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내 춘천시 시정소식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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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386

2023-03
#교실에서 보낸 편지 #봄내를품다
새 친구, 새로운 선생님 ! 모든 게 궁금한 3월



3월. 아이들의 학교생활 1년 중 교육효과가 가장 큰 시기가 돌아왔습니다. 새롭게 만난 친구도, 선생님도 아직은 어색하지요. 이 무렵, 아이들은 긴장을 풀지 않습니다. 이럴 땐 교육효과도 높겠지요? 그래서 인성 교육, 예절 교육, 공동 생활 습관 공부를 이때 합니다. 

저 또한 이 시기에 아이들을 눈여겨 관찰합니다. 교실에는 여린 아이도 있고, 겁 많은 아이도 있고, 장난꾸러기도 있고, 모험심이 넘치는 아이도 있잖아요.

우선 여리고 겁이 많은 아이들에게는 제가 하나도 안 무서우며 심지어는 웃기기도 할 줄 아는 담임이라는 인상을 주려고 애씁니다.

또 장난꾸러기 친구들이 괴롭히는 것도 든든히 막아주겠다고 말해주지요. 아이들은 새 학년에 대한 스트레스가 많은데 대부분 ‘새 선생님이 무섭진 않을까?’, ‘내 짝이 날 괴롭히면 어떡하지?’거든요. 반대로 장난꾸러기 아이들에게는 조금 엄한 느낌을 주려고 애씁니다. 


“친구들에게 욕을 하거나 괴롭히지 말 것, 교실과 복도에서 위험한 놀이 하지 말 것, 공부 시간에는 선생님만 볼 것. 너희가 잘하는지 선생님이 항상 볼 거야. 말 안 들으면 부모님께 말씀 드려야 해. 말 잘 들으면 너희와 많이 놀아줄게…” 


그런데 교실에는 쉽게 파악 되는 아이보다 그렇지 않은 아이가 훨씬 많습니다. 자신을 잘 드러내지 않고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거나 혼자 있으려는 아이, 자기 의견을 감추고 친구의 의견에 끌려다니는 아이, 양보가 너무 과하거나 화낼 상황인데도 아무렇지 않은 척 너무 참는 아이, 친구와 갈등이 생기면 말로 표현하기 전에 눈물부터 보이는 아이지요. 


문제는 짧은 시간 동안의 관찰로 이런 아이를 찾지 못한다는 겁니다. 아이를 파악하려면 몇 달, 짧아도 한 달은 걸리거든요. 이럴 때 누가 먼저 아이에 관한 정보를 알려주면 얼마나 좋을까요? 

학년 초에 교사들이 가장 궁금해하는 건 아이의 사회성입니다. 공부 잘하고 못하는 거야 어차피 수업 시간에 드러나니 천천히 가르치면 되는데, 사회성은 빨리 가르칠수록 좋아지거든요. 교사가 아이들 각각의 성격을 고려해서 자리를 배치하고 서로 부족한 부분을 보완해 줄 단짝을 연결해준다면 아이도 빨리 적응하겠지요? 이러려면 아이에 대해 일찍 알아야 합니다. 

그래서 학부모님의 도움이 필요하지요. 아이에 대한 소개 글을 쓰셔서 3월 2일에 들려 보내시면 어떨까요? 어떤 내용을 쓰셔야 할지 모르시겠다면 ‘내 아이 설명서’를 참고해보세요. 학부모님께서 보내주신 내용은 교사의 관찰 결과에 더해져 더 풍성한 교육 자료가 됩니다. 근데 부모님이 쓰신 내용과 아이의 실제 모습은 일치할까요? 아쉽게도 그렇지 않아서 놀라곤 합니다.  


부모라도 자기 아이에 대한 객관적 관찰은 쉽지 않다는 뜻이겠지요. 특히 고학년으로 갈수록 일치율이 낮은데, 대화가 부족한 일상과 오래도록 굳어진 양육 습관도 원인이지만, 관찰자인 부모 성격이 큰 영향을 미친다고 합니다. 

예를 들어, 제가 주변 사람들과 자주 다투고 매사 불평하는 부모라면 어떨까요? 제 아이 또한 학교에서 그럴 테니 말썽이 끊이지 않겠지요? 그런데 이런 제가 제 아이를 관찰하면 ‘아무 문제 없는 아이’로 보일 수 있는 거지요. 


우리 아이들을 잘 키우기 위해서는 우리가 먼저 성숙한 부모가 되어야 한다는 말 같습니다. 만물이 피어나는 봄! 춘천의 모든 아이가 저마다 예쁜 봄꽃으로 피어나길 빕니다.



내 아이 설명서를 쓰기 위한 체크리스트

가족 안에서 유대관계

아이가 가족 중 누구를 신뢰하고 좋아하는지, 형제 관계는 어떤지


사회성

전 학년에서 또래들과 어떻게 어울렸는지, 

친구를 괴롭혔는지(했다면 누구를), 

아니면 괴롭힘 당했는지, 또는 무난했는지


리더쉽, 의존성, 자존감

친구들과 어울릴 때 동등한 역할을 갖는지, 

아니면 끌려다니는지, 또는 깍두기 역할만 하는지 


공동체 내 선호도

아이 행동이 이성의 친구들에게 호감을 주고 있는지, 

혹은 기피 대상인지, 또는 무관심 대상인지 


관계의 개방성, 폐쇄성

아이의 교우관계가 소수에게 집중되는지, 넓게 퍼져 있는지 


타인을 인식하는 관점

친구에 관해 이야기할 때 주로 어떤 태도(긍정적/부정적)를 보이는지 


아이의 마음건강

틱이 있는지, 어떤 틱을 언제부터, 어떤 상황에서 하는지, 

치료했다면 치료 효과는 어떠한지… 

 




송주현 

소양초등학교 교사. <나는 1학년 담임입니다>, <착한 아이 버리기>, <초등학교 상담기록부> 저자. 

32년째 아이들 가르치면서 함께 성장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