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내 춘천시 시정소식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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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383

2022-12
#봄내를 꿈꾸다
춘천 안심먹거리
깊은 산속 소양호, 누가 빙어 잡나요
소양호 골짜기의 어류 박사, 박민국 씨를 만나다






내륙의 바다, 그 특별함

춘천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호수를 품고 있다. 면적보다는 저수용량으로 그 규모를 표현하는데 소양호가 29억t으로 가장 거대하다. 행정구역 또한 춘천, 양구, 인제 3개에 걸쳐있다. 그 덕에 봄내골에서는 오래전부터 민물고기를 자주 접할 수 있었다. 깊은 골짜기까지 민물 횟집과 매운탕집이 들어서 있는 춘천댐 매운탕골도 명소로 각광을 받았다.



하루에 3t, 일본으로 떠나는 소양호의 빙어들 

빙어는 겨울 찬물에 살아서 동어(凍魚)라고도 불린다. 소양호 물은 표층에서 20m 밑으로 내려가면 4℃가 된다. 4℃는 얼음이 금방 녹은 물로 이 구역부터 빙어가 많다. 무분별하게 방류된 외래 어종 배스가 토종 민물고기를 잡아먹어 숫자가 줄어들기도 했는데 소양호의 빙어가 강원도 아래 지역보다 비교적 숫자도 많고 잘 자란다. 배스는 24~27℃에서 가장 활발한데 온도가 낮을수록 움직임이 둔해지기 때문이다. 1980년대부터 빙어가 많이 잡혔는데 우리나라에서는 수요가 적었고 일본에서는 인기가 높았다. 빙어의 일본 수출길은 한창 꽃길이었다. 그러다 1997년 IMF를 기점으로 일본 수출이 중단됐다가, 20년 만인 2016년 일본의 요청으로 재개됐다. 박민국 씨는 소양호 어부들의 빙어를 받아(많으면 하루에 3t) 일본에 보낸 지 5년이 됐다.






“우리나라에서 빙어 수출하는 사람, 나밖에 없어요” 

보통 빙어는 2월 중순부터 4월 중순까지 잡는다. 쏘가리와 잡고기는 5월에서 9월. 10월에 한숨 돌렸다가 빙어 건조 기계 손질을 시작한다. 두 살 때 앓은 소아마비로 다리에 보조기를 달고 움직이기 때문에 다른 사람이 하루면 할 수 있는 기계 손질도 박 씨는 열흘이 걸린다. 박 씨가 직접 만든 빙어 건조 기계(사진 1)는 2016년 만들기 시작해 3년을 꼬박 매달렸다. 이후 2년을 실험하고 보완해 올해부터 완전히 작동 가능하게 됐다.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빙어 건조 기계다. 


“2010년 즈음까지는 어민들이 고기 잡아서 돈을 벌 수 있었는데 지금은 많이 힘들어요. 점점 수요도 줄어들고 있거든요. 소양호 어부들이 최상품의 빙어를 많이 잡는데 판로가 없어 팔지 못하는 게 안타깝더라고요. 그래서 기계도 만들고 수출에도 적극적으로 나서게 됐어요. 우리가 영양제 챙겨 먹듯, 일본에서는 빙어를 비타민처럼 챙겨 먹어요. 그만큼 칼륨, 칼슘이 많고 특히 성장기 어린이에게 좋거든요.” 


가로 20m 빙어 건조 기계에서, 10m를 지나면서는 건조가 되고 이후 10m는 불속을 지나며 완전히 익혀진다. 말리고 익힌 훈제 빙어 60t이(1년 기준) 이 작업을 거쳐 일본으로 보내지고 있다. 박 씨는 새벽 5시면 물 위로 나가 자망을 친다. 10년 째 어촌계장으로 지내면서는 다양한 공부를 하기 위해 중국과 일본, 국내를 누볐다. 어업에 종사한 지 35년이 됐지만 포기하지 않고 도전하는 마음은 지칠 줄 모른다. 수확한 빙어를 전량 일본으로 보내다가, 올해 처음으로 춘천지역먹거리직매장에 매운탕거리와 함께 납품하고 있다. 소양호 어민에게도 소비자에게도 박 씨는 고마운 존재다. 박 씨의 열정은 소양호만큼이나 깊고 너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