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먼즈필드 카페 문 여는 시간에 맞춰 약속 시간을 잡았다.
소개받을 때부터 다양한 직업과 경험을 소화한 이력에 나이 지긋한 중년을 예상했는데 ‘세상에나’ 한참 어린 외모와 앳된 목소리에 놀랐다. (성우 겸 오디오 콘텐츠 제작자란 사실은 나중에 알았다)
올해 서른의 이지원 님은 사회복지를 전공했지만 진로에 대한 고민이 많아 뉴질랜드 워홀을 1년간 다녀왔다.
백엔드 개발자로 사회에 첫발을 내디뎠는데 갑자기 회사가 없어지는 바람에 고민은 다시 시작, 이때부터 본격적이면서 다채로운 경험이 시작되었다.
이지원 님은 소극장 <연극 바보들>과 <무하>에서 활동 중인 배우 이면서 오디오 콘텐츠 플랫폼 <나디오>의 콘텐츠 제작자, 게임방송 BJ 그리고 춘천, 성남, 강릉 등 지자체의 지원을 받는 교육프로그램 강사로도 활동 중이다.
가르치는 분야도 일러스트부터 영상 편집, 오디오 편집, 연기 발성 등 몇 년간 이룬 성과치곤 전문성의 폭과 깊이가 방대했는데 본인은 이것을 ‘가만히 있으면 불안해서 계속 뭔가 배우고 움직여야 하는 성격 탓’이라고 말한다.
그의 다양한 직업은 정말 성격 탓일까?
하나의 직종에 정착하고 직업을 구할 마음이 있냐는 물음에 그는 단호하게 ‘NO’라고 답했다.
스스로가 주체적이고 창작적 성향이기도 하지만, 요즘 취업은 정말 쉽지 않으니까.
그녀가 비혼주의자란 사실도 처음엔 의외였지만 같은 맥락에서 이해가 됐다.
세상엔 사람의 숫자만큼이나 다양한 삶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새삼 깨닫는다. 결혼과 취업 등 절대적이라 믿었던 가치가 어느 순간 부질없어 보이는 이유를 나이 탓으로 돌리기엔 세상이 많이 변했다. 인생은 성을 쌓아가는 것이 아니라 여행의 도중이 되었고, MZ에게 닥친 변화와 위기는 그들이 자초한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인정해야 할 것 같다. 이지원 님은 올해 처음 책을 한 권 써보자는 결심으로 <경로 이탈 자를 위한 안내서>(가제)의 기고를 시작했다고 하는데, 지금도 어디선가 지독한 성장통을 겪고 있을 많은 이지원 님에게 응원이 되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