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아이를 키우기 위해 온 마을이 필요하다
‘인간은 혼자서는 살아갈 수 없고, 서로 기대며 살아가는 존재’라는 것을 새삼 느끼게 해주었던 소설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을 연상시키는 공간이 있다.
가족보다 더 가족 같은 이웃, 따뜻하면서 끈끈하게 연결된 돌봄공동체 ‘뚜루뚜’를 찾았다.
어린이는 기다리지만, 어른들은 두려워하는 것은? 방학이다. 어린이들은 마냥 신나기만 할 겨울방학이지만 학부모들은 걱정이 앞선다.
집에 혼자 남아있는 아이를 돌봐줄 사람이 없어서다. 하지만 뚜루뚜가 있는 후평3동에 산다면 얘기가 좀 달라진다.
이 마을에는 어린이라면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어린이식당’이 있다. 이곳에선 인근 반찬가게를 연계하거나 학부모들이 직접 음식을 조리해 정성 가득한 식단으로 방학 기간 내내 어린이들을 맞는다. 어린이식당의 이용 요금은 단돈 천 원.
방학 때마다 점심 걱정을 하는 학부모와 어린이들을 위한 마을 복지사업이다.
아이도 어른도 안심 ‘돌봄 정거장
돌봄 공간인 뚜루뚜는 호반초등학교 앞 1분 거리에 자리 잡고 있다. 뚜루뚜는 후평동의 옛 지명 ‘뒷두루’에서 유래한 단어를 재미난 입말로 바꾼 것이다. 2021년 4월 문을 연 이곳은 춘천시와 춘천시교육지원청이 협력사업으로 추진하는 춘천형 마을돌봄교육공동체지원사업의 하나로 시작됐다.
춘천여성협동조합 마더센터, 호반초등학교, 뒤뚜르어린이도서관, 함께돌봄, 호반초등학교 학부모회가 모여 ‘마을 돌봄’을 실현하기 위해 구성한 민·관·학 네트워크다. 방과 후에 아이들과 부모들이 자유롭게 머물 수 있는 뚜루뚜는 문을 연지 1년 만에 호반초 재학생 중 60% 이상이 방문하는 마을 정거장으로 자리를 잡았다. 백혜화 호반초등학교 교감은 “온종일 자녀를 돌보기 어려운 환경, 부모의 맞벌이 등으로 아이들은 학원을 전전한다. 학교 돌봄교실은 수용인원이 한정적”이라며 “뚜루뚜는 이 돌봄 공백을 메워주는 마을의 빛 같은 존재”라고 말했다.
지속가능한 삶 지역과 시민, 지속 가능한 미래를 만드는 두 개의 열쇳말
어린이가 주인공인 공간 ‘아이들의 작업실
뚜루뚜는 아이들이 마음껏 놀고 쉬고 체험하는 공간을 표방한다. 틀에 갇힌 프로그램이 없다. 어린이작업장에서 아이들은 자기가 할 작업을 스스로 정한다. 작업실에는 풀, 색연필, 자투리 천, 플라스틱 조각, 젓가락 등 다양한 물품이 담긴 재료 바가 있다.
호반초 아이들은 방과 후 틈새 시간, 학원 차량 대기시간 등 자투리 시간을 활용해 자기가 상상하고 구상한 작품을 직접 만들고 완성해 간다. 뚜루뚜를 운영하는 주체는 어린이다. 지난 가을에는 호반초 5학년 학생들이 양말목 공예품을 만들어 판매한 기금을 뚜루뚜에 기부하기도 했다. 이선미 대표운영자는 “이곳은 아이들이 스스로 주인공이 되고 다양한 가능성의 문을 여는 공간”이라며 “방과 후 자유롭게 시간을 보내고 안전하게 쉴 수 있는 마을 내 사랑방으로 자리 잡았다”고 말했다.
미용실, 방앗간, 사진관... 찾아가는 마을학교
올겨울에도 슬기로운 방학 생활을 위해 온 동네가 나선다. ‘찾아가는 마을 학교’는 동네 방앗간, 정육점, 미용실, 카페를 운영하는 지역주민이나 학부모가 선생님이 되는 프로그램이다. 이 프로그램의 취지는 마을의 이웃을 알아가는 것과 노동하며 살아가는 일에 대한 아이들의 간접 경험이다. 지난 여름방학 동안 찾아가는 마을학교에 참가한 아이들은 카페에서 다양한 디저트를 만들거나, 방앗간에서 기름을 짜내는 체험을 하기도 했다. 아이들은 이런 경험을 통해 다양한 직업을 체험하고, 일에 대한 소중함을 깨달으면서 마을 공동체의 일원이 돼 간다. 찾아가는 마을 학교 수업을 했던 브런치 카페 윤소라 대표는 “평소에도 동네에서 자주 봤던 친구들이라 더 친숙했다”라며 “동네에 믿을만한 어른이 많고 이웃 관계를 통해 도움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을 경험하게 해주고 싶어서 참여했다”고 말했다. 뚜루뚜는 최근 행정안전부 지역공동체 활동 최우수 사례로 선정됐다.
안전을 최우선으로 놓고 학부모와 지역 주민이 참여하는 마을수업과 텃밭에서 놀자, 호반 방과후 놀이터 등 틀에서 벗어난 돌봄 공간을 제시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뚜루뚜는 단순한 돌봄 공간을 넘어서 아이들에게 없어서는 안 되는 아주 중요한 공간으로 자리매김하고 있어요. 마을 사람들은 이곳을 중심으로 아이들과 함께 마을 공동체를 꾸려나가고 있습니다. 참새 같은 아이들의 방앗간 뚜루뚜가 돌봄 정거장으로 오래도록 그 자리에 서있으면 좋겠어요” 이선미 대표운영자가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