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마을버스, 중앙시장 가요?
시내버스가 다니지 않는 교통 사각지대를 책임지는 마을버스. 춘천 외곽지역에 사는 시민들의 소중한 교통수단이다.
이 마을버스 환승 시스템이 개선된다. 3월 22일부터 모든 노선이 중앙시장으로 간다.
2월 14일 오전 9시 춘천 중앙로 환승장으로 동내3 마을버스가 미끌어져 들어왔다. 보라색 버스 문이 열리자 버스 안에서 어르신들이 조심스럽게 걸어내려왔다. 동내면 고은리에서 버스를 탔다는 이영숙(74) 씨는 “오늘은 주민센터 프로그램을 듣고 시장에서 장을 봐야 하기 때문에 일정이 빠듯하다”며 “예전에는 우리집에 가는 버스가 오후 늦게까지 있었는데 지금은 마을버스가 오후 2시에 끊겨서 서둘러야 한다”고 말하며 발걸음을 재촉했다.
2019년 춘천시내버스 노선이 개편되면서 가장 크게 달라진 것은 환승제도다. 환승제도는 자신이 타고 온 버스에서 내린 뒤 추가 요금 없이 다른 버스로 갈아타고 원하는 목적지까지 갈 수 있는 제도다. 하지만 시민 편의를 위해 도입한 환승제도가 오히려 시민 불편을 초래하고 있다. 중앙로 환승장에서 만난 70대 조남준·임성녀 씨 부부는“중앙로에서 동네까지 바로 가는 버스가 자주 없어서 힘들다. 특히 시장에서 장을 본 뒤 무거운 짐을 들고 환승하는 게 가장 불편하다. 젊은 사람들이라도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마을버스, ‘시민의 발’이 되어줘
춘천의 마을버스는 시내버스를 전면 개편하면서 처음 등장했다. 읍면지역에 거주하는 마을버스 이용객들이 시내에 나오려면 환승 센터에서 시내버스로 갈아타야만 했다. 50개 노선 하루 550여 차례의 운행 횟수 가운데 40% 정도만 마을버스가 중앙시장까지 운행했다. 나머지 60% 정도는 시 외곽에 마련된 7개 환승센터까지만 갔다. 그 동안 주민들은 국민신문고, 시청홈페이지에 버스 이용의 불편함을 성토하는 민원을 올려 노선개편을 요구해 왔다. 대부분은 ‘병원이나 시장이 밀집한 중앙시장까지 노선을 연결해 달라’는 내용이었다. 이밖에 ‘목적지까지의 환승 횟수가 많다’. ‘막차가 너무 이르다’, ‘큰 버스로 교체해 달라’ 등의 의견을 내기도 했다.
모든 마을버스‘중앙시장까지 연장’
민원이 지속되자 춘천시는 마을버스 환승 시스템을 개편하기로 했다. 핵심은 모든 마을버스의 읍면 지역에서 춘천 시내까지 직통 연결이다. 오는 3월 22일부터 주민들은 환승 없이 중앙로에 도착할 수 있다. 아울러 마을버스의 기점과 종점이 중앙초등학교 인근으로 바뀐다. 버스정류장과 중앙시장이 가까워지는 것이다. 어르신들은 마을버스에서 내려 40m만 걸으면 시장이나 병원에 도착할 수 있다. 기존에는 200m 이상 떨어져 있었다. 또한 마을버스의 중앙시장 진입 횟수도 기존 238회에서 145회가 늘어난 총 383회로 대폭 확대했다. 이번 노선개편이 더 반가운 이유는 시내 구간 모든 버스 정류장에 정차할 뿐 아니라 학생들의 등하교 시간도 반영했기 때문이다. 운행시간 변경으로 마을버스 이용이 불가한 읍면거주민에게는 희망(통근)택시 등 대체교통 수단을 제공한다. 동산면 원창고개에 사는 신현정(66)씨 는 “환승센터에서 내려 시장까지 한참 걸어야 해서 다리가 많이 아팠다. 갈아타지 않고 시내까지 한 번에 쭉 올 수 있게 바꾸는 건 너무 잘한 일”이라며 “모든 정류장에 다 선다니까 너무 좋네”하며 환하게 웃었다.
