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내 춘천시 시정소식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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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324

2018.1
#봄내를 만나다
스페셜
무술년 58 개띠
무술년 개띠의 해… ‘58 개띠’ 인생역정을 말하다

우정사업본부에서 지난해 12월 발행한 무술년 연하우표


2018년 무술년(戊戌年)이 밝았다. 우정사업본부는 지난 해 12월 2018년 개의 해를 앞두고 무술년 연하우표를 발행했다. 戊(무)는 흙을 상징하고 흙색은 황색, 戌(술)은 개를 나타내 2018년 무술년을 황금개띠 해라고 부르기도 한다. 사람들은 태어난 해에 맞춰 ‘띠’를 가지게 된다. 그런데 개띠는 조금 특별나다. 누구나 ‘58년 개띠’라는 말을 자주 들었을 것이다. ‘46년 개띠’, ‘70년 개띠’, ‘82년 개띠’ 라는 말은 없는데 유독 ‘58년 개띠’라는 말만 있을까.


그들은 사람 수도 많고 삶의 영역도 넓다보니 어디에서 쉽게 만날 수 있다. 그래서 우연히 만나서 나이를 물어보면 ‘저 58년 개띠예요’라고 할 만큼 어디에서나 쉽게 만날 수 있는 세대끼리의 동질감을 느껴서 아닐까 싶다. ‘58년 개띠’가 모든 개띠를 대표할 순 없지만 무술년인 1958년에 태어나 별 수 없이 ‘58년 개띠’가 돼야 했던 그 들이 살아온 이야기를 살짝 풀어본다.

<편집자주>





베이비 붐 세대, 한 교실에 70명 2부제 수업도


전쟁이나 경제 불황 이후 출생률이 증가하는 베이비붐 현상이 1950년대 말 정점에 이르렀다. 한국전쟁 후 1957년까지 80만 명대에 머물던 출생인구가 1958년을 기점으로 90만 명 대로 급상승했다. 그래서 “동기는 많은데 다 알지는 못한다”고 ‘58년 개띠’들은 말한다.


김영석(60·공무원 퇴임 후 개인사업)씨는 “내가 국민학교 다닐 때 한 반이 70명에서 80명 정도였어요. 오후에 등교하는 오후반 친구들도 그 정도였으니 동기만 1,500명이 훨씬 넘는거죠. 요즘 작은 초등학교 전교생보다 많은 숫자였어요. 그러니 교실은 ‘콩나물 시루’였고, 쉬는 시간에 화장실은 늘 ‘만원(滿員)’이었지요” 라고 이야기한다.


태어난 사람이 많아 학교와 회사 모두 항상 최고의 경쟁률 속에 살았다. 대학에 입학하던 77년에는 예비고사 경쟁률이 광복이후 최고를 기록했다. 중학교 입학시험이 폐지된 뺑뺑이세대(무시험 추첨배정세대), 고교평준화 등 모든 제도의 시작점에 서는 경우도 많았다.



1974년도 입학식 (사진제공 : 강원사대부고)



1970년대 교련경연대회 (사진제공 : 강원사대부고)



한국 현대사의 목격자


개띠’는 한국의 현대사를 몸으로 느낀 ‘목격자 세대’다. 4·19혁명(1960년)과 5·16군사정변(1961년)은 어려서 기억을 못하지만 다른 굵직한 사건들은 지켜보고 체험했다.

국민학교를 다니며 ‘국민교육헌장’과 ‘국기에 대한 맹세’를 달달 외워야했고, ‘학도호국단’이라는 이름으로 교련을 입고 학교운동장을 박박 기던 1974년 고등학교시절 영부인이 피살되었다.


‘58년 개띠’들이 대학문화의 주축이던 1979년에는 10·26 사태로 박정희 전 대통령도 총탄에 쓰러졌다. 이수영(60 ·한국수력원자력 근무중)씨는 “첫 휴가를 며칠 앞두고 10·26 사태가 일어나 1년 1개월 만에 휴가를 나올 수 있었다”고 한다.


1980년 찾아온 ‘서울의 봄(민주화의 봄)’은 너무도 짧았다. 5·18 민주화운동과 계엄령, 그리고 휴교령. 새롭게 탄생한 ‘군인 대통령’과 학생운동. 그렇게 정치적 격변기를 보냈다. 박종대(60·타이어대리점 운영) 씨 는 군대시절 데모진압을 위해 출동한 현장에서 친구와 대치하는 상황을 겪기도 했다. 대한민국을 성장 궤도에 올려 놓는 산업화의 주역으로 활동하기 했다.


