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혈증 모아서 소아암 환자에게 기증하는 김태백 대표(왼쪽에서 세 번째)
헌혈 50회 이상 해서 헌혈유공장(금장) 받았다
헌혈증을 갖다 주면 돼지고기를 나눠주는 고기집이 후평동일단지시장에 있다. 김태백 대표가 운영하는 김태백 축산 물판매점1, 2호점이다. 헌혈증을 가져가면 1장이든, 10장이 든 상관없이 똑같이 찌개용 돼지고기 모듬육 600g을 준다. ‘왜 헌혈증을 모으는 걸까? 헌혈증을 받아서 어디에 쓰는 걸까?’ 의문을 품은채 매장을 찾아갔다.
“사실은 제가 꾸준히 헌혈을 했어요. 50회 이상 헌혈을 하면 받는 헌혈유공장 금장도 받았죠. 그런데 정육점을 하면서 생업에 쫓기다 보니 헌혈할 시간이 없는 거예요. 그러 던 중 대전에서 정육점 하시는 분이 헌혈증을 갖다 주면 고기를 주는 일을 15년이나 이어 가고 있다는 기사를 보고 저도 해보자 하고 시작한 거죠.”
헌혈증을 모으게 된 동기를 설명하는 김태백 대표의 선한 눈빛을 보니 마음이 뭉클했다.
“금전적 손실이 발생하는 부분이라 동업을 하는 아내에게 먼저 양해를 구했죠. 괜찮겠냐고. 다행히 아내가 흔쾌히 찬성했어요. 아내와는 복지관에서 만나 결혼했죠. 저희 둘 다 전직 사회복지사예요. 이웃을 돌보는 일을 천직으로 알고 살았죠.”
한국백혈병소아암협회에 헌혈증 150개 기증
막상 헌혈증을 모으기는 했는데 어디에 기부할까 고심하던 중 단골손님이 강원방울헌혈봉사회 회장으로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잘됐다 싶어서 그간 모은 헌혈증 100개를 기증했는데 어느 날 그분이 감사장을 가지고 축산물판매점으로 찾아왔다.
“헌혈증이 한국백혈병소암암협회에 기부됐다는 사실을 저도 그때 알았어요. 감사장을 받으니 뿌듯하면서도 책임감이 더 강하게 느껴져 더 열심히 모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감사장을 받은 사실이 알려지면서 헌혈증을 ‘믿고 맡길 수 있어 좋다’며 찾아오는 손님이 많아져 50장이 더 모였다.
헌혈증을 가져오는 분들 대부분은 집에 헌혈증이 있는데 어디다 써야 할지 몰라서 장롱에 묵혀 뒀다 가져오는 경우가 많았다. 단골손님 중 통장님이 한 분 있는데 40장이나 가지고 오셨다고 했다.
“헌혈 날짜를 보니까 정말 오랜 세월 동안 모은 헌혈증이 더라고요. 너무 소중하고 고맙게 느껴졌어요. 생계가 어렵거나 긴급하게 수혈이 필요한 분들께 헌혈증이 소중하게 쓰일 거라 생각합니다.”
코로나19로 헌혈 인구가 적어져서 힘들다는 얘기를 들었는데 김태백 대표의 선행이 큰 도움이 될 것 같았다. 김태백 대표와 헌혈증을 나눠주는 손님들의 미담 덕분에 올봄이 더 따뜻하게 느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