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내 춘천시 시정소식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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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383

2022-12
#봄내를 즐기다
봄내 산책로 이음길 3
옷 바위길
드름산·의암봉~의암호로 풍덩 ‘옷 바위길’

바람결이 뾰족해졌다. 가을의 끝자락이다. 나뭇잎을 떨군 벌거벗은 나무들의 의연함이 시야를 넓혀준다. 

산길을 찾거나 먼 곳을 조망하기엔 오히려 좋은 때다. 설핏한 햇살의 따사로움에, 바스락바스락 낙엽 밟는 소리에 절로 겸허해지는 시간이다.



백석골에서 칠전동으로 가던 옛길은 자취가 사라졌다. 시간이 흘러 푸서리길이 되기도 했지만, 전원주택단지와 아파트 건설로 잘려 나갔다. 몇 번을 더듬어 능선길로 오르는 산책로 들머리를 찾았으나 쉽지 않았다. 다행히 해솔직업사관학교 건물공사가 끝난 뒤에야 자취가 나타났다. 

‘길을 잃어야 새 길을 찾는다’는 말을 새겨본다. 아무튼 능선산책로를 따라 30여분 남짓 가서 울타리 철망 길을 지나 라데나 골프장 입구 바로 전 건물(광산 김씨 회관) 쪽으로 내려서면, 칠전사거리가 나온다. 이 사거리에 서 위쪽의 구름다리를 건너 마을 끝머리 춘천강남교회 쪽에서 출발해도 되고, 대우아파트 뒤쪽에서 출발해도 드름산으로 연결된다. 


데나 골프장

라데나 골프장은 1990년 개장했으며, 27홀 골프클럽으로 회원제로 운영된다. 

라데나(LADENA)는 ‘LAKE, GARDEN, NATURE’의 합성어로 아름다운 호반의 도시 춘천을 상징하는 의미를 담았다. 

넓고 푸른 골프장은 아름다운 산봉우리들로 둘러싸여 있으며, 깔끔한 관리 운영으로 선호도가 높다.

2008년부터 매년 5월 KLPGA 두산매치플레이 챔피언십 골프대회가 개최되며, 이 골프대회가 열리면 골프장은 무료 개방된다.


고려 공민왕 때 '김정 묘역'

칠전동 아파트 들머리에는 고려시대 공민왕 때 전라도 찰방사, 대호군 등을 역임한 김정 묘역이 있다.

김정은 광산 김씨로 신돈의 개혁정치에 참여하였으나 공민왕 20년 (1371년) 신돈이 축출되자 유배되었으며, 이후 기록은 전해지지 않는다.

이 묘는 중도에 잃어버렸다가 1768년(영조 44년) 14대 후손인 김화택이 춘천부사로 부임하였을 때 지석誌石을 찾아 내면서 되찾게 되었다. 

묘역은 봉분 뒤에 곡장을 둘렀고, 신도비와 고려시대 문인석, 무인석, 망주석, 장명등 등이 있다. 

이 중 화강암으로 만든 문인석은 강원도문화재자료 제125호로 지정되었다. 묘역 아래쪽에 2기의 비석이 있다. 대우아파트 앞쪽의 솔밭공원에 입구가 있으며, 항상 개방되는 곳이다. 신돈은 고려 공민왕 때 왕의 절대 적인 신임을 받고 개혁을 추진했던 인물이다. 신돈은 ‘혁명가’와 ‘요승’이라는 상반된 평가를 받고 있다. 고려사에서는 “신돈은 득도 하여 욕심이 없고 미천해서 친척도 없으니, 대사로 임명하면 반드시 정실에 구애되지 않고 일을 마음먹은 대로 할 수 있을 것이라 인정하고, 드디어 일개 무명 승려인 그를 발탁해서 국정을 위임하고 의심하지 않았다”라고 기록하고 있다.

신돈은 ‘청한거사’라는 호를 하사받고 왕의 신임을 얻어 백성을 위한 개혁을 펼쳤으나, 그의 개혁정치가 권문세족들의 경제적 기반을 흔들게 되면서 강한 저항과 반격을 받게 된다. 결국 권력의 정점에서 밀려나 반역자로 참살된다. 그러나 죽기 직전까지 신돈은 역모 사실을 인정하지 않았다고 한다. 신돈과 함께 개혁 정책을 펼쳤던 여러 벼슬아치도 머리가 베이거나 자결을 강요당하거나 곤장을 맞고 유배를 갔다. 신돈은 6년간 공민왕을 대신해 개혁정책을 실천했으나 결국 실패하고 죽음을 맞는다. 조선시대 중종의 신임을 받고 개혁을 추진했던 조광조와 비교되기도 한다. 석사동 애막골의 풍양 조씨 묘역은 공민왕 때 ‘신돈 제거’ 에 관련돼 숨어든 사연이 있고, 이곳은 신돈의 개혁정치에 가담했다. 유배된 광산 김씨 묘역으로 같은 시대를 살았으나 개혁정책을 추진했던 신돈(1323(?)~1371년)에 의해 비운을 겪은 두 묘역을 만난다는 게 특별하다.


김정 묘역 문인석


칠전동 김정 묘역


고드름 많던 '드름산'과 '의암봉' 절경에 감탄   

칠전동漆田洞은 지명에서 뜻을 찾자면 옻나무 밭이 있던 동네이다. 그러나 지금 옻나무는 사라졌고 이름만 남았다.

