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문헌에 ‘작은 천지’로 불리는 유포리 아침못
‘맥국’이란
강원도는 ‘예맥濊貊의 고장’이라 불려왔으며, ‘예’는 강릉을 중심으로 하는 영동지역의 옛 나라를 가리키고, ‘맥’ 은 춘천을 중심으로 하는 영서 지역의 옛 나라를 가리킨다. ‘맥’은 고조선-부여-고구려로 이어지는 우리 옛 나라 의 근간을 형성하는 세 종족(예·맥·한) 가운데 하나이다. 춘천을 뜻하는 지명으로는 맥국 오근내烏斤乃 주양走 壤 우곡성牛谷城 우수주牛首州 수약주首若州 수차약首次若 삭주朔州 광해주光海州 춘주春州 안양도호부安陽都護府 수춘壽 春 봉산鳳山 등이 있다. 이 가운데 맥국은 나라 이름이면서 지명으로도 사용되고 있으며, 춘천을 가리키는 최초의 지명이자 최초의 나라 이름이다.
문헌 기록 속의 맥국
『세종실록』에 ‘본맥지本貊地’ 『신증동국여지승람』에 ‘본맥국本貊國’ 『동국여지지』에 ‘고맥국古貊國’ 등의 기록은 춘천이 ‘본래 맥 땅’ ‘본래 맥국’ ‘옛날 맥국’이었음을 알려주고, 『삼국사기』 ‘맥국의 우두머리가 짐승을 사냥하여 왕에게 바쳤다’라는 기록은 맥국이 신라와 교류하고 있었음도 알려준다.
신북읍 맥국 지명
우리 지역에는 맥국 관련 지명과 전설이 많이 남아 있으며, 맥국 관련 지명이 유달리 많은 곳이 신북읍이다. 신북 발산리에는 대궐터 마을이란 ‘궐터말(벌터말)’, 맥국의 진산인 발산(바라미산=바리산=왕대산=왕뒤), 맥국 토성이라 하는 ‘맥뚝’ 지명이 있다. 유포리에는 맥국의 성터인 ‘맥국성지’, 임금이 나랏일 하던 ‘문정文庭’ ‘작은 천지天池’ ‘아침못(조연 朝淵)’이란 지명이 있다. 지내리에는 맥국의 성城 관련 ‘성문길’ ‘성문 바위’ ‘성문(안)산’ ‘성문안’ ‘성문 안못’ 지명이 있으며, 천전리에는 맥국 왕의 무덤이었을 고인돌이 상당수 있다. 여기에 조선조에 작성된 지도에는 예외 없이 신북이 맥국임을 표기했으며, 맥국을 상징하는 발산과 궁궐터 그리고 아침못이 남아 있다.
발산·버들 궁궐·아침못은 도읍지에만 있는 지명
발산과 버들 궁궐, 아침못에 대한 이야기는 『규원사화』 에 다음과 같이 기록되어 있다. “태백산과 조천지, 쑥대 정자와 버들 궁궐은 버들개와 아침못에 그 이름이 그대로 전해지고 있다. 버들개(유포 리柳浦里)와 아침못朝天池 그리고 바리산鉢山은, 곧 버들 궁궐·천지·태백산이 이 지역으로 옮겨와 이 지역의 이름이 된 것이다. 발산은 작은 태백산이고, 아침못은 작은 천지 이며 버들개는 버들 궁궐터이다.” 고조선의 ‘태백산’ ‘천지’ ‘궁궐’이 춘천 신북읍에 그대로 옮겨와 자리 잡았으며, 발산은 작은 태백산이고, 아침못은 작은 천지이며, 따뜻한 봄볕을 뜻하는 버들개(유포리) 는 버들 궁궐이다. 태백산·버들 궁궐·천지는 고조선 도읍지에만 있던 지명이다. 도읍지 지명이 신북읍에 갖추어졌다고 함은, 춘천 맥국이 고조선을 계승한 나라였음을 증명한다. 여기에 춘천에서 발굴된 유물유적은 이를 뒷받침 해주고 있어서, 이를 근거로 기원전 4~3세기부터 원삼국이 시작하는 기원후 1세기까지 존재했던 나라였음을 알 수 있다.
발산1리 맥국터 표지석
춘천의 봄은 맥국에서 시작
춘천 맥국이 고조선의 도읍지였음을 알 수 있게 해주는 지명은 발산·버들 궁궐(유포리)·아침못이다.
‘아주 밝은 산’이란 발산은 흰빛을 크게 발하는 태백산과 같고, 버들 궁궐인 유포리는 따뜻한 봄의 기운을 담고 있으며, 아침볕이 비추는 아침못에도 봄의 의미가 들어 있다. 이 지명들은 태양을 숭배했던 고조선의 ‘밝음 사상’의 발현이고, 박달과 배달이란 단어와도 의미가 통한다. 춘천 맥국은 우리 민족이 가장 먼저 세웠던 고대국가 고조선을 계승하였다. 특히 고조선의 밝음 사상을 간직하고 있는 발산, 버들 궁궐(유포리), 아침못 지명을 통해서 이를 확인할 수 있다. 아침못의 ‘아침’과 소양강의 ‘소양’ 모두 아침 햇볕을 뜻하고 계절로는 봄을 상징한다. 춘천이란 지명에도 세상을 훤하게 밝힌다는 밝음 사상이 잉태되어 있 었다. 맥국의 도읍지 신북읍은 가장 이른 시기 춘천의 중심지였고 지금까지 우리 민족의 밝음 사상을 간직하고 있는 자랑스러운 고장이다.
글 허준구
문학박사. 춘천학연구소 소장. 일찍이 춘천학에 관심을 갖고 춘천의 역사와 문화에 집중해 왔다.
특히 천혜의 춘천 자연환경에 문화와 역사의 색을 입히는 데 힘을 쏟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