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월 31일 복지정책과에 한 통의 전화가 걸려왔다. 익명을 요구한 한 시민은 1,000만원을 공동모금회 계좌에
입금하고 싶다는 뜻을 밝혔다. 저소득층 아동과 장애아동을 위해 쓰였으면 좋겠다고 말하며, 끝내 이름을 밝히지 않았다.
1월 19일 석사동행정복지센터를 찾아 현금 150만원을 기부한 여성도 있다. 모자를 눌러쓰고 행정복지센터를 찾은
여성은 신문지로 감싼 5만원권 현금 뭉치를 전달하고 힘든 상황에 있는 이웃을 도와 달라고 말한 뒤 바로 자리를 떠났다.
이름을 물었지만, 마지막까지 답하지 않았다.
코로나19로 인한 경기 불황이 이어지고 있지만, 경기 불황을 잊게 할 만한 훈훈한 기부가 이어지고 있다. 작지만 정성이 가득 담긴 생필품 기부부터 1,000만원이라는 통 큰 기부까지, 이들은 ‘오른손이 한 일을 왼손이 모르게 하라’는 구절처럼 극구 익명을 요구하기도 했다. 기부천사, 선한 이웃이 점점 늘고 있는 춘천 시민들의 다양한 사연이 듣는 이까지 행복하게 만들고 있다.
“시민 모두가 김장 기부 천사”
‘김장 더하고 나누기 캠페인’은 시민들의 작은 정성이 모여 따뜻한 사회를 만드는 가장 직접적인 행사였다. 각가정에서 김장을 2~3포기씩 더해 이를 필요한 이웃과 나누는 행사로, 지난해 11월 1~30일 진행됐다. 한 달간 기부된 김치는 개인 376㎏, 기관 및 단체 3만8,872㎏으로 총 3만9,248㎏에 달했다. 기부자는 시청 복지정책과 또는 각 읍·면·동 행정복지센터에 전달했고 이를 5,497가구에 전달했다.
도움은 또 다른 도움으로 이어지고
지난 1월 18일에는 70대 어르신이 30만원을 기탁했다. 이 어르신은 1월 14일 목욕탕에서 쓰러졌는데, 공로연수중인 시청 직원이 심폐소생술을 하고 빠르게 병원으로 옮겨져 위기를 넘겼다. 이 어르신은 자신을 살린 은인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다며 기부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선행이 또 다른 선행으로 이어진 사례다.
십시일반이란 이런 것
LH 한국토지주택공사에서 시청 복지정책과로 파견돼 근무했던 직원이 지난해 12월 퇴직하면서 100만원을 ‘春1000인 천원나눔’ 사업에 기부했다.
‘春1000인 천원나눔’은 매월 1,000원의 작은 금액을 기부해 어려운 이웃을 돕는 범시민 운동이다. 1,000원씩 모아 얼마나 도움이 될까 생각할 수도 있지만, 2021년 한 해 2억4,121만원이 모금됐다. 춘천시와 25개 읍·면·동에는 매달 정기적으로 1,000원씩 기부하는 수많은 익명의 기부천사와 퇴직금 일부를 기부하는 사례까지 많은 사연이 담긴 기부자들이 줄을 잇고 있다. 작게는 4만3,000원이 기부된 달도 있지만, 연말연시에는 관심이 높아지며 한달 만에 2,295만원이 모금된 경우도 있다.
‘십시일반’이라고, 이렇게 모인 기부금은 연탄나눔 지원사업과 어려운 이웃을 집중적으로 도와주는 희망릴레이, 이동푸드마켓, 장벽 없는 도시 조성 사업 등에 사용됐다.
이 밖에도 춘천에서 활동하는 많은 기업과 소상공인, 다양한 단체와 협의회, 익명의 기부천사들의 발길은 끊임 없이 이어지고 있다. 봄내소식지의 ‘봄내골 소식’ 코너에는 매월 수많은 기부 소식이 이어지고 있다. 따뜻한 춘천시민, 우리의 모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