춘천시, 대중교통 마스터플랜 세워나갈 것
춘천시는 읍면지역 주민들의 숙원사항인 마을버스 환승시스템을 개선하기 위해 작년부터 대중교통민관합 동 자문위원회, 버스 경영진 및 종사자, 중앙시장 상인회 의견을 수렴했다. 홍승표 대중교통추진위원단장은 “이번 마을버스 개편은 어르신들의 시장 병원 등 이용편의 증대에 초점을 맞췄다”면서 “향후 시민들의 의견을 계속 받아 수용하고 반영해 대중교통 마스터플랜을 단계적으로 추진해 나갈 방침”이라고 말했다.
버스는 ‘여러 사람을 태울 수 있는 자동차’ 라는 사전적 의미가 있다. 다양한 사람들이 각자의 목적지를 향해 가는 버스. 일정 시간 동안 같은 공간에 머무는 사람들. 버스를 타면 우리는 같이 흔들린다. 당신과 나 사이에 버스가 있다.
아직 가야 할 길이 남았지만, 시민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춘천시 대중교통 추진단, 마을버스 운전기사, 읍면 주민들의 교통 불편을 해소하기 위해 노력한 이장님들, 마을버스를 아끼는 시민들, 그 마음의 소리를 모았다.
“첫차부터 운행하는데 아무도 안 타는 날이 있어요. 그런 날엔 혼자 빈 차를 타고 달립니다. 어쩐지 아깝다는 생각도 들어요. 하지만 오늘은 종점부터 시내에 있는 병원에 가시는 할머님들이 세 분 타셨습니다. 제가 운행하는 마을버스가 사라지면 어르신들 약 타러, 장 보러 못 가시니까 굉장히 의미있는 일 아닌가 생각합니다.”
— 마을버스 신동1-1 서장석 운전기사
“마을버스 정류장을 교육원 인근에 만들어 주신다니 고맙습니다. 팜산업교육원에서 연간 300명 이상 교육생을 배출하는데요. 교육생들 대부분 중·장년층이라 마을버스가 없으면 이동이 어려워요. 동내면 행정복지센터에서 30분 정도 걸어야 해서 불편했거든요.”
— 동내면 강원팜산업교육원 남궁원선 원장
우리 마을 어르신들이 시내에 나가려면 강촌역에 가서 시내버스로 갈아타야만 했어요. 면 사무소에 가는 것도 강촌역에서 갈아타야 할 정도로 불편했지요. 이제는 마을버스 타고 중앙시장에도 바로 갈 수 있고, 남면사무소에도 들른다고 하니 마음이 놓입니다. 시에서 우리 마을의 요청사항을 모두 반영해 주셨다고 말씀드리니 다들 좋아하시네요”
— 남산면 백양2리 정용근 이장
“사북1 노선을 기존 기점발에서만 진입하던 오탄3리를 기점, 종점발 모두 진입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말씀드렸습니다. 마을버스 배차가 많아져서 어르신들이 편하게 이용하실 수 있겠네요.”
— 사북면 오탄3리 김광열 이장
“읍면에는 농사짓는 분들이 많아서 소출 작물을 이고 들고 나가세요. 어르신들이 환승까지 하려니 얼마나 힘드셨겠어요. 중앙시장까지 바로 갈 수 있게 돼서 다들 박수쳤지요. 의암리에서 신동 면사무까지 10분 거리를 그동안 얼마나 돌아갔었다고요. 전 회차 김유정역을 경유할 수 있게 됐어요. 시장님 손이라도 잡고 인사드리 고 싶은 마음입니다. 그만큼 간절했어요.”
— 신동면 의암리 김은숙 이장
“여기에서 아침 9시 차를 타고 시내에 나가면 2시 40분까지 집에 오는 버스가 없었습니다. 4시간이나 공백이 생기지요. 어르신들이 이 추운 날씨에 버스정류장 앉아서 맥없이 시간을 보내곤 하셨어요. 남면3 노선의 3회차 버스를 가정리를 경유할 수 있게 요청했어요.”
— 남면 가정3리 오병운 이장
“월곡리 14반에 40가구 정도 사는데요. 고령층이 많아서 버스 정류장까지 오가는게 힘들었어요. 월곡리 마을회관에서 소양 7교까지 2km가 넘거든요. 마을버스 노선을 다리까지 연장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어르신들이 너무 좋아하시네요.”
— 동면 월곡리 안준헌 이장
“혈동리까지 오는 버스 막차 시간이 9시라서 학생들이 학원 끝나고 버스를 기다리는 시간이 길었어요. 마지막 버스 시간을 30분 앞당겨 주신 덕분에 귀가 시간이 빨라지겠네요. 감사합니다.”
— 신동면 혈동1리 안성환 이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