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 카페 사과나무의 탄생
“다예야, 조금만 더 밟아! 토마토가 갈리기 시작했어!” 8살 다예가 자전거 패달을 밟고 30초가 지났을 무렵, 멈춰 있던 믹서기가 움직였다. 믹서기 안에 들어있던 빨간 토마토는 잠시 후 먹음직스러운 토마토 주스로 변신했다. 다예는 “자전거를 탔을 뿐인데 믹서기가 돌아가는 게 정말 신기하다”고 말했다.
자가발전 자전거가 주스를 만드는 체험을 할 수 있는 이곳은 강원도 최초의 에너지카페 ‘사과나무’다. 지난 11월 1일 동내면 거두리에 문을 연 이 카페는 환경과 에너지를 배우는 에너지카페다. 사과나무는 ‘내일 지구가 멸망하더라도 우리는 사과나무 한그루를 심겠다’는 뜻이 담겨 있다.
사과나무는 춘천시협동조합지원센터에서 공모한 사회적 경제 네트워크 지원사업의 일환으로 추진되었다. 춘천두레생협, 춘천워커즈협동조합, ㈜나누스페이스가 협업해서 운영한다. 이들은 기후환경 문제의 심각성을 알리고 일상 속에서 에너지 절약과 환경보호를 실천하는 운동을 전개한다.
김선옥 사과나무 대표는 “우리 지역에 일상적인 환경·에너지 교육을 시민들의 생활방식으로 연결해 내는 공간이 필요했다” 면서 “기후변화로 인한 위기가 점차 커지고 있어서 프로젝트를 미룰 수 없었다”라고 사과나무의 탄생을 설명했다.
김선옥 사과나무 대표
자전거, 솔라오븐 체험…기후위기 에너지 플랫폼
사과나무는 겉으로는 여느 카페들과 다름없다. 하지만 전력을 자체 생산하는 프로 그램을 직접 체험해볼 수 있는 이른바 넷제로(Net Zero) 에너지 카페라는 것이 특징이다. 싱싱한 과일을 자전거 발전기로 돌려 에너지 주스를 만드는 이색 체험도 할 수 있다.
하체 근력에 자신 있다면 커피콩 갈기에 도전해 보는 것도 좋다. 믹서기는 자전거 전력 30와트에도 작동하지만 커피 분쇄기는 200와트의 전력이 필요하기 때문에 패달을 더 오랫동안 밟아야 한다. 야외에서는 햇빛오븐이 기다리고 있다. 태양열을 활용한 고구마 굽기 체험이 가능하다. 아이들과 함께 카페를 찾은 김은영씨(41세, 후평동)는 “스스로 만든 에너지로 선풍기도 돌리고, 햇빛을 이용한 요리를 해보면서 자연스럽게 에너지의 소중함을 깨닫게 하는 프로그램들이 신선하다”라고 말했다.
사과나무에서는 탄소중립, 자원순환, 제로웨이스트를 실천할 수 있는 교육이 매일 이어진다. 가정 내 온실가스 감축 컨설팅도 받을 수 있다. 환경 보드게임부터 기후위기와 에너지전환을 주제로 한 시민 강좌도 준비돼 있다. 카페 안에는 ‘알맹 상점’도 있다. 이름 그대로 포장 없이 알맹이만 파는 제로웨이스트숍이다. 많아서 처치 곤란한 쇼핑백·보자기·장바구니도 순환 탁자에 갖다 놓으면 다른 사람과 나눠 쓰는 공유물품이 된다. 최현희 활동가는 “사과나무는 체험과 강의를 통해 시민들에게 기후위기의 핵심 메시지를 전하는 에너지 교육 플랫폼” 이라며 “가족들을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이 준비되어 있으니 많이 방문해 달라”고 강조했다.
자가발전 자전거로 전등켜기 체험 중인 금다예 양
누더기 간판, 낡은 진열장 ‘새것은 없다’
“여기 간판이 왜 이렇게 누더기처럼 되어 있어요?” 사과나무를 찾는 고객들이 빼놓지 않고 하는 질문이다. 이제 막 문을 연 카페에 새것은 하나도 없다. 김 센터장은 “‘소비를 멈춰라, 알맹이만 가지라’고 말하는 에너지 카페에서 최소한의 것만 소비하고 재사용하는 게 당연한 것” 이라고 말했다.
그래도 유명 가수의 챌린지 덕분에 모두 ‘새삥, 모든게 다 새삥’을 외치는 세상에서 한 번쯤 새것으로 그럴듯하게 꾸미고 싶지 않았냐는 질문에 그는 이렇게 답했다. “(라임을 살려)두배 세배 네배 yeah 지구는 빨리 망가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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