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천의 돌대문 문암門巖을 아시나요
세상이 갑자기 환하게 밝아지니 二 儀 忽 昭 廓
아! 들빛이 어찌 그리 웅장한지 野 色 噫 何 壯
두렵던 마음 이내 풀리며 悚 息 俄 縱 弛
맑게 흩어져 갈 곳을 모르겠네 散 朗 疑 所 向
다산 정약용 선생의 「石門(석문)」 한시 일부
예전 서울 쪽에서 춘천을 들어오려면 반드시 지나쳐야 했던 돌대문이 있다.
열리고 닫히는 것이 대문의 속성이지만 언제나 활짝 열려 있는 춘천의 상징 관문(關門)인 문암(門巖)이 바로 그것이다. 의암댐 신연교를 건너 좌회전하여 두 번째 피암터널로 들어서기 직전 왼쪽 길목에 홀로 솟아오른 바위 봉우리가 바로 문암(門巖)이다. 높이라야 도로면에서 10m에 불과하지만 볼수록 예쁘고 아름다운 작은 바위 봉우리이다.
이 봉우리는 드름산(357.4m) 줄기가 서쪽으로 내달리다 북한강으로 인해 발길을 멈추고 솟아오른 모습으로 서 있다. 이 봉우리와 수직으로 서 있는 드름산 암벽이 문설주처럼 마주 서 있어 사람들이 오갈 때 이 사이를 통과했기에 대문이란 이름을 얻었다.
1953년 김영하가 지은 인문지리지 <수춘지>에 “오른쪽에 삼악산이 있고, 왼쪽에 문암이 있는데 춘천의 목구멍과 같이 중요한 곳이며, 서울로 통하는 국도가 있다. 뛰어난 경치여서 소금강(小金剛)이라 한다.”라고 기록되어 있다.
옛 고지도에도 빠짐없이 나오는 바위일 뿐만 아니라 이 일대의 풍광에 매료되어 예전 춘천을 찾는 선비들이 많은 한시(漢詩)를 남긴 곳이기도 하다. 문암(門巖) 또는 석문(石門)으로 회자되던 명소로 특히 다산 정약용 선생이 춘천을 오기 위해 배를 타고 이 협곡을 지나다 풍광에 매료되어 지은 「石門(석문)」시가 많이 알려져 있다.
이 문암과 삼악산이 마주 보고 있고 그 사이에 의암댐을 막아 의암호를 이루는 협곡과 너른 호수는 아름다운 호반 춘천의 첫 이미지로 각인되어 있다. 주변에 인어상, 김유정문인비, 의암스카이워크와 수직의 험한 바위벽을 오르는 춘클릿지 코스가 있어 전국의 클라이머들이 즐겨 찾는 곳이기도 하다.
다른 곳으로 너른 경춘도로가 개설되어 관심에서 멀 어진 듯하나 자전거 도로와 의암호 순환도로가 어우러져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오가는 곳이다. 다만 이 봉우리가 춘천의 대문이라는 사실을 모르고 무심히 지나치고 있어 아쉽기만 하다. 이곳에 안내판이라도 하나 세워 이곳이 춘천의 관문이었음을 알리는 동시에 관광자원으로 활용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글·사진 심창섭(본지 편집위원 · 전 춘천문인협회장)
춘천에서 나고 자랐다. 춘천시청에서 문화재 업무를 전담하다 2006년 정년퇴직 후 수필가 및 사진가로 활동 중이다.
사라져 가는 춘천의 풍경과 민속 문화에 관심을 갖고 꾸준히 기록 중이다. 저서로 포토에세이 <때론 그리움이 그립다>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