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20일 경의 달삭 가족. (대부분의 오리가 그러하듯) 며칠 후 아빠 오리는 가족을 떠났다.
6월 12일의 달삭 가족. 깃털이 완전히 자란 새끼오리들.
3주 전 나에게 달삭가족을 처음 소개한 이는 수변공원 오디나무 그늘에서 하천 쪽을 노려보던 삵무늬 길고양이 였다. 뭔가를 노리는 녀석의 행동이 수상하여 물가 쪽을 바라보는 순간 ‘후드득’ 갈풀 속에 쭈그렸던 오리 새끼들이 튀어나왔다. 갈색 설탕으로 솜사탕을 만들면 저런 모습일까. 짹짹거리며 엄마를 쫓는 열 마리의 새끼 오리 덕분에 하천은 금세 북새통이 되었다. 걸음을 멈춘 시민들은 저마다 약속한 듯 휴대폰을 꺼 내 사진을 찍기 시작한다. 얼굴에 행복한 미소를 한가득 품고 말이다. 가을쯤 시베리아나 몽골을 출발한 흰뺨검둥오리는 아시아 전역에서 월동을 하며 다음 해 봄까지 번식을 위한 짝을 찾는다. 3월이면 부부가 된 쌍은 암컷의 고향으로 되돌아가는데 약사천의 달삭 가족처럼 월동지에 눌러앉는 경우도 종종 있다. 달삭은 내가 임의로 붙인 오리가족 이름이다. 부부는 마른풀로 땅 위 둥지를 만들고 부드러운 깃털을 내어 안쪽을 마감한다. 암컷은 한 번에 10개 내외의 알을 낳고 24일쯤 품으면 부화가 되는데 병아리들은 태어난 지 이틀이면 헤엄치고 달리기 시작한다. 어미의 보 살핌을 받는 두 달 동안 새끼오리들은 먹이를 찾는 방법 과 잠수, 비행을 배우며, 겨울이면 번식능력을 갖춘 성체로 자랄 것이다.
10마리 모두 건강하게 잘 커
나는 이후로 매일 두 번씩 달삭 가족을 찾았다. 어미 새 는 새끼를 이끌고 하천을 왕복하는데, 작은 텃세권을 형성 하며 소무리 생활을 하는 약사천의 오리들도 달삭 가족의 행렬엔 시비하지 않았다. 자연 생태계에서 흰뺨검둥오리의 생존율은 15% 내외라고 하지만, 달삭 가족의 엄마는 단 한 마리의 소실 없이 10 마리의 새끼를 지금까지 건강하게 키우고 있다. 수척해진 어미 오리의 모습에 경외와 뭉클한 안쓰러움이 밀려든다. 오리 가족은 부지런히 꽃가루를 나르며 씨앗을 퍼트리고 벌레의 유충을 잡아먹으며 복원된 하천의 생태계에 에너지와 양분을 순환시킨다. 생존을 위한 지극히 기능적인 모습과 노랫소리가 우리에게 기쁨과 위안을 주며, 더 나은 어른이 되라고 충고하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