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내 춘천시 시정소식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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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380

2022.09
#봄내를 품다
허준구의 춘천백경 ㉑
습재 이소응과 좌수봉
남산면의 진면목은 좌수봉에서

우리 춘천 남산면과 남면은 충의忠義의 고장으로 정평이 났다. 충의의 고장이란 정의로운 마음으로 나라와 고장을 위해 헌신한 인물이 있었기에 붙여진 자랑스러운 이름이다. 남면에서는 의암 류인석 (1842~1915)이 태어났고, 남산면에서는 습재 이소응(1852~1930)이 태어났다. 류인석 선생에 비해 비교적 덜 알려진 이소응 선생을 그려본다.


강촌리 방향에서 바라본 좌수봉



충의의 고장 남산면과 습재 이소응 

류인석 선생과 이소응 선생은 1895년 을미년에 국모였던 명성황후가 일본 자객에 의해 무참하게 시해되고 조선 고유의 문화를 훼손하자 분연히 붓을 던지고 떨쳐 일어나 의병義兵을 일으켜 일본 제국주의에 맞서 싸웠다. 

습재 선생은 위기에 빠진 국가를 위해 의병을 일으킨 ‘춘천 의병장’이었으며, 스승 성재 류중교의 ‘알고 있으면 실천해야 한다’라는 지행합일知行合一과 ‘바른 것은 지키고 사악한 것은 물리쳐야 한다’라는 위정척사衛正斥邪를 기반으로 하는 선비 정신을 계승한 위대한 학자였다. 

선생은 강과 산이 잘 어우러진 고향 남산면에 대한 사랑이 남달랐다. 시를 지어 고향을 세세히 묘사하였으며 좌수봉 아래 둔덕 나루 근처에 이요정二樂亭을 지어 고향 산천을 노래했고 마을 지명에도 관심을 기울였다. 

 


습재 이소응 선생 



남산도서관 내 습재 시비  



강촌리 습재 생가터 



습재 선생과 좌수봉          

습재 선생은 생가 바로 곁에 있는 좌수봉座首峯(현 강선봉)에 자주 올랐는데 이곳에서 고향마을을 다음과 같이 그려내었다. 

 

춘천 관할 남쪽 삼십 리에 구곡九曲(구곡폭포)의 물이 서쪽으로 나가 동으로 흘러 들어가고 삼악산이 북으로부터 남으로 이어지니 즉 우리 가족이 대대로 살아온 땅이다. 삼악산 남쪽으로 둔덕 나루가 있고 나루에서 맑은 여울이 십리十里를 이룬다. 구곡의 남쪽으로 구만이 뜰이 있고 구만이 뜰은 오리五里나 되는 밭으로 이루어졌다. 그 남쪽이 소주고개인데, 고개의 북쪽을 통칭 바일이라고 한다. 이 땅에 은거하며 산과 물을 바라보고 그 이름과 뜻을 곰곰이 생각한다면 또한 볼만하여 감흥을 일으키는 데에 도움을 준다.


좌수봉은 높이가 484m나 되는 비교적 높은 봉우리로 주봉인 검봉산 북쪽에 자리한다. 좌수봉과 검봉산은 북한강을 사이에 두고 삼악산과 마주하여 남서쪽으로 이어진다. 좌수봉의 ‘좌수座首’는 지방 벼슬아치의 우두머리를 뜻하는 말로 남산면 입구에 솟은 대장 봉우리란 뜻으로 사용되었으며, 지금도 마을에서는 옛 강촌역 부근을 ‘좌수머리’로 부르고 있다. 

 

 

천지자연과 하나 되다         

습재 선생은 1877년 좌수봉에 올라서 다음과 같이 노래하였다. 

 

꽃과 나뭇잎 피어나는 좋은 시절에 

어린아이 예닐곱 나를 일으켜 세우네 

한참 만에 봉우리에 오르자 사방이 훤해지고 

하늘과 땅의 조화로움 오롯이 새로워라 

햇살과 바람 온화하여 농사짓기 딱 좋아 

농사짓고 산나물 따니 또한 하늘의 참됨이라 

한가로이 오가도 마음에 걸맞지 않은 일 없어 

가슴속 쌓인 잡다함을 말끔하게 씻어내네 


좌수봉 정상에 오르면 동으로 남산면 전경이, 북으로 북한강을 따라 남산면 말골, 의암리 일부가, 서로 북한강을 따라 삼악산과 마당리 안보리 가평 보납산(벌업산) 일대가, 남으로 백양리와 굴봉산 춘성대교 일대가 한눈에 들어온다. 

습재 선생은 150여 년 전 좌수봉에 올라 하늘과 땅의 조화로움이 오롯이 새롭다 느끼고 하늘의 참됨을 평화로운 일상에서 확인하며, 천지자연과 하나가 되는 천진함으로 가슴속 쌓였던 잡다함까지 말끔하게 씻어내곤 하였다. 


적자생존이라는 미명 아래에 변절이 밥 먹듯 이루어지는 현대사회에서 급변하는 시대의 흐름에 따라 충성과 절의까지는 아닐지라도 성실하고 믿음직한 기개가 그리운 요즘이다. 하늘의 참됨은 자연과 인간이 하나로 이어지는 생태계 안에 놓여 있으며, 이 안에서 조화를 이루며 공존해야 함을 깨닫는 것이 아니겠는가!  







글 허준구

문학박사. 춘천학연구소 소장. 일찍이 춘천학에 관심을 갖고 춘천의 역사와 문화에 집중해 왔다. 

특히 천혜의 춘천 자연환경에 문화와 역사의 색을 입히는 데 힘을 쏟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