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틀스 마니아 김종현 씨
오랜 동호인이자 동료 최대식 씨가 마침 전시장을 찾았다.
모두의 살롱-후평은 춘천문화재단에서 운영 중인 마을 사랑방이자 복합문화공간으로 매달 한 차례씩 시민의 취미를 공유하는 취지로 전시 커뮤니티 프로그램 ‘덕후데이’ 를 개최하고 있다. 주택가에 자리 잡은 기존 건물을 리모델링하여 만든 대안공간에서 자신의 취향이 담긴 소장품 과 굿즈 등을 공개하고 전시하는 활동이다.
7월 첫 번째 토요일. 개소 후 네 번째를 맞은 ‘덕후데이’ 의 주인공, 진갑의 나이에도 여전히 ‘비틀스 오빠’로 불리고 싶다는 김종현 씨를 만났다.
그가 중동중학교 시절부터 79학번 전기공학도를 거쳐 애니메이터로 현장에서 은퇴하기까지 평생 모으며 즐겼던 자신만의 비틀스를 오롯이 한곳에 모아놨다. 차인태의 목소리로 진행되던 ‘별 밤’을 들으며 비틀스를 공부한 그가 모은 잡지와 신문 스크랩 파일부터 350원짜리 빽 판에 삽입된 3분짜리 ‘Hey Jude’가 원래는 7분 11초 곡이었다는 사실에 충격받은 일화까지 공개했다.
MT 장소로 드나들 때부터 산 좋고, 물 좋고, 놀기 좋아 눈 여겨둔 춘천에 정착한 지 9년째, 비틀스 마니아로서 앞으로의 계획과 포부를 묻자 의외의 답이 돌아왔다. 까치, 둘리, 캐스퍼 등 수많은 원화에 생명을 불어넣던 애니메이터 김종현 씨는 불법 복제된 테이프와 빽 판으로 외국 콘텐츠를 접하던 세대였다. 그런데 K-POP부터 클래식음악, 해외영화제와 OTT를 점령한 한국 영상콘텐츠까지 우리 문화가 이토록 강성한 시절을 맞은 사실이 꿈만 같고 자부심을 느낀단다.
앞으로의 계획은 따로 없고 다만 이 순간을 되도록 오래도록 즐기고 싶다는 김종현 씨. 그는 최근 강원대 후문에 비틀스의 음악이 흐르는 ‘락rock걸리’라는 이름의 주점을 열어 제3의 인생을 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