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물은 일정한 패턴을 가지고 물리적 법칙에 따라 움직인다. 어제의 해와 오늘 떠오른 해가 크게 다르지 않다. 그러나 사람은 어제와 오늘에게 다른 의미를 부여할 줄 안다. 시간의 기점을 만들고 쪼개고 나누어 이름을 붙인다. 10개의 천간(天干)과 12지지(地支)도 그렇게 생겨난 것이다. 인간이 자연에게 부여한 의미들이다.
내년의 이름은 ‘무술(戊戌)’이다. 한자어 기원으로 보면 무(戊)나 술(戌)이나 모두 창이나 도끼와 같은 전쟁무기를 뜻한다. 두 글자 모두 용맹스럽고 전투적이라는 의미를 지니고 있다. 술(戌)을 동물로 비유하여 개[犬]라고 한 것을 보면, 개가 용맹함과 강인함의 상징이었음을 추론할 수 있다.
개[犬]에 대한 오해가 많다. 일반적으로 접두어로 ‘개-’가 사용된 것은 좋지 않은 것, 나아가 나쁜 것으로 인식되고 있다. ‘참-’과 반대의 의미로 사용되고 있다. 형편없는 사람을 말할 때도 ‘개만 도 못한’이라고 하여 개가 비교의 대상이 되는 수가 많다. 더욱이 욕을 할 때 자주 등장하면서 이미지가 매우 나쁘게 형성되어 있다.
그러나 우리 전래민담을 살펴보면 개에 대한 이미지가 전혀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대표적으로 ‘의로운 개 이야기[義犬說話]’와 ‘개무덤 이야기’가 있는데 이들 이야기는 우리나라 전 지역에 골고루 흩어져 있다. 아마 우리 생활 속에 가장 가까이에 있고, 어느 동물보다 친근감이 크기 때문에 개와 관련된 이야기가 나왔을 것이다.
의견설화(義犬說話)는 주인이 잠을 자고 있을 때 불이 났는데, 함께 지내던 개가 자신의 몸을 물을 적셔 주인의 생명을 구했으나 결국 그 개는 죽음을 맞이했다는 이야기다. 자신의 목숨을 던져 다른 사람의 생명을 구해내는 것은 사람도 하기 힘든 일인데, 개가 그 일을 했다는 것을 가상하게 여겨 전승되는 이야기이다.
개무덤 이야기는 영리한 개가 위기에 빠진 집안을 구하거나 주인 곁을 지키고 있다가 주인과 함께 임종을 해서 곁에 묻어주었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여기서 개[犬]단어 앞에 충성, 효도, 의로움이 붙어서 충견(忠犬), 의견(義犬), 효구(孝狗)라는 단어들이 개무덤 설화 주변을 꾸준히 맴돌고 있다는 사실에 주목해야 한다.
토사구팽(兎死狗烹)이란 사자성어가 있다. 토끼 사냥에 쓰던 사냥개를 사냥이 끝나자 주인이 삶아먹었다는 내용으로 필요할 때는 쓰다가 필요가 없어지면 버린다는 의미로 사용되는 말이다. 개의 충실함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여기에는 목숨까지 헌신(獻身)하는 거룩함이 담겨있다. 그래서 ‘바친다’는 한자 헌(獻)자에 개[犬]가 들어있는지도 모른다.
2018년에는 전국동시지방선거라는 큰 과제가 우리에게 놓여있다. 용감하고 정의로우며, 의롭고 충실하면서 국민을 위해 기꺼이 헌신할 수 있는 반드시 개[犬]같은 인물을 선출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