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말. 하천을 이동 중인 달삭 가족(왼쪽)과 어미 새를 따라 하천의 이끼를 훑고 있는 달삭 가족
[편집자주] 7월호 도란도란 춘천에 실렸던 약사천 흰뺨검둥오리 가족의 이야기를 8월에도 이어갑니다. 달삭이라는 이름은 양희중 기자가 약사 천 오리 가족에게 붙여준 이름입니다.
흰뺨검둥오리는 1950년대까지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철새였지만, 수십 년이 지난 지금은 여름 하천에서 가장 흔히 볼 수 있는 텃새가 됐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 사는 개체보다 북쪽에서 월동하러 내려오는 개체 수가 훨씬 더 많다고 한다.
흘러간 시간만큼 우리나라의 자연환경도 많은 변화가 있었다. 족제비와 삵이 사라지고 맹금류의 접근이 어려운 도시하천에서도 오리 가족을 위협하는 존재는 여전히 존재한다. 주변을 어슬렁거리며 빈틈을 노리는 길고양이와 하천의 최상위 포식자인 대형 물새도 새끼오리에겐 위협적인 존재다. 난폭해진 왜가리가 이유 없이 새끼오리를 공격하는 모습이 목격되기도 한다. 우리가 더 자주 하천을 드나들며 산책한다면 달삭 가족의 생존율도 그만큼 높아질 것이다.
얼마 전 큰비로 약사천이 범람한 순간 역시 오리 가족에겐 아찔한 위기였다. 달삭 가족은 퇴계천과 만나는 다리 밑에서 비를 피하며 불어난 물살과 싸우고 있었다.
6주가 넘은 오리 형제들은 날개를 펼쳐 양력 만드는 연습에 한창이다. 이제 겉모습만으론 다른 무리와 구분하기 힘들어지고 있다. 조숙형으로 태어나 약사천을 시끄럽게 만들었던 달삭 가족의 새끼오리들은 이제 그 수가 일곱 마리로 줄었고, 떼를 지어 이동하던 모습을 더는 볼 수 없겠단 생각에 서운한 마음도 생긴다.
인류에게 환경 문제의 중요성을 일깨워 준 기념비적 저서 레이첼 카슨의 『침묵의 봄』이 출간된 지 60주년, 이후로도 수십억 마리의 새가 지구에서 사라졌다고 하지만, 오늘 우리는 약사천에서 자라는 희망을 보며 위안 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