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내 춘천시 시정소식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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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362

2021.3
#봄내를 품다
허준구의 춘천 100경 ③
오묘한 비경 품은 삼악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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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악산(춘천시 자료사진)


삼악산은 우리 고장 남서쪽에 자리하며 서울의 관악산에 비교된다.

음양오행으로 보면 관악산은 서울의 남쪽에 자리하며 재앙으로 여겨지던 뜨거운 불기운이 일어나는 곳이다.

조선이 서울을 건설할 때 관악산의 사나운 불기운이 한강을 건너 곧바로 임금이 거주하는 사대문 안으로 들이닥치자

이때 불기운을 억누르기 위해서 경복궁 광화문 앞에 설치한 것이 정의의 화신 해치獬豸였다.

이 해치는 이상 정치를 실현하고 서울을 수호하는 상징동물로 남아서 지금도 서울 택시에 그 문양이 그려져 있기도 하다.

삼악산 또한 춘천의 불기운이 일어나는 곳인데 이 불기운이 신연강을 건너 곧바로 춘천 시내로 들이닥쳤다.

춘천은 물의 고장답게 삼악산에서 들어오는 사악한 불기운을 막기 위해 물을 끌어들여 인공연못을 만들었다.

이 인공연못은 세무서와 옛 KBS 터 사이에 있었다

 이름은 갠못(청연晴淵)이었는데 후에 발음상의 어려움으로 개못(견연犬淵)으로 표기되기도 하다가

춘천의 정신을 말살하려는 의도였을까? 일제강점기 때 매립되고 말았다.


금강굴과 등선폭포



등선폭포 서울~춘천 간 신작로 닦으며 발견

또 삼악산에는 춘천의 고대 국가였던 맥국의 멸망 전설이 삼악산성에 남아서 지금까지 전해지고 있으며

인근의 의암衣岩(일명 옷바위), 말골 등의 지명과 연결되어 지금까지도 춘천인의 머릿속에 남아 있다.

이 삼악산성으로 오를 때 반드시 지나야 하는 곳이 등선계곡이며 사계절 모두 천하의 빼어난 절경으로

춘천 사람은 물론 전국의 많은 등산객으로부터 사랑을 받고 있다.

이 등선계곡은 일제강점기에 서울과 춘천 간 신작로를 닦으면서 발견되어서 세상에 알려졌다.

춘천 출신의 당대 최고 저널리스트 청오 차상찬이 쓴 <개벽> ‘조선문화의 기본조사 춘천군’ 편(1923년)에

‘덕두원의 삼학폭포三鶴瀑布(일명 경천농境川瀧, 길이 1장 5척여)’라는 기사가 가장 이른 시기의 기록이다.

여기서 ‘경천境川’이란 등선계곡으로 진입하는 경계에 있는 내를 의미하며 춘천 시내로 들어가기 위해

반드시 등선계곡에서 흘러내린 내를 건너야 했고 이 내를 경천이라 통칭하였고 이곳에 가설된 다리가 경천교였다.

‘등선폭포’라는 명칭은 1926년경에 처음 쓰였던 것으로 확인된다.

매일신보 1926년 9월 7일 ‘등선폭登仙瀑’이란 기사가 최초의 기록이며,

이 시기를 전후로 ‘경천폭’ ‘삼학폭포’라는 이름이 언론에 뒤섞여 쓰여서 혼란을 주고 있다.

등선계곡에는 등선폭포 외에도 5개의 폭포와 하나의 담潭(못) 이 더 있다.

1957년에 설치된 ‘등선폭기념비’에 등선폭포를 포함하여 5개의 폭포와 한 개의 담潭(연못)에 대한 소개가 있고,

같은 해 김장흥 도백(현 도지사)은 등선폭포 위쪽에 있는 폭포와 담潭을 총칭하여 내등선폭포內登仙瀑布로 규정하고 그 존재를 세상에 알려주었다.

이 등선폭기념비를 통해 친일관료였던 강원도 도백 이규완과 참여관 이학규가 5폭 1담의 이름을 부여하였고,

등선폭登仙瀑 승학폭乘鶴瀑 백련폭白練瀑 비룡폭飛龍瀑 주렴폭珠簾瀑 옥녀담玉女潭이 그들에 의해 부여받았음을 알 수 있다.


승학폭포(좌), 백련폭포(중앙), 비룡폭포(우)


백미는 계곡 입구 금강굴과 여섯 개의 폭포

삼악산은 전국 100대 명산 가운데 하나로 설악산을 축소해 놓은 것 같다고 산악인들은 말하지만

세 마리의 학이 비상하는 모습이란 뜻을 담고 있는 ‘삼학산三鶴山’이 삼악산보다는 정겹고 가깝게 느껴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누가 뭐라 해도 등선계곡의 백미白眉는 계곡 입구의 금강굴金剛窟과 계곡에 이어진 여섯 개의 폭포다.

하늘을 지붕 삼아 장엄하게 펼쳐지는 금강굴과 연이어 위용을 뽐내는 폭포를 연상하며 상상의 날개를 펼쳐본다.

푸른 하늘로 올라가기 위해 만들어 놓은 금강굴을 빠져나온 용이 되어

등선폭포登仙瀑布를 역류하여 비룡폭포飛龍瀑布에 이르러 하늘로 올라가고, 신선이 되어 겨드랑이 날개로 등선폭포를 날아올라

승학폭포乘鶴瀑布에 이르러서는 학을 타고 계곡을 유람하며,

선녀가 되어 흰 비단(백련폭포白練瀑布)과 옥으로 만든 주렴(주렴폭포珠簾瀑布)에 가려진 옥녀담에서 목욕을 즐기어본다.

지난해 10월 방문한 등선계곡은 수억 년 동안의 기괴하고 오묘한 자연 비경을 여전히 꼭꼭 숨기고 있었으며

100년 전에야 속내를 살짝 드러내며 수줍은 듯 봄맞이하는 봄바람처럼 우리를 맞이하고자 기다리고 있는 듯하였다.

여기에 맥국의 슬픈 역사를 헤집으며 삼악산 등선계곡을 찾아 봄맞이하시면 어떨지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