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천에는 아름다운 경치가 참으로 많다.
그래서일까, 그곳에 집을 짓고 살고 싶은 마음이 저절로 생겨난다는 말을 자주 듣는다.
춘천에서 조용히 여유롭게 살고 싶은 곳을 추천하라면 너무 많아서 어느 곳을 말해야 하나 망설여진다.
지금은 많은 변화를 겪으며 외형이 많이 바뀌었지만 도심지 내에도
퇴계천을 따라 형성된 무릉계(지금의 정족리 부근)나 강원대 후문 근처 도화골도 살 만한 곳이라고 옛 문헌들에 기록되어 있다.
춘천은 산으로 둥그렇게 둘러쳐져 있어서 잠깐 이동하면 여유롭게 거닐며 마음을 치유할 곳이 많다.
삶이 고달프고 힘들 때 마음의 위로를 받으러 찾아가는 곳 가운데 하나가 구곡폭포와 문배마을이다.
굽이굽이 계곡을 오르다 보면 50여 미터 높이의 장대한 폭포와 마주하게 된다.
구곡폭포
웅장하고 신비한 ‘하늘바람벽’
폭포에 가기 위해 많은 계곡을 돌고 돌고 또 돌아 도달할 수 있다고 해서 마을 주민은 이를 ‘구구리폭포’라고 부른다.
구곡을 풀이하면 ‘아홉 굽이’란 뜻이지만, 여기서 아홉이란 숫자는 정확하게 구九를 의미하지는 않으며 아주 많다는 의미다.
구곡폭포 비경 중에서 가장 눈길을 사로잡는 것은 하늘바람벽이다.
50여 미터 높이, 100여 미터 폭으로 하늘과 맞대어 계곡 안을 두르고 있는 석벽인데 바람이 한 바퀴 돌아나가서 ‘하늘바람벽’이란 이름을 지어봤다.
마치 몇십억 년은 족히 된 깊은 동굴 속에 들어와 좁은 틈으로 들어오는 하늘을 보고 있는 듯하며 깊숙하면서도 웅장하여 신비감을 자아내기에 충분하다.
여기에 50여 미터 높이에서 떨어지는 폭포수와 마주하면,
‘흩날리는 물살이 하늘에서 내려 꽂힌다 飛流直下三千尺(비류직하삼천척)’는 이태백의 시구절이 저절로 입가에 맴돌다 간다.
구곡폭포의 멋은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구곡폭포 옆으로 난 산길을 타고 20여 분을 오르면 동화 속에나 나올 법한 마을이 눈앞에 나타난다.
산속에 거룻배 모양의 평지가 나오는데, 여기에 열 가구 정도의 집들이 산길을 따라 올망졸망 늘어서 있다.
이곳이 바로 문배마을이며 구곡의 폭포수가 모여드는 저류지이기도 하다.
제14회 춘천관광전국사진공모전 가작 박상진 <문배마을의 봄>
전쟁이 나도 몰랐던 폭포 뒷마을
문배마을과 구곡폭포는 이곳에서 태어나서 춘천 의병장을 지낸 습재 이소응이란 유학자의 글에 처음 소개되었다.
이소응은 ‘이곳에 문폭이 있으니, 깊어서 은거하기 매우 좋구나. 계곡물 따라 끝까지 가보면, 마을이 평지에 펼쳐진다.
샘물은 달고 토지는 비옥하며, 산이 거룻배 모양으로 둥글게 둘러쳤다’라고 적어놓았다.
이 글을 통해서 구곡폭포의 본래 이름이 문장폭포文章瀑布이며 이를 줄여 ‘문폭文瀑’이라 불렀고
‘문폭’ 뒤에 있는 마을이어서 문배마을이라 부르게 되었음을 알 수 있다. 시는 대략 150년 이전에 지어졌으니,
이곳 문배마을은 200여 년 이상의 역사를 갖고 있다. 특히 6·25전쟁이 일어났을 때 이곳 마을 사람들은 전쟁이 일어난 것을 몰랐다고 하니,
이곳이 참으로 세상을 피해 깃들어 살 만한 곳이었음을 알 수 있다.
또 이곳 마을의 모양이 산으로 둘러친 거룻배 모양이라 이곳에 사는 분들은 물을 얻으려고 우물을 뚫지 않는다고 하니
참으로 사람 살기에 딱 맞는 명당이라 말할 만하지 않은가! 이는 자연과 일체가 되려는 생각이 풍수와 맞물려 만들어낸 지혜의 산물이라 할 수 있다.
구곡폭포 비경 하늘바람벽
구곡폭포와 문배마을은 자연과 하나 되어서 마음을 안정시키고 지친 마음을 달래기에 안성맞춤인 곳이다.
이곳은 산수 자연을 통한 마음의 여유와 치유를 누릴 수 있고 문배마을에서 맛난 음식을 먹고 푸짐한 시골 인심까지 덤으로 느낄 수 있다.
주차장에서 구곡폭포까지 이르는 길은 아주 오랜 친구처럼 계곡의 물이 다정하게 함께해 준다.
곳곳에 다녀간 사람들이 쌓아놓은 작은 돌탑을 보면서, 자신은 물론 가족 친구 연인을 위해 비는 간절한 소망을 듣게 된다.
자신을 비롯하여 주변의 가까운 사람과 구곡폭포를 더욱 웅장하게 해주는 하늘바람벽을 바라보노라면
세상에서 가졌던 욕심과 미움, 시기와 편견 등이 어느새 사라지고 마음의 정화가 이루어진다.
폭포에서 떨어지는 물줄기 하나하나가 모두 시가 되어 하늘바람벽에 문장으로 새겨지니,
여기가 세상의 제일가는 무릉도원이 된다. 이러한 이유로 구곡폭포가 사랑스럽고 더욱 정겹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