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의 공무원 아파트 모습(왼쪽)과 1970년대 촬영된 공무원 아파트 전경 (사진 춘천시)
약사명동을 넘어 수변공원으로 내려오면 고갯길부터 따라온 샛바람에 변해가는 구도심을 바라보며 땀 한번 쓸어준다.
1960년대 춘천은 중앙로를 중심으로 번성한 도심이 확장되면서 1968년 솥을 걸고 빨래하던 물터가 주거지역으로 변모했고 1970년 효자동이 효자 1구, 2구, 3구로 나뉘게 된다.
분홍색 복숭아 꽃잎이 가득한, 대추와 개암이 익던 골짜기에 빠르게 인구가 유입되면서 춘천 시내로 들어서는 관문이 된 것이다. 그리고 지금 막 전성기를 마치고 인생 2막을 시작하려 꿈틀대는 구도심의 풍경 끝자락에 ‘지극히’ 평범한 아파트 한 동이 눈에 들어온다.
‘공무원아파트 A동’.
1971년 11월 16일 1개 동 30세대 규모의 5층 건물로 준공·사용승인이 이뤄졌으니 올해로 만 50세.
효자 1구(지금의 효자1동)에 세워진 이 평범한 건물이 춘천에서 가장 오래된, 춘천 최초의 아파트다. 타지에서 온 공무원에게 주거공간을 제공하기 위해 효자동과 후평동에 각각 지은 아파트로 1979년까지 춘천의 전체 아파트 규모가 230세대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당시의 주거환경을 어느 정도 짐작할 수 있겠다.
2008년 세월의 풍파를 이겨내지 못한 ‘후평 B동’이 안전 문제로 준공 38년 만에 철거되었지만, ‘효자 A동’은 개인에게 분양되어 ‘중도 잔디밭’보다 오래 우리 곁을 지키고 있다.
늦은 오후. 아파트 그늘이 산 그림자보다 먼저 내려온 까닭에 옹벽과 석축이 만든 분지 속의 분지에 어둠이 내린다.
‘괜찮을까? 잘 견디고 있을까?’
걱정과 달리 화단의 수령 높은 수목만이 건물의 연식을 짐작하게 할 뿐, 아파트의 외벽과 내부는 믿을 수 없이 잘 관리되어 있었다. 후덕해진 모습의 그가 우리의 추억과 함께 오래도록 그 자리에 남아있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