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진에버빌2차 경로당에서 실시한 디지털 교육(왼쪽)과 지난 2월 정월대보름 행사에 참가한 모습
맑지만 찬 공기마저 투명한 2월의 어느 날 아침,
대보름 행사를 분주히 준비하는 석사동 현진에버빌2차 아파트의 경로당을 찾았다.
어르신들은 행사 맞이 음식을 준비하느라 바쁜 와중에도 환한 미소로 반겨주셨다.
대보름에는 음식을 나눠 먹고 귀밝이술을 마시면서 시간을 보내는데, 마침 경로당에 귀밝이술 한 상자를 가져오신 ‘ 이상만’ 선생님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2008년, 오랜 교직 생활을 뒤로하고 20년도부터 경로당 안팎에서 어르신들을 돕고 계신 이 선생님은 원주, 영월, 강릉을 비롯하여 춘천 사대부고와 기계공고 등 여러 학교에서 수십년간 학생들에게 기술·가정 과목을 가르쳤다.
젊은시절 전공한 건축 공학, 부전공으로 배운 디자인 공예, 기술공업 등 다양한 기술들이 현재는 어르신들과 경로당을 위해 쓰이고 있다.
한 일화로 어르신들이 게이트볼을 칠 때, 점수를 세려면 공이 게이트를 통과하거나 골대를 맞춰야 하는데, 이를 일일이 파악하는데 어려움이 있었다.
이 선생님은 장기를 활용하여, 공이 정확히 게이트를 지날 때 소리가 울리는 센서를 만들어 좀 더 쉽게 운동을 즐길 수 있도록 특허출원 등록을 해 놓은 상태다.
이 뿐만 아니라 편리한 스마트폰을 잘 활용하고 싶은 어르신들을 위해 ‘강원도경로당광역지원센터’의 도움을 받아 경로당을 ‘디지털 배움터’로 만들었다.
정기적으로 강사를 초빙하여 ‘스마트폰 활용화 교육’을 받을 수 있게끔 도움을 드리고 있다.
이처럼 다양한 전공과 기술을 가지고 계신 이 선생님은 다재다능하다.
취미로 배운 드럼, 기타, 색소폰, 하모니카를 통해 경로당 어르신들께 연주를 들려드리고, 1년간 꾸준히 연습한 마술을 선보였다.
이 선생님과 경로당 밖을 나와서 잠시 함께 걸었다. 지나가는 동네 어르신에게 마치 오랜 친구와 재회한 것처럼 밝은 미소로 친근하게 인사하시는 모습을 보고, 처음에 선생님의 명함을 받으며 생긴 궁금증이 해소되었다.
아무런 직책도, 지위도 적혀 있지 않은 이름과 연락처만 덩그러니 쓰인 흰색 바탕의 명함이었기 때문이다.
“노인회장이라 노력하고 있지만 그건 별로 중요하지 않아요. 제 얘기 보다는 우리 경로당 얘기 많이 써줘요.
어르신들이 놀러 오셔서 즐겁고 편히 쉬다가 가셨으면 하는게 제 바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