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 문을 열고 들어서면 달짝지근하면서 시큼한 술 익는 냄새가 반긴다. 술 항아리를 보기도 전에 달큰한 냄새가 이곳이 전통주를 빚는 곳이라는 것을 알려준다. 술도가의 건물 또한 커다란 술잔을 이고 있는 모습이다. 멀리서 봐도, 가까이 와서 봐도 이곳은 전통주를 빚는 양온소가 분명하다.
전통주조 ‘예술’에서 빚어 판매하는 전통주(사진 위 왼쪽부터 시계방향)와 정회철 대표, ‘예술’ 전경
“우리 술은 맛있기 때문에 먹는다”
‘양온서良醞署’는 고려 때 왕이 먹던 술을 빚던 관공서를 말한다. 양조장은 일제강점기 때 전통 가양주 문화를 말살하고 제도화된 것으로, 이곳에서는 관공서가 아니기에 술을 빚는 곳이라는 뜻의 ‘양온소’라는 말을 선호한다. 양온소 예술은 ‘예로부터 내려온 술’ 혹은 단술 ‘예醴’ 자와 ‘술’이 합쳐진 이름이며 술 빚는 자체가 하나의 ‘예술작품’이라는 뜻을 담고 있다. 10여 년간 홍천에서 전통주를 빚어 온 예술은 올봄 신동면 실레마을로 자리를 옮기고 새로운 출발을 앞두고 있다.
예술 대표 정회철 씨는 변호사, 로스쿨 교수, 법학서 저자 등 특이한 이력을 가지고 있다. 우리 술에 반해 직접 양온소를 열게 된 정 대표는 “술이란 취하려고 먹는 것이 아니라 맛있기 때문에 먹어요”라고 말한다. 우리 술은 우리 산하를 닮아서 성질이 온순하면서도 강직하다고 설명했다. 우리 술은 계속 먹으면 취하다가 깨고, 취하다가 깨기를 반복한다고 한다.
우리 술은 누룩과 쌀, 물로 빚어낸다. 예술에서는 특별한 맛과 향을 위해 복분자와 단호박을 넣은 약주를 개발하기도 했다. 보통 기성 누룩을 사다가 술을 담그지만, 이곳에서는 누룩까지 직접 만들어 100% 예술만의 술을 빚어내고 있다.
탁주 ‘가을도 봄’ ‘김유정역’ 출시 앞둬
예술에서 주조하는 술은 증류식 소주와 약주, 탁주 등 3가지로 구분된다. 2회에 걸쳐 증류를 하고 5년 이상의 숙성 과정을 거치는 증류식 소주 ‘무작 53’은 높은 알코올 도수임에도 목넘김이 부드러운 것이 특징이다. 예술의 약주로는 찹쌀을 주 원료로 해 감칠맛이 뛰어난 ‘동몽’과 쌀과 복분자를 원료로 하는 ‘동짓달 기나긴 밤’이 있다. 단호박에서 나온 노란 술 빛깔이 마치 달빛과 같다고 해서 지어진 ‘만강에 비친달’ 등은 예술이 만들어 온 탁주다. ‘배꽃필 무렵’은 쌀 누룩을 이용해 만드는 탁주로, 숟가락으로 떠 먹는 것이 특징이다.
예술은 춘천으로 이전하면서 새로운 탁주 2종을 개발, 6월 출시를 앞두고 있다. 거품이 있는 맥주 타입의 막걸리 ‘가을도 봄’은 오미자가 들어가서 상큼한 맛이 특징이다. 감미료를 첨가하지 않았지만, 단맛이 특징인 ‘김유정역’은 가볍게 마실 수 있어 막걸리의 대중화에 큰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되는 제품이다.
누룩까지 직접 만들며 100% 예술만의 술 빚어
술을 빚을 때는 ‘우리 쌀’만 사용한다. 지난해까지 1년에 5톤 정도의 쌀을 사용했다. 80㎏ 400가마에 해당하는 양이다. 2012년 처음 시작할 때와 비교해 보면 쌀 소비량이 18배 이상 커졌다. 예술은 올해부터 신북농협에서 수매하는 ‘대안미’만을 사용하기로 했다. 여러 종류의 쌀을 사용하면 술맛을 일정하게 유지하기 어려워, 한 종류만 사용하기로 했다.
1층에는 매장과 작업실, 발효실, 쌀 저장고 등이 있고 2층은 누룩 발효실과 체험장으로 구성돼 있다. 체험장에서는 3~4명이 한 조를 이뤄 술을 빚는 ‘전통주 빚기 체험’도 운영하고 있다.
정회철 대표는 “6년 전 이곳에 왔을 때는 땅이 없었어요. 그런데 작년에 놀러 왔다가 지금의 자리를 찾았죠. 신기한건 예술이 들어선 자리가 김유정 선생이 살았던 시절에 술을 빚어 팔던 주막이 있던 자리라고 해요”라며 “저는 실레마을 전체가 관광지로서 매력이 커 더 크게 성장할 걸로 보고 있어요. 예술 또한 마을과 함께 관광지로 성장했으면 합니다”라고 기대감을 밝혔다.
주 소 신동면 풍류1길 6-3
운영시간 오전 9시 ~ 오후 6시
홈페이지 http://www.ye-sul.com
문 의 261-15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