동네 뒷산인 드름산(357.4m)은 특이한 이름이다. 한글이름이란 뜻인데, 이곳이 원래 신연강 가까운 곳이라 강바람 추위가 대단했던 것 같다. 겨울에 너무 춥고 얼음이 많이 덮여 있었다고 한다. 얼음과 고드름이 많았던 곳으로 ‘고드름’산에서 ‘드름’산이 되었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칠전대우아파트 뒤쪽에서 시작되는 산책로는 솔밭사이로 오르락내리락 이어진다. 고갯마루에 서면 금병산과 안마산, 대룡산 등 춘천 둘레 풍광이 한눈에 들어온다. 그렇지만 드름산 정상보다는 의암호로 뻗어 나가는 산책로를 따라가야 춘천시내와 의암호 섬들을 조망할 수 있는 최고의 전망대 의암봉(315m)을 만날 수 있다. 드름산 정상을 밟고 가도 되고, 올라서지 않고 산책로를 따라가도 된다. 마을 뒷산이지만 오르막에서 한눈을 팔면 길을 잃을 수도 있다. 팔미리나 의암리로 떨어지는 산길이 있다. 초봄의 어느 날 혼자 산길을 올랐다. 순간 길을 놓쳐 넓은 길을 따라가다 산길에서 봄볕을 쬐고 있는 검은 물체를 만났다. 혹시 산양이 아닐까 했으나 커다란 염소였다. 한동안 길을 막고 있는 염소에게 말을 걸며, 길을 비켜주길 기다렸다. 그날 염소에 홀렸는지 길을 잃어 겨우겨우 내려온 곳은 의암리 안 마을이었다. 의암봉은 명품송으로 불리는 바위절벽 사이의 소나무를 배경으로 탁 트인 의암호가 펼쳐진다. 붕어섬, 레고랜드가 들어선 중도, 고슴도치 섬은 물론 춘천대교와 춘천시내, 삼악산, 봉의산을 비롯, 멀리 북배산, 용화산, 화악산, 금병산 주름들이 산수화로 다가선다. 

지금은 삼악산 로프웨이가 공중에 걸린 모습도 볼 수 있다. 이 절경을 보기 위 해 춘천사람들뿐만 아니라 전철이 개통되면서 수도권에 서도 길손들이 자주 들르는 산행코스가 되었다. 원래 의암호 쪽으로 내려서면 도로변에 인어공주상이 있는데, 그 주변 바위가 문암이다(현재 이 코스는 금지구간). 예전 뱃길로 춘천에 올 때는 그 바위를 통과해야 했다. 다산 정약용의 춘천기행에서는 ‘산들이 옥죄어 오는 현등협’으로 나온다. 지금은 찻길이 생기면서 잘렸으나 물길에서 올려다보는 문암(門岩)의 위용은 대단했을 것이다.


의암봉에서 본 의암호


전설 속 '옷바위'는 의암댐 아래로 사라지고~ 

의암衣岩은 옷 바위를 뜻하는데, 여기에는 춘천의 고대 국가 맥국의 전설이 스며 있다.

맥국이 적의 침략으로 피난 온 곳이 삼악산성이다. (또는 신라 말 궁예의 피난터로 회자되기도 한다.)

삼악산(654m)은 삼학산으로도 불리는데, 전설에는 맥국 왕이 적의 공격을 막기 위해 삼악산성을 쌓았다고 한다. 지형을 활용한 산성은 덕두원 쪽의 북문과 옷바위 쪽의 동문, 당림리 배일골의 서문, 강촌 쪽에 남문이 있었다. 적군은 위장전술로 남문이던 강촌 쪽 산등성이와 계곡에 허수아비를 세우고 안장이 없는 빈 말들을 한곳에 모아 공격 의사가 없는 것처럼 보이게 했고, 옛 강촌역 뒤 칼봉(검봉)에서는 늙고 쇠약한 군사들이 칼싸움 훈련을 하게 했으며, 의암리 옷 바위에는 군사들의 빨래를 널어놓아 맥국의 파수병들을 안심시켰다. 그러면서 공격군을 덕두원리 북문으로 이동시켜 줄사다리(허공다리)를 이용해 흥국사 쪽으로 쳐 내려갔으며, 때를 같이해 서문(일명 할 미문) 앞에 매복했던 복병들도 황애장수 할멈이 패물 꾸러미를 보이며 왕비가 불렀다고 속여 문을 열게 하고 일제히 쳐들어가 맥국군은 저항도 못 해 보고 패했다고 한다. 

지금도 맥국의 재건을 꿈꾸었다는 흥국사, 궁궐이 있었다는 대궐터, 기와를 구웠다는 와대기, 허수아비와 말들이 있었다는 말골, 칼싸움을 했다는 칼봉, 군사들이 옷을 널었던 옷 바위 등이 지명으로 남아있다. 지금의 의암댐 아래 산부리를 감싸던 너럭바위는 물이 줄면 모습을 보여주기도 한다. 


산길에서 만난 염소



드름산 산책코스는 드름산 정상을 찍고 되돌아오는 방법과 의암봉을 지나 의암댐으로 내려가는 방법, 그리고 의암봉에서 오던 길로 살짝 되돌아가 왼편 자락에 숨어있는 대원사로 내려가는 방법이 있다. 의암댐 코스는 가파른 바윗길이다. 백석골에서 칠전동까지 이음길은 2.5㎞ 40여분, 칠전대우아파트에서 의암댐 코스는 4.7㎞, 3시간 안쪽이다. 대원사 쪽으로 내려오면 길 건너편으로 의암호 스카이워크가 이어진다. 백석골에서 라데나 골프장으로 이어지는 이음길을 보태면 4시간 정도 걸린다. 대원사 들머리는 양쪽이 모두 시내버스정차장으로, 이용이 편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