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님이 가져오시는 모든 곡물을 맛있게 뻥 튀겨 드립니다!” 수십 년 전만 해도 아이들이 뛰어노는 동네 골목마다 뻥튀기하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었지만 지금은 쉽게 볼 수 없는 뻥튀기 모습을 보기 위해 옛 육림극장 뒷골목에서 대를 이어 뻥튀기를 하고 있는 황선철(61) 씨 가게를 찾았다.
골목길에 다다르자 얇은 함석판으로 만든 색바랜 간판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주변의 다른 간판처럼 화려하거나 세련되지 않은, 오래 먹어도 질리지 않는 강냉이처럼 깊은 정취가 느껴졌다. 건물 안으로 들어서자 구수한 강냉이 냄새가 코끝으로 깊게 빨려 들어왔고 주변에는 세월의 흔적이 고스란히 배어 있는 뻥튀기에 필요한 기구들이 하나둘 자리하고 있었다.
대를 이어 가게를 운영하는 육림강냉이 황선철 씨
예전만 해도 이곳은 춘천 각지에서 버스를 타고 온 손님들이 육림고개에 장을 보기 위해 왔다가 들러 가는 곳이라고 말한 그는 채소 노점상 자리였던 이곳에 부친이 직접 벽을 쌓고 지붕을 얹어 터를 잡고 뻥튀기 일을 계속해 왔다고 했다.
어려서부터 교사가 꿈이었던 그는 대학을 졸업하고 잠시 공직에 근무하다가 그만두고 교사준비도 했었지만 생각지 못했던 현실의 벽에 부딪히자 꿈을 접고 아버지에게 자신이 뻥튀기 일을 해보겠다고 말씀 드린 후 25년째 뻥튀기를 해 오고 있다. 예전에는 한과를 만드는 곳이나 명절 때 그리고 추수가 끝난 가을부터 이듬해 봄까지 농한기에 손님들이 직접 농사를 지은 곡식을 갖고 많이 찾아와 미처 강냉이를 튀겨내지 못할 정도로 바빴는데 요즘은 간식거리가 많아 예전만큼 크게 붐비지 않는다고 했다.
10여 년 전 커피 애호가인 한 손님이 자신이 가져온 커피 원두를 뻥튀기 기계로 로스팅해 달라고 해서 처음 튀겨보는 커피 원두임에도 불구하고 한번에 맛있게 볶아 내 손님의 입맛을 단번에 사로잡았다고 했다. 그 후 커피 전문가 손님이 또 커피 원두를 로스팅해 달라고 가져와 커피 원두를 볶아 함께 즉석에서 커피를 내려 마셨는데 신맛과 쓴맛, 단맛과 고소한 풍미가 좋았다고 했다. 시중 카페에서 파는 커피는 너무 태워 쓴맛이 강한 경우가 많은데 이곳에서 볶은 커피는 너무 태우지 않아 커피 열매 본연의 맛을 느낄 수 있다고 했다. 이러한 소문이 퍼지자 커피숍을 하는 친구는 아예 원두를 가져와 여기에서 원두를 로스팅해 가서 마신다고 했다. 이곳에서 로스팅한 커피를 한번 맛본 주변 사람들은 그 맛을 잊지 못해 다시 찾는다고 한다. 아버지의 가업을 이어받은 만큼 전통식품인 뻥튀기와 커피를 접목시켜 춘천의 또 다른 먹거리 명소가 돼 대를 이어 할 수 있는 백년가게를 만들어 가는 게 작지만 큰 바람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