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주변 산책길을 걷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걷다 보면 이 길은 어디까지 이어질까 궁금해진다. 걷고 또 걷다 보면 춘천을 다 둘러볼 수 있을까?
‘길미녀’ 신용자 씨와 함께라면, 산책길을 따라 춘천을 제대로 한 바퀴 둘러볼 수 있다. 동네 산책길을 이어 춘천을 넓게 둘러볼 수 있는 ‘봄산이’를 찾아낸 것. 신용자 씨는 ‘봄내 산책로 이음길’ 세 단어의 앞 글자를 따 이 길을 ‘봄산이’로 부르기로 했다고 설명한다. 10월부터 ‘봄내’지에 봄산이를 연재할 신용자 씨를 만났다.
춘천 산책길 엮어 둘레길 완성
길 좀 걸어 봤다 하는 사람들에게 ‘길미녀’는 유명 인사다. ‘길에 미친 여자’로 불린 지 어느 새 10년이 넘었다. 길 중에서도 특히 옛길을 좋아해 석파령 등 춘천의 ‘봄내길’을 만드는 일에 참여하기도 했다. 지난해에는 문화재청 사업으로 춘천향교 서원 활용사업을 하면서 춘천을 다시 보기 시작했다. 춘천을 좀 더 자세히 보자 매일 다니던 길에서 새로운 틈이 보였고 ‘봄산이’를 연결했다. 언제부터 길에 대해 관심을 가지게 됐는지 물었다.
“20대에는 소로우의 『월든』을 읽고 친구와 경기도 포천에서 산을 개간하고 밭농사를 지었죠. 이어 영양사, 잡지기자, 아파트 관리사무소장, 출판사 대표, 대학 강사 등 다양한 직업을 거쳤는데, 관리사무소장을 관두고 신정일 문화 사학자가 이끄는 ‘우리땅걷기-관동대로’를 걸으며 걷기에 푹 빠졌어요. 지금까지 굉장히 다양한 직업을 거쳤는데, 걷기에 빠진 후 지금 여행기획자가 된 게 제일 좋아요.”
역사문화답사반을 이끌며 강의를 하고 있는 여행기획자 신용자 씨
걷기에 빠져 여행기획자로 변신
서울로 가던 강원도 옛길 ‘관동대로’ 걷기는 발톱이 빠질 정도로 힘든 일정이었다. 두 발로 전국을 다니면 다닐수록 강원도, 특히 춘천의 옛길에 관심이 커졌다. 5년간 춘천시립도서관의 ‘문학여행길’ 현장답사를 마치고 『춘주春州 마실과 이야기』(2014년)를 펴냈고, 국내 5대 적멸 보궁 사찰을 잇는 옛길을 완성해 『적멸보궁 순례길을 걷다』(2017년)를 발간하기도 했다.
혼자 혹은 지인과 걸으며 여러 번 길을 잃기도 했고, 죽을 뻔한 위험한 순간도 많았다고 한다.
“사실 옛길 탐사는 몹시 힘들어요. 고지도, 지명, 전설, 지역 관련 자료를 찾아보고 지역민들을 만나 실제 다녀봤던 증언을 확인하며 길을 찾아야 하거든요. 산에서 길을 헤맨 적도 있고, 낭떠러지 앞에 다다른 적도 있어요. 하지만 너무 재미있어요. 없었던 길을 찾으면 희열이 느껴져요.”
“옛길은 사람이 발자국으로 만든 지름길”
춘천의 걷기 좋은 길에 대해 물었다. 예상대로 봄내길 코스 중 석파령 옛길이나 청평사 황골길 등 옛길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옛길은 사람이 발자국으로 만든 지름길이어요. 자연을 훼손하지 않고, 자연과 공존하면서 만든 길이죠. 나무도 그대로 둬 자연스럽게 만들어진 그늘이 지금도 있어요. 차도가 생기면서 옛길의 들머리·날머리가 사라진 곳도 많은데, 그런 옛길을 찾아내면 보물을 찾은 것처럼 기뻐요. 그 길을 복원하고 그런 곳을 걸을 때 비로소 사색에 빠질 수 있죠.”
배움길 등 6개 코스 이으면 ‘춘천 한 바퀴’
이어 이번에 잇게 된 ‘봄·산·이’에 대한 설명도 이어졌다. 한 코스당 평균 7㎞ 정도로 ▲배움길(애막골~고성이씨묘~강원대~춘천국립박물관~춘천교대) ▲봄솔길(공지천~안마산~국사봉/봄내솔밭길) ▲옷바위길(칠전동~드름산~의암봉~대원사) ▲윤슬길(스카이워크~상상마당~에티오피아기념관~평화공원~당간지주) ▲문소길(칠층석탑~소양로성당~춘천이궁~봉의산~한림대~춘천향교) ▲도심 근대문화유산길(춘천미술관, (구)도지사관사, 중앙시장, 망대골목~죽림동성당~약사천~효자동 벽화마을~효자동성당) 등 각 코스마다 특별한 주제를 가지고 있다.
“그동안 춘천의 둘레길이 없었는데, 이번에 여러 산책길을 엮고 새로운 길을 더해 봄산이를 완성했어요. 봄산이를 걷다 보면 산도 오르고, 강도 보고, 거기에 박물관과 도서관, 문화재 등 춘천의 역사와 문화 공부가 저절로 되는 걸 느낄 수 있어요. 이 길을 걷다 보면 춘천에 대한 애정이 더 커질 거예요.”
‘봄·산·이’는 우리 주변 산책길을 연결한 춘천의 둘레길이다. 신용자 씨는 “‘봄산이’는 완전히 새로운 길은 아니지만, 춘천시민뿐 아니라 관광객에게도 춘천에 대해 새로운 시각에서 볼 수 있는 길이 될 거라고 자신해요. 길 뒤에 숨어 있는 역사, 잘 알려지지 않은 이야기로 만나게 될 봄산이 많이 기대해 주세요”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