맹자는 “흐르는 물이 웅덩이를 만나면 웅덩이를 다 채우지 않으면 나아가지 못한다 ‘流水之爲物也(유수지위물야) 不盈科不行(불영과불행)’ ”라고 했다. 노자는 “최고의 선은 물과 같아서, 물은 만물을 고루 이롭게 하지만 다투지 않는다. 뭇사람이 싫어하는 곳에 기꺼이 처하니, 그런 까닭에 거의 도에 가깝다 ‘上善若水(상선 약수) 水善利萬物而不爭(수선이만물이부쟁) 處衆人之所惡 (처중인지소오) 故幾於道(고기어도)’”라고 했다. 사람의 감성 충전 또한 물이 웅덩이를 채운 이후에야 앞으로 나가는 것과 같으며 충전된 감성은 물과 같아서 만물을 고루 이롭게 하기에 충분하다.이런 까닭에 마음에 생기발랄을 충전시키고 몸에 휴식을 부여하여서 문화 감성을 높이고자 한다면 공지천이 안성맞춤이다.
다섯 개의 지천을 거느린 최고의 하천
춘천은 사십여 개의 지천이 소양강과 자양강으로 흘러드는 물의 도시이고, 사십여 개의 지천 가운데 공지천이 가장 크고 넓다. 공지천은 대룡산에서 발원하여 삼천동까지 흘러와 소양강에 합류한다. 대룡산 고은리에서 흘러 내려온 물줄기가 신촌천이며, 사암리에서 시작해 태백교 근처의 장거리에서 합류하는 물줄기가 학곡천이다. 이후 거두리에서 발원한 후하천, 금병산 정족리에서 발원한 퇴계천, 교동과 효자동에서 발원한 약사천 등이 차례로 합류하여 공지천을 이룬다.
공지천은 크고 신성한 내라는 뜻
공지천 본 물줄기는 고은리에서 내려온 곰진내(곰지내)이며, 곰진내는 곰실을 관통한다. ‘곰진내(곰지내)’와 ‘곰실’ 의 ‘곰’에는 ‘신성하다’ ‘크다’ ‘뒤’란 뜻이 들어있다. ‘공지내(공지천)는 ‘곰지내’가 변한 것이기에, 공지천의 ‘공孔’은 곰지내의 ‘곰’과 의미가 같다. 이런 점에서 공지내(공지천)는 ‘신성하고 큰 내’라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
근현대 춘천 역사의 체현 공간
공지천은 시민이 접근하기 쉬우며 시외버스터미널 근처에 있어서 여행자도 찾기 좋은 곳이다. 공지천 의암공원毅菴公園 내에는 춘천의 고대 맥국을 상징하는 ‘맥바위’, 조선말 조국의 독립을 위해 투쟁했던 조선 의병 총대장 의암 류인석 동상, 의암 류인석의 8촌 조카며느리로 4대에 걸쳐 의병투쟁을 전개했던 최초의 여성 의병장 윤희순 동상, 일제 강점기 강제 연행 동원된 위안부를 기리는 소녀상 등이 있어 춘천인의 나라사랑 정신을 살필 수 있다. 조각공원에는 춘천 출신의 언론인이자 어린이날 제정에 산파 역할을 했던 청오 차상찬 동상이 있고, 근처에 에티오피아 황제 셀라시 방문 기념으로 1968년 조성된 ‘에티오피아 한국전참전 기념탑’이 있으며, 셀라시가 전해준 커피가 인연이 되어 전국 최초 커피 도시라는 명성을 얻었고, 이로인해 에티오피아 커피전문점과 에티오피아 한국전 참전기념관이 세워졌다. 춘천MBC 맞은편 언덕에는 한국전쟁과 춘천 전투에 대해 살펴볼 수 있는 춘천지구전적기념관이 자리하고 있다.
전국 동계체전이 벌어졌던 추억의 공간
공지천은 1970년대 전국 동계체전이 열리던 동계스포츠 메카였다. 동계체전이 열리던 겨울에는 공지천은 겨울 축제의 장이 되었다. 지금은 물의 흐름을 개선하기 위해 천변을 직선화하여 옛날 모습과 차이가 있지만, 1960~70년대에는 지금보다 하천 폭이 두 배 정도로 넓어서 200m 규격의 빙상 트랙을 만들고 전국 동계체전을 거뜬하게 치러내었다. 이후 태릉 실내 빙상장이 건립되기 이전까지는 손으로 꼽을 수 없을 만큼 빙상 스타들을 탄생시켰던 자랑과 추억 의 공간이었다.
문화예술이 함께하는 시민의 휴식공간
공지천은 문화예술을 즐기고 자연풍광을 즐길 수 있는 편안하고 안락한 휴식공간이다. 차로 5분이면 도달하여 공지천 수상상점을 이용하고 그곳의 오리배를 탈 수 있는 아주 친숙한 공간이다. 공지천 방죽 벚꽃과 조각공원 내 꽃나무는 사시사철 꽃 잔치하며 우리네 마음과 감성을 풍부하게 하기에 충분하다. 조각공원 내에는 유명 조각가의 작품을 항상 관람할 수 있으며, 춘천MBC ‘한국현대조각초대전’이 해마다 열려서 높은 수준의 문화예술을 감상할 수 있다. 공지천에는 이외수 소설 ‘황금비늘’을 소재로 조성된 ‘황금비늘테마거리’와 조각공원, 의암공원, 삼천동야외공연장, 어린이회관(현 상상마당) 등의 문화시설 벨트가 조성되어 있으며, 게다가 아름다운 자연풍광은 감성을 풍부하게 하며 심신을 휴식하기에 딱 좋은 공간이다.
글 허준구
문학박사. 춘천학연구소 소장. 일찍이 춘천학에 관심을 갖고 춘천의 역사와 문화에 집중해 왔다.
특히 천혜의 춘천 자연환경에 문화와 역사의 색을 입히는 데 힘을 쏟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