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양강댐 수몰전시관이 3월 16일 소양강댐 K-water 물문화관 1층에서 개관했다.
수몰전시관은 입체 그래픽, 모형, 영상, 디지털 액자, 지도 등 다양한 방식으로 꾸며져 있다.
내평리 전경(1970년)
품안초교
소양강은 인제 방면에서 흘러와 춘천에 닿는다. 춘천사람들의 삶을 키워 온 넉넉한 강이다. 지금 이곳에는 소양강댐이 있고, ‘소양강 처녀’ 노래가 있다. 소양강 주변에는 명소도 여럿이다. 무엇보다 오랜 역사를 담은 소양정과 청평사가 이 강줄기에 있고 강가에는 마을을 품어 살게 했다. 아주 오래전 이 강을 따라온 선사시대의 사람들은 신북읍에 맥국을 이루기도 했다.
또 물길은 오래전 서울로 운송되는 뗏목이 가던 길이기도 했고, 중요한 소금을 비롯해 생활에 필요한 물자를 실어 나르던 생활의 강이었다.
선사시대부터 삶의 터전이 된 곳
소양강은 홍천 내면 계방산 계곡에서 발원한 계방천이 내린천 방향으로 흐르며 만든 강이다. 지천들이 모여서 흐르다 인제읍 합강리에서 다시 내린천과 합류하면서 비로소 소양강이라는 이름을 얻는다. 인제에서 강으로 몸집을 키운 물은 이후 양구를 거쳐 춘천으로 흐르는데 춘천에서 다시 북서쪽에서 흘러온 북한강과 합류하여 나아간다. 금강산, 설악산, 계방산 등지의 골골마다 솟아난 물이 만든 강, 제각각의 이름으로 살다가 하나로 어우러지며 이름 바꾸고 다시 더 큰 물인 한강으로 흘러 서해에 다다라 생명을 다하게 된다.
1973년 댐 완공과 함께 모습을 바꾼 소양강
시간을 이으며 흐르던 강물은 댐이라는 신문명을 만나서 막히며 새로운 지형을 만들었다. 물길은 적극적으로 관리되었고, 그 물로 전기를 만들어 사람들에게 편리를 제공했다. 1973년 소양강댐이 완공되면서 소양강은 모습을 바꾸었다. 강은 그래도 멈추었다가는 다시 흐른다. 호수가 되었다가, 강으로 흐르기를 반복하며 우리들 곁에 있다. 춘천의 상징코드로 자리하며 사람들에게 다가가고 있다. 소양강댐은 홍수조절과 전력생산, 물 공급 등 복합적인 목적으로 건설됐다. 1967년 4월 17일 착공, 1973년 10월 15일 완공됐다. 6년 6개월의 긴 시간이 걸린 만큼 댐의 규모도 화제였고, 건설공법도 우리나라 최초여서 이목을 끌었다. 건설비용 총 269억 원, 연인원 600만 명이 동원된 거대한 국가건설사업이었다.
이 공사로 춘천은 경기가 활기를 띠었다. 사람들에게 많은 일자리를 제공하며 사람들이 모이는 곳이 되었다. 그리고 댐 건설로 한강 하류의 홍수조절과 생활용수와 농업 및 공업용수 공급이 원활해지는 이익이 돌아왔다. 그리고 소양강댐은 춘천의 명소가 되어 관광자원으로서 역할도 톡톡히 하고 있다.
춘천 등 3개군 1만8,500여명 수몰로 이주
하지만 이 댐으로 인해 소양강 위와 그 아래 동네에 살던 사람들은 오랜 삶의 거처를 잃고 뿔뿔이 흩어졌다. 인제, 양구, 춘천(춘성군)의 3개 군 지역에서 6개 면의 38개 리를 이루던 주민 1만8,500여명이 수몰로 인해 이주했다.
춘천은 2개면 2개리에서 3,800여 명이 이주했다. 또 수몰선 위에 살고 있어서 이주하지 않았어도 강 아랫마을이 물에 잠기면서 생활 기반시설이 없어지는 바람에 윗마을은 더욱 오지가 되었고, 마을과 마을이 고립되었다. 댐 건설과 때를 같이해 화전민 정리사업이 이어지면서 댐 주변의 산지마을은 더욱 척박해지고 사람들은 고향을 뒤로하고 새로운 삶터를 찾아야 했다.
수몰민과 그들의 기억은 어디로…
그 많은 사람은 어디로 갔을까? 고향이 물에 잠긴 사람들 대부분 고향을 멀리 떠나지는 못했다. 춘천 외곽지역에서 새 삶터를 만들어 갔다. 실향민이 되어버린 그들에게 고향은 물그림자다. 고향이 그리울 때면 배를 타고 소양호를 돌아본다. 물속에 있는 집, 학교, 그리고 학교 가다 놀던 논둑길, 길가의 정자….
이 아련한 기억을 되살려 만든 한 장의 지도는 보는 이의 마음을 뒤흔든다. 수몰 이후 50년이 지난 마을의 곳곳을 또렷하게 기억해내는 수몰민들의 고향에 대한 그리움을 어떻게 더 설명할 수 있을까?
‘나의 살던 고향은…’ 이야기 나눌 공간 생겨
소양강댐 수몰전시관이 세워진다고 하니 가지고 있던 사진, 졸업장 등을 찾아내고, 마을약도를 세세하게 그려내던 수몰지역 주민들, 초등학교 동창회로 끈을 이으며 고향에 대한 기억을 잊지 않으려고 애써 온 사람들이 있다.
그들이 찾아가 옛 마을을 떠올리며 ‘나의 살던 고향은…’ 하며 함께 이야기 나눌 공간이 생겼다는 것이 덩달아 기쁘다. 수몰지역의 주민들을 찾아다니는 동안 만났던 그 서운하고 아쉬운 눈빛들, 이제 그분들의 삶과 지역사가 이 공간에서 더욱 촘촘하게 채워지기를 기대한다.
더불어 지역 생활사에 대한 관심이 조금 더 커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춘천사람과 춘천의 곳곳이 긴 역사로 이어져 온다는 것을 알려주는 곳이 더욱 많아져서 지역의 자부심이 되고 지역의 정체성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