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라스틱 종류를 한꺼번에 분리배출하지 않고 종류별로 나눠서 배출을 하면 재활용률을 훨씬 높일 수 있다.
추운 겨울에도 PP 플라스틱 식염수병과 증류수병 분리배출에 열심인 석사동 예치과 윤필녀, 박연경 치위생사를 만났다.
치아 치료할 때처럼 야무지고 꼼꼼하게
치과 가는 일은 늘 무섭지만 진료가 아닌 인터뷰를 위해 가는 발걸음은 가벼웠다. 플라스틱 문제가 전 지구적 재앙으로 떠오르면서 춘천에서도 플라스틱 줄이기와 재활용률 높이기에 앞장서는 시민이 많다. 그중 예치과 직원들이 꾸준히 PP 플라스틱 분리배출에 앞장서고 있다고 해서 찾아갔다.
재활용이 잘 되는 착한 플라스틱 PP/PE
PP(폴리프로필렌) 플라스틱과 PE(폴리에틸렌) 플라스틱은 플라스틱 중에서도 독성이 적고 성형 및 가공이 쉬워서 따로 모을 수만 있으면 비교적 재활용이 잘 되는 플라스틱이다. 그래서 이들을 ‘착한 플라스틱’이라고도 부른다.
(왼쪽)PP 플라스틱 분리배출에 앞장서는 예치과 윤필녀, 박연경 씨와 집에서 PP/PE 페트병 뚜껑을 모아 온 예치과 구내식당 김갑순 씨
쉬는 날 분리배출 봉사한다
“춘천시자원봉사센터, (재)숲과나눔, 소양로현대아파트가 모아봄 봉사단을 만들어서 ‘올바른 분리배출과 PP/PE 구출하기’ 활동을 한 적이 있어요. 장학리 부영아파트와 해온채, 아이파크 아파트도 나중에 동참했는데 아는 동생이 모아봄 봉사단 활동을 한다길래 저희도 끼어달라고 해서 시작하게 되었어요.”
박연경 씨가 밝은 목소리로 봉사를 시작한 계기를 알려줬다.
처음에는 각자의 집인 해온채와 아이파크 아파트에서 ‘올바른 분리배출’ 활동을 시작했다. 주민들이 분리배출한 플라스틱 중에서 PP/PE를 따로 모아 PP/PE를 자원화하는 춘천업체로 보내는 일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병원에서 매일 사용하는 식염수 병과 증류수 병이 PP 플라스틱이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 본체와 뚜껑 모두 PP라 ‘야호’를 외쳤다.
아이들 생각하면 포기할 수 없는 일
그런데 뚜껑에 달린 실리콘이 문제였다. 실리콘은 플라스틱과 성분이 달라 뚜껑을 그대로 배출하면 재활용이 되지 않고 쓰레기가 된다.
다행히 실리콘도 재활용이 된다는 이야기를 듣고 기뻤다고 한다.
하지만 뚜껑 실리콘을 빼는 일은 쉽지 않았다. 일일이 손으로 빼내야 하기 때문에 손도 아프고 시간도 많이 걸렸다. 양이 많아 집에 가져가서 실리콘 제거 작업을 했더니 아이들도 팔을 걷어붙이고 도와줬다.
“봉사라는 게 지속적으로 하는 게 진짜 힘든 것 같아요. 멋도 모르고 발을 들여놨는데 하다 보니 자꾸 뭐가 더 보여요. 그래서 너무 버거워요. 그래도 미래를 살 우리 아이들을 생각하면 힘들어도 할 수 있는 만큼 열심히 하려고 해요.”
윤필녀 씨가 웃으며 말했다. 이들의 활동에 병원의 다른 직원들도 열심히 협조 중이다. 소독실 직원들은 일일이 뚜껑을 따로 분리해서 모아주고 병원에서는 차량 지원을 해주고 있다. 두 사람에게 큰 힘이 되는 일이다.
PP/PE 분리배출, 당근 필요하다
두 사람은 시민들이 PP/PE 분리배출을 더 많이 할 수 있게 국가나 시 차원에서 장려책을 마련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우유팩을 모으면 휴지로 바꿔주는 것처럼 뭔가 보상이 주어질 때 더 많은 시민이 참여할 수 있다는 것이다. 배출량에 따라 포인트를 줘서 현금처럼 쓸 수 있게 한다든지 방법은 찾아보면 많을 거라는 그녀의 말에 고개가 끄덕여졌다.
아직은 분리배출 시스템이나 분리수거 시스템이 부족한 부분이 많지만 시민들이 먼저 내디딘 한 걸음들이 모여 더 좋은 정책과 제도를 이끌어 내리라 믿는다.
(왼쪽)뚜껑에 붙은 실리콘 분리 작업을 돕는 동료 직원들과 집에서 작업을 돕는 아이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