40대에 들어서던 1998년 외환위기(IMF)가 찾아왔다. 당시 ‘사오정(40대와 50대는 이미 정년)’라는 유행어가 있었다. 희생양은 가장 젊은 ‘58년 개띠’였다. 이런 역사의 흐름 속에서 얻은 경험들이 ‘58 개띠’를 더욱 뭉치게 했는지도 모르겠다.





1970년대 교련경연대회 (사진제공 : 강원사대부고)



은퇴? 이제 또 다른 인생의 시작


‘58년 개띠’는 부지런하게 일해서 먹고 살았다. 그리고 사회 각층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해왔다.

유명인으로는 유승민, 추미애, 전병헌, 김성식, 김부겸, 김성식, 전하진, 심재철, 이정현, 한선교 등의 정치인이 있고, 홍서범, 강남길, 장미희, 이동준, 남경읍, 주병진, 임백천, 신문선 등의 방송인과 연예인이 있다.


국내 100대 기업 임원들도 다수 있다. 이들은 아직 더 일을 하려하고 일을 하고 있다. 그러나 퇴직이 정해진 정규직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이제 은퇴의 기로에 섰다.


베이비부머 세대로 대한민국 격변의 시간을 지나며 사회적· 경제적으로 혼돈의 시대를 거쳐 온 ‘58년 개띠’는 제2의 인생을 바라볼 시점이 되었다. 한국전쟁 이후 태어나 스스로 희생하며 가난에서 벗어나기 위해 성실하고 근면하게 살아 왔다. 역사의 전환점을 몸으로 체험했던 ‘58년 개띠’의 은퇴는 삶의 전환점이 될 수 있다. 제2의 인생을 시작하는 ‘58년 개띠’들이 어떻게 행복한 삶을 살아갈지 기대해 본다.



개띠 모임인 ‘전국 58무술생’ 회원들(사진제공 : 한광호)



“58년 개띠라는 이유만으로 친구가 되었다.”

‘전국58년 무술회(戊戌會)’



춘천58생 테니스회 회원들


사는 곳도, 졸업한 학교도, 직장도, 다른 사람들이 1958년 무술년에 태어났다는 이유만으로 친구가 되었다. 2011년 단지 ‘테니스를 좋아하는 ‘58년 개띠’가 뭉쳤다.


‘춘천 58년생 테니스회(회장 장상오)’라는 이름으로 15명이 모여 시작한 모임이 이제는 19명이 되었다. 춘천 지역 테니스클럽에서 활동하며 각종 대회에 참가하며 얼굴은 익힌 친구들이다. 코트에서 땀을 흘리며 더 친해졌다. 2014년 판이 더 커졌다. 2014년 전국에 있는 ‘58년 개띠 모임’이 뭉쳐 ‘전국 58 무술회(戊戌會)’를 결성했다. 초대 이상현 회장에 이어 2016년부터 한광호(60) 씨가 회장을 맡고 있다. 자연스럽게 전국모임 살림은 ‘춘천 58년생 테니스회’가 중 심이 된 ‘춘천 58 무술회’가 하고 있다.


모임 결성 이후 1년에 4번 전국을 순회하며 테니스대회를 개최하고 있다. 경기는 주말을 이용해 1박 2일 일정으로 열린다. 경기보다 ‘58년 개띠’간의 친목이 중요하다. ‘58년 개띠 축제’다.


다가오는 5월에는 춘천 송암동국제테니스장에서 환갑을 기념한 ‘58 무술생 전국한마음테니스대회’를 계획하고 있다. 환갑을 맞이하는 2018년은 그들에게 또 다른 의미를 가지는 해다. 사업을 하는 사람들은 아직 더 일을 할 수 있지만 대부분의 58 개띠들은 은퇴를 하는 시기이다. 한국 전쟁이후 보릿고개를 지나 산업성장의 현장에서 청춘을 바쳤다. 그리고 그 땀들이 결실이 되어 오늘이 되었다.


50대에 들어서며 조금씩 취미생활도 다시 시작하고 삶의 재미를 찾아가고 있다. 명예퇴직이 유행하던 시기의 두둑한(?) 퇴직금도 기대할 수 없다. 아이들을 공부시키기 위해 허리띠를 졸라매고 살아왔다. 그래도 열심히 일한 대가로 집 한 채와 많지는 않지만 매달 연금으로 생활이 가능하다. ‘개 팔자 상팔자’ 일 수 있다. 은퇴라는 삶의 전환점에서 친구들과 더 즐겁고 행복한 삶을 바라는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