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나포도원 김기천·위경옥 부부가 썸머블랙 포도송이를 살펴보고 있다.
힘로드 시드레스, 썸머블랙, 자옥, 흑보석, 홍주 시드레스, 샤인머스켓…. 멋진 보석 이름 같지만, 보석만큼 영롱한 포도 종류다. 8월부터 9월 말까지 출하 시기가 각기 다른 여러 종류의 포도가 익어 가고 있는 만나포도원의 김기천 · 위경옥 부부를 만났다.
고성리·지내리 두 곳서 포도 재배
만나포도원은 신북 지내리와 사북면 고성리 두 곳에 포도농장을 두고 있다. 한때 지내3리에서 1만여 평의 넓은 농장에서 유기농 포도를 키웠지만, 농장 임대 계약이 끝나면서 자리를 옮겼다. 와인제조장과 포도 판매장이 있는 지내리와 고성리 두 곳의 농장은 다 해야 2,600평 정도다. 김기천 대표는 “두 사람이 농사짓기에는 1,500평이 딱이에요. 지금도 힘에 부친데, 동네사람 두 분의 도움을 받아 농사를 짓고 있어요”라고 설명했다. 예전에는 땅이 넓어도 일할 사람이 많았지만, 요즘은 농촌에서 일손 찾기가 어려워 농사짓기가 더 힘들어졌다고 한다.
27년간 포도 농사…유기농법에 집중
농장을 이전하고 3년간 무농약 친환경 농사를 이어 왔다. 올가을 한 번 더 무농약 친환경 갱신을 받으면 유기농가로 인정받게 된다. 2001년 친환경 유기재배 인증을 받았지만, 농장을 이전하면서 다시 인증을 신청해 놓은 상태다.
27년간 농사를 지으며 유기농법을 고수해 온 두 사람은 포도 농사가 너무 자연스러웠다고 말한다. 거봉 농사가 시작된 충남 입장이 고향인 김기천 씨는 자연스럽게 포도 농사를 시작했고, 아내의 고향인 춘천에 자리를 잡았다. 그리고 김 씨가 젊었을 때 농약 중독을 겪고 이후 유기농법에 관심을 갖게 됐다.
만나포도원에서 제조한 와인(왼쪽)과 와인 숙성실
인기 많은 고급종 포도 생산 주력
만나포도원은 고급종 포도 생산에 집중하고 있다. 포도나무가 추위에 약하다는 단점이 있지만, 소비자가 많이 찾아 인기가 높기 때문이다. 가을 수확 후 전지 작업을 하고 가지를 땅에 묻어 동해 피해를 예방한다. 3월 초 가지를 다시 꺼내서 매달아야 하는 과정이 힘들지만, 좋은 포도를 생산하는 과정이기에 한 해도 거르지 않는다. 순을 솎아주고, 송이를 다듬고, 포도알을 솎아주고, 봉투도 씌우고, 곁순도 자르고, 잡초를 뽑는 것까지…. 일 년 열두 달 하루도 허투루 보내는 날이 없다.
8~9월 출하 시기 맞춰 6~7종 재배
포도는 출하 시기를 염두에 두고 여러 종을 키운다. 만나포도원에서 가장 먼저 출하되는 종은 힘로드 시드레스다. 씨 없는 청포도 종류로, 8월 초에 맛볼 수 있다. 이어 9월 초부터는 썸머블랙과 거봉 종류인 자옥, 흑보석이 출하된다. 거봉 가운데 흑보석은 저장성이 좋아 저온 저장을 잘 하면 11월까지 두고 출시할 수 있다. 마지막에 수확하는 포도는 샤인머스켓이다.
만나포도원(지내리)에서는 포도를 직접 판매하기도 하고 와인이나 포도 말랭이, 포도즙 등으로 가공해 판매하고 있다. 또 춘천에 지역먹거리통합지원센터가 생긴 이후 학교 급식으로 많이 나가는 편이라 판로 걱정은 없는 편이다.
“춘천산 건강한 농산물과 가공품에 관심을”
김기천 씨는 석 달 전 작업 중 사다리에서 떨어져 다리 수술을 했다. 이제는 거의 다 나았다는 말과 함께 줄곧 포도나무 밭으로 나가 순을 꺾으려 한다. 부인이자 농업 동지인 위경옥 씨는 “움직이면 안 된다는데, 저러고 있어요” 라며 걱정을 쏟아낸다.
“농사는 농사꾼이 짓지만, 사실은 땅이 다 하는 것”이라 고 강조하는 김 씨는 “우리가 키운 포도뿐 아니라 가공품인 와인과 포도즙 등 모두 춘천에서 나고 자란 건강한 식품이에요. 춘천사람들이 춘천지역 농산물에 관심을 많이 가져 주셨으면 좋겠어요”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