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내 춘천시 시정소식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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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375

2022.04
#봄내를 꿈꾸다
춘천 안심먹거리
마늘
알싸한 맛·향 뛰어난 춘천산 마늘

마늘 농부 김종찬 씨가 한겨울 추위를 이겨내고 비닐 막 속에서 움을 틔운 마늘 싹을 가리키고 있다.


동해 凍害 예방을 위해 볏짚과 비닐을 깔아둔 마늘밭. 봄기운 덕에 발아래 흙이 폭신하다.

비닐 밑으로 파란 마늘 싹이 보인다. 한겨울 추위를 이기고 봄기운을 가득 머금은 강한 녀석들이다.


신북읍 산천리 삿갓봉과 수리봉 사이, 깊고 깊은 골짜기 안에 하은마루 농장이 있다. 비포장 도로를 한참 달려야 할 만큼 길이 험하지만, 춘천 시내가 한눈에 보이는 곳이다. 친환경 농작물을 재배하는 곳으로, 주 농작물은 마늘이다.

춘천에서도 마늘을 재배하는 곳이 점차 늘고 있다. 춘천 마늘연구회에 가입한 농가가 25~30가구로, 100평 정도 작게 농사를 짓는 농가부터 600~700평 정도까지 규모가 다양하다. 춘천 마늘연구회 회장이자 하은마루 대표 김종찬(68) 농부를 만나 마늘 농사 이야기를 들었다.

‘마늘’ 하면 서산, 의성 등을 떠올리기 쉽다. 토종마늘로 유명한 곳이었지만, 날씨가 따뜻해지면서 서산, 의성 등에서는 토종마늘 재배 농가가 점점 줄고 있다. 요즘은 오히려 춘천, 양구 등 강원도의 마늘 재배 농가가 늘어나고 있다고 한다.


 “땡볕에 편한 농사가 마늘? 1년 내내 힘들어요”

김종찬 농부는 교사로 퇴직한 뒤 본격적으로 농사를 시작했다. 김 씨는 교직 생활을 오래했지만 늘 농사에 관심이 있었다. 김 씨는 홍천농업고등학교에서 근무하기도 했지만 춘천에 철제 파이프를 이용, 비닐하우스를 최초로 도입한 농민왕의 아들이기도 하다. 퇴직 즈음 농사에 대한 결심을 굳혔고, 특히 연로하신 아버지를 대신해 본격적으로 농사에 뛰어들었다.

“춘천에서 수확이 적은 작목이 뭐냐, 여름 땡볕에 나가지 않아도 되는 작목이 뭐가 있나 찾아봤다”며 웃는 김종찬 씨. 그런 궁리 끝에 마늘을 선택했지만, 마늘 농사도 만만치 않다고 설명했다.


 친환경 농법 고수…학교 급식용으로 납품

마늘 농사는 9월에 시작된다. 10월 말이나 11월 초 마늘을 심는데, 한 달 전에 퇴비를 뿌리고 밭을 만들어야 한다. 친환경 인증을 받기 위해 발효 퇴비를 사용하고 있다. 마늘을 심기 3일 전, 마늘 종부를 목초액 등 친환경 제재에 담가 뒀다가 물기를 말린 후 파종한다. 일주일 정도 지나면 뿌리가 내리는데, 머리가 위로 올라오는 특성이 있다. 그래서 땅을 깊이 파서 심어야 한다. 땅이 들려 올라오면 마늘이 얼어 죽게 되기 때문이다.

파종 후 보름 정도 지나서 볏짚이나 왕겨를 뿌려주고 그 위에 비닐을 한 겹 덮어준다. 마늘이 뿌리를 내리고, 언 상태에서 성장하게 된다. 3월 초가 되면 비닐에 구멍을 뚫어서 마늘이 공기와 만나게 해준다. 3월 초와 말 1, 2차 추가 비료를 더해주는 등 윗거름을 준다. 5월 말까지 성장하는데, 입마름병 등을 예방하기 위해 그때그때 맞는 약을 처방한다. 가물면 물도 맞춰 줘야 하고, 마늘쫑이 나오면 마늘쫑을 꺾거나 뽑아준다. 6월 중순 하지 전후에 수확을 시작한다. 잎이 반 정도 마른 때가 수확 적기다. 늦게 수확하면 끝이 벌어지면서 상품 가치가 떨어진다. 수확 후 한 달 정도 음지에서 통풍이 잘되게 널어 말리면 된다. 7월 초부터 출하가 시작된다. 김 씨의 마늘은 친환경 농산물로, 학교 급식 식자재와 로컬푸드 직매장에 거의 전량 납품되고 있다.



지난해 4월 중순 찍어둔 마늘밭 풍경과 통풍이 잘되는 곳에서 말린 마늘


 마늘 주아 농사·보급에 공들여

아를 키우는 것이다. 마늘 주아는 마늘쫑 끝에 매달린 것으로, 쉽게 말하면 마늘의 씨앗이라고 할 수 있다. 5월쯤 채취, 건조하면 마늘 모양의 씨앗을 얻을 수 있다. 이 주아를 마늘 심는 것처럼 파종하고, 일반 마늘보다 20일 정도 빨리 수확한다. 주아를 심으면 통마늘처럼 생긴 마늘이 나오는데, 이 마늘을 심어야 다음 해 육쪽마늘을 수확할 수 있다. 3년을 공들여야 한다. 직접 주아를 키워 농사를 지으면 마늘 품질도 좋고 수확량도 월등하게 높아진다.

일반 농가에서 마늘 주아 농사까지 지을 땅이 없는 편이라 김 씨는 주아 농사를 지어 주변 농가에도 보급하고 있다.

김종찬 씨에게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물었다. “마늘과 양파, 생강 등 근채류 농사가 잘돼요. 춘천에도 이런 근채류 생산단지가 생기면 좋겠죠”라고 답한 뒤 “좀 더 멀리 보자면, 독일식 농업 마을을 만들고 싶어요. 독일에서는 농부와 농촌 주부에게 자격증을 주는데, 이들은 숙박업과 식당을 할 수 있죠. 농사를 짓고, 농산물을 이용한 식당까지…. 큰 그림이지만, 그런 모든 것이 춘천에서 가능하다는 게 제 생각입니다”라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