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내 춘천시 시정소식지

검색 닫기

VOL.376

2022.05
#봄내를 품다
허준구의 춘천백경 ⑰
춘천 역사 고스란히 간직한 나무 이야기

오랜 세월을 한자리만 지켜 온 나무를 바라보면 감탄함을 넘어 경이로움에 이른다. 나무는 언제나 한자리에서 그곳에서 있었던 모든 일을 말없이 바라보며 그 현장을 함께 했기에 그 자체로 역사요, 시대의 산증인이다. 춘천의 근대사를 나이테 속에 간직하며 아직도 그 위용을 갖추고 있는 나무를 통해 춘천역사의 한 단면을 살펴보고자 한다.



 1. 춘천미술관 앞 위성류(사진 김남덕)  2. 옛 춘여고 교정 목백합나무(사진 안준호)  3. 춘천향교 은행나무  4. 춘천초등학교 비술나무숲 전경 



1. 춘천관아지도 상수리나무 (수령 180년 이상)     


일제강점기 조양루 위봉문 옆 상수리 나무



춘천 관아지도는 1897년경 제작되었으며 그림에 색을 입힌 채색 지도다. 지도에는 춘천이궁과 춘천 관아 건물과 민가까지 빠짐없이 그려져 있으며, 특히 춘천이궁 담장 옆에 서 있는 나무는 이목을 끌기 충분하였다. 관아지도에 나무가 그려진 경우는 매우 이례적이기에, 이 나무가 매우 중요한 나무였음을 짐작할 수 있다. 지도 속 나무는 상수리나무로 파악되며 춘천 관아의 성황목이었을 것으로 추측된다. 그러나 근래에 아파트를 건립하면서 도로 확장 공사로 사라지고 말았으니, 안타깝고 아쉽기 그지없다. 

 


2. 춘천미술관 위성류 (수령 100년 이상)      

춘천미술관은 본래 춘천중앙감리교회 건물이었다. 춘천중앙감리교회는 춘천에서 가장 오래된 역사를 지녔으며 그 시작은 19세기 말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요선동에 있던 예배당이 한국전쟁으로 완전히 파괴되자 1955년 이곳에 교회를 신축하고 이를 기념하고자 평화와 생명을 상징하는 나무를 심으니 그것이 위성류(에셀나무)다. 이 나무는 아브라함이 팔레스타인 왕이었던 아비멜렉 과 평화 협정을 맺으면서 심었던 나무로 에셀나무라고 불린다. 위성渭城은 지명으로 중국에서 서역으로 떠나갈 때 이별하던 곳이며, 이곳에 심겨 있던 나무가 위성류이다. 위성류는 물 없는 사막에서도 뿌리를 깊이 내리고 잎을 일찍 틔우며 꽃을 두 번이나 피우는 강인한 생명력을 지녔다. 이러한 연유로 이별하여 어느 곳으로 가더라도 깊게 뿌리 내리고 강인하게 잘 살라며 꺾어주던 나무였다. 춘천 미술관 앞 위성류에는 새 터전에 뿌리를 깊이 내리고 평화와 귀한 생명을 지켜나가기를 바라는 마음이 담겨 있다. 



3. 춘천시청 별관 목백합 나무 (수령 100년 이상)      

춘천시청 별관 주차장 중앙 자리에는 우람한 목백합이 있다. 춘천시청 별관은 춘천여고가 얼마 전까지 자리하고 있었지만 본래 춘천농고(현 소양고)가 개교한 자리다. 이곳에 춘천농고가 1910년 개교했고 이어 1934년에 춘천여고가 개교했다. 목백합은 춘천농고와 같은 해에 세워졌던 경상남도 진주 농고에서 1923년 4월 춘천농고의 개교기념일을 축하하며 보내온 나무였다. 이 목백합이 어떠한 연유로 춘천여고의 교목이 되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아무튼 내년이면 이 목백합은 100살의 나이가 된다. 

 


4. 춘천향교 은행나무 (수령 160년 이상)  

춘천향교는 강릉향교와 엇비슷하게 고려 말에 세워진 유서 깊은 곳이다. 향교는 전국에 세워졌으며 그 지역 학생을 교육하는 교육기관이면서 공자와 선현에게 제사하는 향사로, 향교에는 은행나무를 심는다는 공통점이 있다. 향교에서 은행나무를 심는 까닭은 공자가 은행나무 아래서 교육했기 때문이다. 공자가 제자를 가르친 곳을 행단杏壇이라 하고, 이러한 전통을 받들어 은행나무 암수 두 그루를 심었다. 춘천향교에도 암수 두 그루의 은행나무가 있으며 그중 한 그루만 보호수로 지정되어 있다. 춘천향교를 200여년 지켜보며 향교의 역사를 증언하고 있는 은행나무 아래에서 글 읽는 소리가 그치지 않기를 기대해 본다.  



5. 춘천초등학교 비술나무 (수령 100년 이상)  

춘천초등학교는 춘천에 강원도 관찰부가 들어서면서 강원 관찰부 소학교로 1896년 개교해 1908년 지금의 시청 자리로 교사를 신축 이전했다가 1937년 현재의 자리로 이전했다. 이때 이곳에 비술나무 숲을 조성해 학생과 지역주민에게 휴식 공간으로 제공하고 있다. 비술나무는 생김새도 특이하고 병충해에 강해 관리상 편하고 생육 속도가 가장 빠른 수종이라 가로수, 녹음수, 공원수로 이용되며 약재와 식용도 가능하다. 현재 춘천초에는 비술나무가 16그루 남아 있으며, 나무의 독특한 생김새로 특이한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다.  






글 허준구

문학박사. 춘천학연구소 소장. 일찍이 춘천학에 관심을 갖고 춘천의 역사와 문화에 집중해 왔다. 

특히 천혜의 춘천 자연환경에 문화와 역사의 색을 입히는 데 힘을 쏟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