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내 춘천시 시정소식지

검색 닫기

VOL.373

2022.02
#봄내를 품다
허준구의 춘천백경 ⑭
춘천의 푸른 바람 올미 심금 솔숲
‘500년의 여정 500년의 소망’

신사우동 올미 심금 솔숲 




도시를 벗어나 시골 마을로 가보면 마을 입구에 아주 커다랗고 오래된 나무들이 호위하고 있고 그 아래에는 정자가 있거나 쉼터가 있다. 그 마을 입구를 지나면 집들이 산아래 햇볕을 잘 받으며 장독대 장독같이 옹기종기 모여 있다. 이러한 예쁜 마을에 역사 깊은 전통 숲이 있다면 금상첨화 아닐까! 



마을숲은 왜 조성하나 

마을숲은 왜 조성하는 것인가? 

첫째, 바람으로부터 마을을 보호하고자 숲을 조성했다. 겨울철 들이닥치는 바람을 막아주어 직접적인 피해를 막는 방풍림의 역할을 하는 한편, 마을로 들이치는 찬 바람을 막아서 마을을 아늑하고 따스하게 보호하는 측면이 있다. 올미마을도 겨울철 서북쪽에서 불어오는 바람을 막아서 마을을 보호하고 마을의 온기를 높이려는 목적으로 조성했다. 

둘째, 마을 숲은 마을을 수호하는 ‘성황숲’의 기능도 한다. 송암동 성황숲이 전형적인 형태로 보이며 올미 심금 솔 숲도 마을의 안녕을 기원하고 나아가 마을을 지켜주는 성황숲의 기능도 했다. 

셋째, 풍수학적인 측면에서 서향 볕이 강하게 드는 마을 에는 방풍림을 조성했다. 서향 볕은 외부의 부정하고 사악한 양기陽氣로 여겨지는 속성 때문에 이를 막아내어 마을의 여성을 보호하고자 마을 숲을 조성하기도 한다. 



전국을 대표하는 올미 심금 솔숲 

우리 자연풍광이 빛나는 춘천에는 이름난 마을 솔숲이 여러 곳 있다. 그 대표적인 곳으로 동면 솔밭과 송암동 소나무 성황숲, 올미 심금 솔숲이 있다. 춘천의 솔숲은 인공으로 조성된 숲이란 점에서 공통점이 있다. 

특히 올미 심금 솔숲은 그 조성 경위가 문헌 기록으로 남아 있어서 그것을 조성한 사람뿐만 아니라 조성 시기, 조성 목적을 분명하게 알 수 있다는 점에서 그 가치가 높다. 이러한 이유로 올미 심금 솔숲은 이천 송말숲, 예천 금당 숲, 영양 주실마을숲과 함께 우리나라 4대 숲으로 일컬어 지고 있다. 



옛 문헌에 기록된 최고·최대 규모의 숲 

올미 솔밭에 대한 기록은 조선 시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춘천부사(지금의 춘천시장)를 지냈던 엄황嚴愰 (1580~1653)이 지은 『춘천읍지』에 올미 심금 솔숲에 대한 기록이 보인다. 이 기록에 따르면 ‘병자(1516년)에 선비 최도건이 주도해 동서남북 10리에 소나무 수만 그루를 심어 조성했음’을 알 수 있다. 올미 심금 솔숲이 조성된 1516년은 지금으로부터 500여 년 이전으로 이렇게 마을 숲 조성 경위가 문헌으로 상세하게 기록된 것은 드문 일이다. 

마을 사람들은 이 숲에 재송정栽松亭이란 정자를 짓고 솔숲을 감상하기도 하며 마을의 주요한 논의를 이곳에 모여 의논하기도 했다. 이러한 마을의 전통은 재송계栽松 契를 통해 지금껏 유지되고 있으니 솔숲의 기품만큼이나 마을의 저력도 여기에 깃들어 있다고 할 수 있다   

 



일제강점기 지도를 보면 올미 심금 솔숲의 규모를 가늠할 수 있다. 




올미 심금의 지명 유래 

‘올미’라는 마을 이름은 칠산에서 유래했다. 칠산漆山은 현 올미마을의 동쪽에 있는 나지막한 야산으로 마을을 사이에 두고 올미 심금 솔숲과 마주하여 길게 이어져 있다. 칠산은 옻 칠漆 자와 뫼 산山 자로 이루어져 있는데, ‘옻뫼’ 가 ‘옻미’로 바뀌고 다시 발음상의 편리성에 따라 ‘올미’로 바뀌어 지금에 이르고 있다. 올미 심금 솔숲의 소나무는 마을 사람이 직접 심고 가꾸었다. 이런 까닭에 마을 사람들은 이 솔숲을 직접 심었다는 의미의 ‘심금 솔밭(숲)’이라고 부르며, ‘올미 솔숲’은 외지 사람이 부르는 이름이라고 말한다. 그만큼 마을 사람에게 솔숲은 500년 전통의 역사이고, 후세에 물려줄 자랑거리다.



탄소중립 위한 소중한 유산으로 남겨야  

지금까지 마을에서 소나무 심는 계를 이어오고 있음에도 솔숲이 변형되고 파괴되어 가고 있다는 점에서 안타깝기 그지없다. 솔숲은 조성 당시 동서남북 10리에 걸쳐 수만 그루의 소나무 숲으로 무성했지만 현재 솔숲에 자라고 있는 소나무는 2ha 넓이에 420여 그루 나무가 800여 미 터에 걸쳐 숲을 이루고 있다. 그러나 지금 숲에 남아 있는 나무는 수령 200년 이상이 되기에 보호 숲으로 지정하여 보존해도 늦지 않을 듯하다. 

소나무는 강직하고 높은 절개를 뜻하며 절의의 상징으로 여겨 온 나무다. 이러한 소나무가 마을을 지키며 생명의 숲을 이루고 500년 이상을 지속하여 여기까지 왔다는 점은 유례가 드문 일이며 춘천의 자랑거리가 아닐 수 없다. 나무를 심는 목적은 천년 대계를 생각하기 때문이다. 앞으로 나아갈 탄소중립의 500년을 위해서 올미 심금 솔 숲은 보존되어 춘천의 소망이며 자존심으로 남겨야 할 미래유산이다. 






글 허준구

문학박사. 춘천학연구소 소장. 일찍이 춘천학에 관심을 갖고 춘천의 역사와 문화에 집중해 왔다. 

특히 천혜의 춘천 자연환경에 문화와 역사의 색을 입히는 데 힘을 쏟고 있다.