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로 가면 쉽고 빠른 길을 굳이 걸어서 다닐 때는 이유가 있다. 환경에도 좋고 몸에도 좋기 때문이다. 친환경 농사도 마찬가지다. 농약 좀 뿌리면 쉬울 일을 풀과 싸우고 벌레와 싸우며 한 번에 될 일을 일곱 번 여덟 번 고생한다. 동산면 금병산 자락에서 오늘도 구슬땀을 흘리며 친환경 농사를 짓는 김광림, 황정자 부부를 만났다.
55가지 품목 무농약농산물 인증받아
비닐하우스가 아닌 노지에서만 잘 자라 친환경 농사가 어렵다는 가지. 그래서인지 춘천에서 가지를 대표작물로 등록해서 친환경인증(무농약농산물)을 받은 농가는 단 3곳뿐이다. 그중 동산면 원창고개 금병산 자락에서 40년 넘게 농사를 짓고 있는 김광림, 황정자 부부를 만났다.
부부는 대표작물을 가지로 해서 55가지 농산물에 대한 친환경인증을 받았다. 몇 년 전까지 복숭아 농사를 지었는데 금병산이랑 가깝다 보니 새들이 너무 많아 과수를 하도 파먹어서 채소류로 작물을 바꾸었다.
“친환경 농사를 하게 된 이유는 요즘 추세 때문이었어요. 매스컴에서 하도 친환경, 친환경 하니까 아, 이제 친환경이 대세구나 생각했지요.”
농사일로 햇볕에 검게 그을린 김광림 씨의 말이다.
부부가 가지 농사를 짓는 땅은 약 300평이다. 올해는 가문 데다 아침저녁으로 기온이 낮아 작물이 잘 자라지 않는다고 걱정을 했다. 친환경 농사는 토양이 좋아야 하는데 비료값도 110%나 올랐다고 한다. 그마저도 무농약 농산물은 일반 거름 양의 1/3 이내만 허용이 돼 마음대로 뿌릴 수도 없다고 한다. 약 치는 일도 일반 농약 한 번 치면 될 일을 7~8번 쳐야 한다. 그 역시 잘 듣지 않는다. 허구한 날 풀 뽑고 벌레 잡는 일에 시간을 들여야 한다.
가지꽃이 잘 피면 가지 열매가 잘 자란다고 한다.
말려서 조물조물 무쳐 나물로 먹어도, 구이나 튀김으로 먹어도 맛있는 가지
친환경 농사 까다로워 때려치우고 싶지만
마음 같아서는 친환경 농사를 때려치우고 싶다는 부부에게 “정말 그러고 싶겠어요”라고 말했더니 “손주 녀석이 맨날 찾아와서 할아버지 오늘은 뭐 키웠어?”라고 물어보는데 어떻게 친환경 농사를 포기하냐고 말한다.
“손주 녀석이 어린데 채소를 얼마나 잘 먹는지 몰라요. 가지를 데쳐서 조물조물 무쳐주면 너무 잘 먹어. 아이들이 가지 싫어한다고 학교 급식용 가지 주문이 적게 들어 오는데 요리하기 나름이에요. 가지를 들기름에 구워서 먹으면 얼마나 맛있다고요. 손이 좀 가서 그렇지 가지 튀김도 맛있잖아요?”
부부가 기른 가지는 서울 농수산물 시장과 (재)춘천지역통합먹거리지원센터 그리고 로컬푸드 직매장으로 들어가는데 학교 급식에 들어가는 가지 수량은 많지 않아 아쉽다고 황정자 씨가 말했다.
금병산 맑은 정기 받은 농산물
“우리 농장은 금병산 300고지 능선에 있어서 일반 평지보다 평균기온이 3~5℃ 정도 낮아요. 그래서인지 싱싱함이 오래가 농산물 보관 기간이 평균 3~4일은 더 길어요.”
황정자 씨가 뿌듯함을 감추지 않고 말했다.
가지는 5월에 모종을 심으면 6월에 꽃이 피고 7월부터 10월 서리 내리기 전까지 열매를 수확할 수 있다.
“꽃이 잘 피면 열매도 좋아요. 올해 꽃이 잘 피길래 가지 농사가 잘 되겠구나 하는데 두고 봐야죠. 친환경농산물이 일반 농산물보다 왜 비싼지 한 번 쯤은 들여다봐 주셨으면 좋겠어요.”
노력한 만큼 정당하게 값을 받고 싶다는 황정자 씨의 소망이 꼭 이루어지도록 친환경 농산물에 대한 관심과 소비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