뿌리 깊은 나무는 바람에 아니 흔들리므로
꽃 좋고 열매 많으니
샘이 깊은 물은 가뭄에 아니 그치므로
내를 이루어 바다에 가나니
<용비어천가 2장>
맥국 때부터 이름난 물의 도시로 인식
이중환은 『택리지』에서 즐겁고 행복하게 살기 좋은 곳 (낙토樂土)의 기준으로 지리地理, 생리生利, 인심人心, 산수山水 네 가지를 거론하였고, ‘우리나라 강물 줄기에서 가장 살기 좋은 곳은 대동강 물줄기의 평양이고, 둘째로 춘천의 소양강 물줄기’라고 하며, ‘이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고 맥국 때의 일’이라고 하였다.
샘물의 도시 춘천
춘천에는 물과 관련된 지명이 많을 뿐더러 인공 호수가 여럿 있으며, 여기에 샘물(샘터, 샘통, 약수, 약물, 우물)과 이와 연관된 지명 또한 많이 남아 있다. 샘물 관련 지명은 어림잡아 수십 개에 이르며, 곳곳에서 그 흔적도 찾을 수 있다.
샘물은 상수도 보급으로 인해 급속하게 폐쇄되었고 정수기 등장과 생수 판매로 더욱 쇠퇴하였다. 그러나 샘물이 지닌 자연적 신비감과 청량감으로 그 존재감을 드러내며 여전히 샘물은 그 가치를 보여주며 사랑받고 있다.
샘물로 둘러보는 춘천 빛깔
① 북산면 추곡리 추곡약수터 소원을 이뤄주는 치유의 샘터 |
추곡리 추곡약수터
사명산 자락에 자리한 추곡약수는 위장병과 당뇨 치료에 특별한 효험이 있다고 한다. 추곡약수터는 천연기념물 장수하늘소의 발생지라는, 청정과 장수 이미지가 결합하면서 1980~1990년대 지역 명소로 성장하였다.
추곡약수터에는 두 개의 샘(탕湯)이 있고 각각의 약수 발견 이야기가 있다. 위쪽 상탕上湯은 1812년 사명산 산신령의 계시를 받은 김원보가 발견했고, 아래쪽 하탕下湯은 맹인 김성련이 돌부리에 걸려 넘어진 곳에 솟아난 샘물이라고 한다.
두 약수는 약간의 맛 차이가 있지만, 철분 불소 망간 알루미늄 등을 함유하고 약간 붉은색을 띠며 오색약수와 맛이 비슷하다. 약수로 밥을 지으면 검푸른 빛깔이 돌며 찰지고 윤기가 흘러 맛 또한 일품이다. 국도에서 약수터로 향하는 도로 옆에 물푸레나무 또한 눈에 들어오는데, 이 나무에 빌면 자식을 얻을 수 있다고 전해진다.
② 삼천동 생수가든 샘터 서울로 떠나는 나그네의 쉼터 |
삼천동 생수가든 샘터
생수가든은 한때 잘나가던 고깃집 상호였으며 지금은 샘터 이름에 남아 그 명성을 이어 가고 있다. 생수가든 샘터는 몇 차례 외형의 변화를 겪고서 지금은 친환경 광촉매 살균기를 설치하고 맑은 물을 공급하고 있다.
서울 춘천 간 도로가 닦이기 이전에는 서울로 가려면 석고개를 넘어 봉황대 아래 나루에서 배를 타고 신연강을 건너 석파령을 넘어야 했다. 석고개는 일명 돌고개로 예전 중도선착장 옆 고개로 서울로 가려면 반드시 넘어야 했던 고개다. 고개를 넘기 전 나그네는 이 샘물에서 더위에 지친 목을 축이고 땀을 식혔으리라. 삼천동에는 샘물이 많았으니, 특히 옻을 치료하는 ‘옻물’이 있었으며, 이 인근 춘천사春川寺 앞에도 샘물이 있고 그 곁 88공원에도 샘물이 얼마 전까지 있었다. 이곳 삼천동 샘물들은 인근 지역을 넘나들던 나그네에게 넉넉한 쉼터로 사랑받았을 것이다.
③ 신북읍 용산리 용왕 샘터(성산약수) 용이 되어 콧바람 쐬며 의암호 한 바퀴 |
용산리 용왕 샘터
신북읍 용산리 용왕샘물은 바위틈에서 솟아나는 샘물이다. 샘물은 용화산 아래에 있는 수리봉 낙맥에서 뻗어내린 용산龍山의 머리에 자리하고 있어 신비감이 든다. 샘물에 두 가지 이야기가 전해 오고 있는데, 샘터 앞 모진강에 살고 있던 이무기가 이 샘물을 마시고 용이 되어 하늘로 올라갔다는 이야기와 샘터 인근 문암서원에서 학문을 하던 선비들이 이 샘물을 마시고 정신이 맑아져 학문에 더욱 정진하여 과거 급제하였다는 이야기다. 용왕샘터 입구 안내판 용머리와 샘물을 흘려보내는 용의 모습에서 세상을 향한 등용문의 기상이 느껴진다.
글 허준구
문학박사. 춘천학연구소 소장. 일찍이 춘천학에 관심을 갖고 춘천의 역사와 문화에 집중해 왔다.
특히 천혜의 춘천 자연환경에 문화와 역사의 색을 입히는 데 힘을 쏟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