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내 춘천시 시정소식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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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382

2022.11
#봄내를 꿈꾸다
지구별 이야기
우유팩 재활용
그 많은 우유팩은 다 어디로 갈까


같은 반 친구들이 다 마시고 납작하게 접어 던진 우유팩을 녹색통에 차곡차곡 정리하던 우유 당번. 까맣게 잊고 있다가 책상 서랍 속에서 발견한 금방이라도 터져 버릴 것처럼 부풀어 오른 우유팩. 하굣길 가방 속에서 터져버려 교과서를 모두 엉망으로 만들어 버린 우유팩까지.

이처럼 학창 시절의 아련한 추억을 떠올리게 하는 우유, 그 우유를 담던 우유팩은 그 시절 매일 만나던 ‘재활용 쓰레기’다. 우유팩은 어느 누군가에겐 ‘쓰레기’ 취급을 받지만 그 가치를 알아보는 사람들에겐 ‘보물’이 되기도 한다. 어린 시절 추억이 가득한 우유팩으로 보물을 만드는 강남동 통장협의회 어르신들의 하루를 따라가 봤다.


착한카페·주민의 자원순환운동

아침 기온이 영하 2도까지 떨어진 10월 11일 오전 춘천의 한 아파트 단지 앞에 강남동 통장협의회 회원들이 삼삼오오 모였다. 잠시 후 3개 조로 나눈 10여 명의 회원들은 빠른 발걸음으로 마을 골목골목으로 흩어졌다. 이들이 발걸음을 옮긴 곳은 온의동의 카페들이다. 회원들은 이날 우유팩 분리수거에 동참하는 온의동의 카페 19곳을 돌며 우유팩을 모았다. 카페에선 라테, 밀크티 등을 만드느라 우유 소비량이 많다. 우유팩은 일일이 뜯고 씻고 말리고 접어 배출하는 과정이 번거로워 그냥 버려지기 쉽다. 그 어려움을 아는 어르신들은 일일이 카페를 찾아가 점주를 설득했다.

이디야 온의캐슬점 김하늘 점주는 “카페 공간이 협소해서 우유팩을 말리고 보관하기가 쉽지 않지만 어르신들이 자원순환을 위해 솔선수범하는 모습에 분리배출에 동참하게 됐다”라며 “어르신들은 약속한 날 하루도 빠짐없이 우유팩을 수거하러 오신다. 환경지킴이로서 역할을 주셔서 제가 오히려 감사하다”라고 말했다.

통장협의회 봉사활동을 지원하는 강남동 행정복지센터 관계자는 “어르신들이 열심히 하시는 모습이 존경스럽다. 우유팩은 쓰레기가 아니라 소중한 자원임을 더 많은 시민이 알아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우유팩 수거 운동은 강남동 행정복지센터와 춘천시 자원봉사센터, 따뜻한한반도 사랑의연탄나눔 3개 기관이 협력해 진행하고 있다. 이 운동을 제안한 곽길주 통장협의회 총무는 “환경보호에 동참하고, 그렇게 모은 화장지로 기부까지 할 수 있다고 하니 강남동 통장님들 모두 한마음으로 움직여 주셨다”며 “지금 통장님들 모두가 주민들에게 우유팩 한 장의 소중함을 알리고 재생휴지가 기부될 곳을 상의 하는 등 많은 관심을 갖고 활동하고 계신다”고 설명했다.


34통 최정화 통장이 카페에서 씻어말린 우유팩을 수거 중이다


네 달 동안 우유팩 2만5,000개로 휴지 1,660개 만들어

이날 오후 강남동 교각 아래 풍물시장입구 근처에 우유팩 수거를 위해 흩어졌던 회원들이 다시 모였다. 어르신들은 능숙하게 바닥에 신문지를 깔고 카페에서 모아온 우유팩을 하나씩 거꾸로 세웠다. 우유팩에 남아있는 물기를 말리기 위한 것이다. 선선한 가을 바람을 타고 교각 아래로 고소한 냄새가 퍼져나간다. 쌓인 우유팩을 옆에 둔 어르신들은 뿌듯한 미소와 함께 무용담 하나씩을 꺼낸다. 통장협의회 이인구 회장은 “이제는 우유팩 수거 운동이 입소문이 나면서 동네 목욕탕 매점에서도 우유팩을 가져온다”고 말하며 환하게 웃었다.

32통 양승자 통장도 손녀 가율이와 우유팩 250개를 싣고 왔다. 양 통장은 “지나가다 우유팩만 보면 주우려고 달려들었더니 이젠 아들과 손주들도 우유팩을 모아온다”며 “한장 한장 모아서 나무도 살리고 기부도 할 수 있으니 우유팩은 보물”이라고 했다.

이날 모인 우유팩은 1,927개로 평소보다 훨씬 웃돈다. 우유팩 150개면 재생화장지 10개가 나온다. 우유팩 수거 운동을 시작한 지난 7월부터 지금까지 모은 우유팩은 2만 5,000개에 달한다. 지금까지 만든 화장지는 1,660개다.

이들은 연말까지 2,000개를 채워 인근 보육시설과 노인 시설에 기부할 예정이다.


우유팩은 쓰레기가 아니라 소중한 자원…

천연펄프로 만들어지는 우유팩은 재생과정을 거쳐 고급 화장지나 미용티슈로 재탄생할 수 있다. 천연펄프는 100% 수입에 의존하기 때문에 우유팩을 잘 수집하면 20년생 나무 130만 그루를 심는 효과(연간 650억원의 비용 절감)를 낼 수 있다.

하지만 우유팩은 여전히 많은 사람들에게 ‘쓰레기’로 인식돼 그냥 버려지고 있다. 우유팩은 ‘종이팩’, 일반 종이는 ‘종이류’로 분류돼 재활용 공정이 다르다. 종이수거함에 넣으면 불태워지고, 매립되고 만다. 하지만 전용 수거함에 분류되면 재활용과정을 통해 새로운 자원으로 다시 태어난다.

곽 총무는 “우유팩 1,500개를 모으면 30년생 소나무 한그루가 살아날 수 있다. 힘들고 귀찮다는 생각이 들 때도 있지만 이젠 버려지는 우유팩만 보면 너무 아까워 그만두질 못하겠다. 모두가 우유팩 수거에 동참해 달라”고 당부했다.




강남동 통장협의회에 '우유팩 모으기' 활동을 제안하고 이끌어 가는

 곽길주 총무(오른쪽)가 환하게 웃고 있다  




강남동 통장협의회 회원들이 매주 진행하는  '우유팩 모으기' 활동




손녀 가율이와 함께 봉사 활동중인 32통 양승자 통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