마을은 박사를 150명이나 배출해 박사 마을로 불린다. 마을 주민들이 시간과 정성을 들여 만든 전통 장이 박사를 배출한 비법이 아닐까. 선조들의 지혜가 담긴 서면 박사마을의 전통 장 이야기를 소개한다. 







매년 2월 마지막 주 토요일이 되면 서면 박사마을이 분주해진다. 

1년에 한 번뿐인 전통 장 담그기 행사인 ‘서면 박사마을 전통 장 담그기 체험’이 있기 때문이다. 


지난 2월 25일 방동1리 마을회관 앞은 이른 아침부터 장을 담그러 오는 사람들과 행사를 준비하는 마을 사람들로 왁자지껄했다. 체험에 참여한 시민들은 마을 주민들의 설명을 놓칠세라 잠시도 한눈을 팔지 않고 귀를 쫑긋 세웠다. 잠시 후 된장과 막장, 고추장 등이 쓰여있는 명찰을 목에 건 사람들이 메주와 고춧가루, 소금, 질금 물을 큰 그릇에 붓고 열심히 손으로 버무렸다. 처음에 누런빛이던 메주가 고춧가루와 한데 버무려져 어느새 붉은 빛을 띠는 맛깔스러운 고추장으로 변신했다. 


16년째 매년 전통 장 체험 만들기에 참가했다는 정향숙씨는 “가족이 막장으로 만드는 국을 좋아해서 많이 먹는 편인데 아파트에선 베란다가 비좁아 장을 담글 엄두를 내지 못한다”며 “나들이를 온다는 생각으로 장담그기에 매년 참여하고 있다. 서면 전통 장 이 제일 구수하고 맛있다”고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서울에서 온 박수명씨는 “남편 고향인 춘천에서 시어머니가 해주던 뽀글장과 장칼국수 맛을 잊지 못해 올해 처음으로 장담그기 행사에 참가했다”고 웃으며 말했다. 


서면 부녀회에서 진행하고 있는 장담그기 행사는 올해로 16년 째를 맞았다. 주민들은 마을에서 예부터 전해 내려오고 있는 전통 장 만들기 방법을 널리 알리고자 2008년 첫 체험 행사를 열었다. 첫해에는 참가자가 20명에 불과했지만, 입소문이 나면서 지금은 70명의 참가 인원이 선착순으로 마감되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해 3년 동안 비대면으로 진행하며 참가자가 주춤 하기도 했지만 올해는 예년 수준을 회복했다. 이번 체험으로 채워진 장독대는 54개에 달한다. 막장이 39개, 된장 13개, 고추장 2개로 활용도가 높은 막장이 늘 인기가 많다. 














서면 전통 장은 특별함이 있다. 각종 인공 조미료가 일절 들어가지 않은 것은 물론 장에 쓰이는 재료가 모두 서면에서 생산된 청정 농산물이다. 봄이 되면 콩을 심고 여름 동안 잘 키워 가을에 수확한다. 그다음엔 좋은 콩을 골라내 한나절 불리고, 또 한 나절은 가마솥에서 푹 삶아준다. 부드러워진 콩을 으깨 네모난 메주를 만들면, 바짝 말려 그때부터 메주 방에서 적정 온도와 습도로 6주 정도 발효시킨다. 볏짚의 미생물은 메주 전체에 유익한 곰팡이가 골고루 퍼지게 도와준다. 발효 과정을 거치면 맛이 더 좋아지는 콩의 특성과 자연발효로 생기는 여러 미생물로 인해 풍미가 더욱 깊어진다.


2월 장 담그기 체험을 위해 박사마을은 1년 내내 눈코 뜰 새 없 이 바쁘다. 주민들은 “막장에 들어가는 고춧가루와 고추장에 들어가는 고춧가루가 모두 다르고 고추씨가 들어가는 장이 따로 있어 미리 분류를 잘해놔야 한다”며 “2월에 담근 장을 같은 해 12월에 담아가고, 이듬해 2월 다시 장을 담가야 해 일정을 잘 맞추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12월쯤 찬바람이 불기 시작하면 주민들은 문자와 전화로 체험 행사에 참여한 시민들에게 장을 퍼가라고 안내한다. 이후 비워진 장독대를 깨끗이 씻고 소독한다. 또 2월이 되면 마을에서 장을 담그고 맛이 들기까지 10개월을 기다린다. 


박동미 부녀회장은 “체험행사를 진행했던 2008년 첫해 정신이 하나도 없었지만 정말 재밌었다”며 “지금은 세월이 많이 지나면서 부녀회원들이 나이가 많아졌고 각자 일이 생기면서 인원이 많이 줄었다. 하지만 마을의 전통을 계속 이어나가고 싶다”고 말했다. 

주민들은 “장맛은 재료도 중요하지만 햇빛과 공기 그리고 미생 물과 같은 자연의 힘이 큰 영향을 미친다”며 “특히 미생물은 공기, 물, 위생 상태 등 자연환경에 의해 많은 영향을 받는다. 집마다, 지역마다 장맛이 달라질 수밖에 없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서면 박사마을에서 만든 전통장은 여기에 더해 가족들을 위한 정성이 더해진다. 자식들이 부모보다 더 잘되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아 정성껏 만든 전통 장이 박사를 많이 배출해 낸 비법이 아니었을까. 









*서면 박사마을의 전통 장은 홈페이지(ccbs.invil.org) 또는 전화 (254-4110)로 구매할 수 있다. 전화 상담 후 마을을 방문하면 장독대에서 방금 꺼낸 장을 맛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